[호남교회이야기(1)]호남지역 최초 개신교회 설립 이야기

호남지역에 교회가 설립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하나님의 역사를 교회설립 이야기를 통해 보고 느낄 수 있고, 신앙의 선조들의 믿음과 삶을 오늘 우리의 신앙생활의 귀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은 한반도에 개신교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입국하기 시작한 지 130년 하고도 2개월 째 접어들어 가는 달이다. 미국 북장로회가 파송한 의료선교사 알렌이 1884년 9월 20일 제물포에 도착하였으니 말이다. 전남지역에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이 전해진 것은 1894년경이고, 그 복음이 심어진 것은 지금까지의 자료에 근거해 보면 1897년경이다. 전남지역에 복음의 씨앗이 옥토에 떨어진지 120년이 가까워 온 것이다. 교회 설립과 관련한 하나님의 역사 이야기가 그 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한 세기가 훌쩍 지나버린 호남지역 교회 설립 이야기를 여기에 다 담을 수 없다. 그래서 광주전남지역의 지역별 최초로 설립된 개신교 교회에 한정하여 그 역사를 살펴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는 광주광역시의 최초 개신교 교회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광주읍성의 최초 개신교 교회를 논하려 한다. 그 후에는 목포시 등 전남 지역으로 넘어가서 각 지역별 최초 개신교 교회를 살펴보는 그리 짧지 않은 역사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1. 광주지역 최초 개신교 교회

이전의 연구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의 변천사를 고려해 볼 때 광주시에 최초로 설립된 개신교 교회는 잉계 교회(Engge Church))이다. 잉계 교회의 설립년도는 1897년 아니면 1898년이다. 배유지 선교사가 “나는 1896년에 선교동역자들과 함께 나주와 광주를 처음 방문하였다.”고 언급한 후 “그 다음해[1897년]에 나주에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사서 개조했고, 내가 1899년에 잉계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선웅칠(Sun Ung Chil, 宣應七)의 집에 기도처(a prayermeeting)가 설립되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군 율곡리(영신)교회가 성립하다. 선시에 선교사 오기원과 조사 도정희의 전도로 신자를 얻고 예배당을 신축하고 선교사 배유지와 선응칠(宣應七)을 2년간 파견 전도하니라.”는 『조선예수교장로회 사기』 상권의 내용에 의하면 배유지 선교사는 선응칠을 선웅칠로 잘 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선응칠은 언제 그리스도인이 되었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1897년 나주읍성에 머물고 있던 배유지 선교사를 찾아와서 세례를 요청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배유지 선교사와 어학선생 부부가 1897년 나주에 거주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찾아와서 세례를 받기를 원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배유지 선교사에게 세례를 요청했던 어떤 사람이 정확하게 누구인지, 고향은 어디였는지 확실하지 않다. 만약 이 사람이 나주 주민이었다면, 나주읍성 내의 사람들이 1897년 당시 서양인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주읍성내 거주자나 나주읍성 밖에 거주자하던 사람 중에는 서양 사람들과 기독교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유지 선교사는 1897년 나주의 서양인에 대한 배타성 때문에 나주로 이사하지 못하고 나주에서 복음 전할 날을 기대하면서 서울에 거주하면서 목포에 거주할 집을 준비하였다.

2. 잉계 교회 설립 위치는 광산구 우산동이다.

광주시 최초 개신교 교회가 잉계 교회라면 그 위치는 어디인가? 잉계 교회의 위치는 배유지 선교사가 1903년 연례보고서에서 “광주 지역에 있는 잉계(At Eu[n]gge in Kwangju county)"라고 언급한 내용과 바다등 교회(삼도교회, 서현교회 변남주 원로목사의 모교회)와 도둠 교회(동곡중앙교회 주변)와의 거리를 동시에 연결하여 생각해야 한다. 미국 남장로회 스트래퍼(Miss F. Rica Straeffer) 선교사가 잉계(Enggey, 'y'철자를 더 붙였다)교회는 “목포에서 55마일 떨어져 있고, 나주군 바다등교회는 잉계에서 8마일 떨어져” 있다고 했고, “도둠(To-Dum-e)은 잉계에서 3마일 떨어져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전체의 사역은 이 지역에 있는 유일한 개신교 선교사들이 있는 목포 선교부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 하나말은 목포에서 북쪽으로 50마일 떨어져 있는데, 20명이 예배로 모인다. 이들은 근래에 자체적인 돈으로 교회를 지었다. 10마일 더 올라 가서, 영신은 30명이 모이고, 그곳에서 10마일을 더 북쪽으로 가면 배치(Paichee)는 25명이 출석한다. 이 마지막 장소(배치)는 장성군에 속한다. 이곳으로부터 동쪽 광주군에 있는 잉계(Enggey)는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교회를 자신들의 돈으로 지었다. 이곳은 목포에서 55마일 떨어져 있다. 나주군의 바다등교회는 잉계에서 8마일 떨어져 있는데, 15-20명이 출석한다. 잉계에서 3마일 떨어진 곳에 도둠(Todome)이 있다. ... [도둠교회는] 주일날, 수요일, 토요일에 50명 정도 모인다.(Miss F. Rica Straeffer, "The Work at Mokpo," The Missionary, 6(1904): 291-92. 『남평교회백년사』, 231-32에서 인용.)

