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맞벌이 하는 부부가 많다. 그렇다보니 자녀가 생기면 친정어머니에게 자녀 양육을 부탁하게 된다. 친정어머니는 자식들이 살아보겠다고 바동거리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을 키워주기도 하고, 아예 딸집에 살면서 아이 키우는 일을 전담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입에 있는 것도 빼어 자식에게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자녀에게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이 보다 더 힘든 일을 부탁해도 들어 주지 않을 부모 없을 것이다. 모든 부모가 다 이와 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손자 키우는 것과 교회 봉사를 해야 함이 겹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흑백논리로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자녀들이 불신앙 자녀이면 믿음의 할머니 품에서 일부러 키워주는 것은 장려할만한 일이 될 수 있다. 요게벳은 모세를 기름으로 신앙교육과 민족교육을 해낼 수 있었지 않은가? 또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는 일이 어려운 형편에 처할 때 보살펴 줄 수도 있다.

할머니로서 손자를 맡아 기르는 일은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손자 키우느라 교회 직분을 감당을 하지 못할 때다. 손자를 봐줄만한 하다는 것은 아직 건강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안정적인 시기여서 맘먹고 봉사하기에 적절한 때임을 의미한다. 이렇게 교회 봉사하기 좋은 최상의 시기에 손자 때문에 직분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직분 감당을