이 외에 배유지 선교사는 “바다등은 나주에 위치(At Pattatung in county)”해 있고, “도둠은 광주에 위치(At Todum in Kwangju county)”해 있다고 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잉계 마을을 찾기 위해 나주와 삼도교회 등을 방문하였다. 나주에도 잉계 마을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곳에는 교회가 설립되었다는 흔적이 없었다. 잉계 마을이 광주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삼도교회를 방문했을 때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삼도교회(박대규 목사 시무)를 방문하여 사모님과 김화자 권사님, 김영자 권사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잉계 마을에 대해 문의하였다.

필자: 잉계마을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김화자. 김영자 권사: 잉계 마을은 나주에도 있지만 광주시 광산구에도 있습니다.
필자: 잉계 교회가 세워졌던 잉계 마을은 어디입니까?
김화자. 김영자 권사: 선교사들이 교회를 세운 곳은 광산구에 있는 잉계 마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트래퍼 선교사의 기록과 두 분의 권사님의 증언은 배유지 선교사가 미국 남장로회 연례보고서에서 언급한 잉계 마을은 광산구 우산동의 잉계 마을임이 분명해 졌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광산구 우산동에 잉계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수소문 했으나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송정중앙 교회 옆을 지나가다 교회 성도 중에 혹시 잉계 마을을 아는 분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문하였다. 송정중앙교회 선교원에서 모자를 쓴 어떤 여성도의 나오는 것을 보고 만나서 잉계 마을 아시는 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분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잉계 마을 위치를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필자는 송정중앙교회 여성도 덕분에 잉계 마을 찾을 수 있었다. 잉계마을 다녀 온 다음 날 그 여성도의 성함을 알아보려고 송정중앙교회를 다시 방문하였다. 그런데 아무도 그 여성도님을 알지 못했다. 교회 요람에 있는 사진 속에서도 찾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알지 못한다.

우산동에 도착하니 우산독서실이란 석표가 있고, ‘우산동1통사무소 동작마을 경로당’이 있었다. 필자는 문을 두드린 후 어르신(할머니)들의 허락을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들어가니 여섯 분의 어르신(할머니)들이 쉬고 계셨다.

필자: 여기가 잉계마을입니까?
어르신들(1928년생 박영님. 1934년생 고광례): 그렇습니다.
필자: 이곳에 오래전부터 교회가 있었습니까?
어르신들: 지금의 한사랑교회(나사렛교단 소속) 자리에 오래전부터 교회가
있었는데 없 어졌다가 다시 세워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디어 광주지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잉계 교회가 설립되었던 잉계 마을을 찾은 것이다. 잉계 마을에 대해 지금까지 설명한 몇 가지 기록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찾고 보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 말이 생각났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한사랑 교회로 향하는 입구에는 ‘행복한 창조마을 잉계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에서 만들어 놓은 잉계 마을 유래를 설명하는 작은 벽판이 있었다:

이 지역 우산동의 본 마을로 암탉이 알을 밴 형국이라 하여 속칭 잉계(孕鷄)라고도 하며 우산(牛山)이라 부르게 된 것은 원래가 광산군(光山郡) 우산면(牛山面)의 면소재지로 밀매산 기슭에 위치한다 하여 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동.서작 마을에 처음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된 것은 고려말이라고 하는데 장흥 고씨가 맨 처음 들어왔다고 한다. 당시 이곳은 수박과 참외 등을 주로 했고 가을에는 무를 주로 했다. 집집마다 대문이나 울타리가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장식용 울타리였을 뿐, 예로부터 도둑 없는 마을로 유명했다.

필자는 한사랑 교회를 가서 주보를 확보하여 윤만용 담임목사와 통화를 하였다. 윤만용 목사는 한사랑 교회터가 선교사들이 처음에 세웠던 잉계 교회 자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필자가 보기에도 지금의 한사랑 교회가 우산동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을 보니 한사랑 교회터가 최초의 잉계 교회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도교회(박대규 목사 시무)>

김호욱 교수(광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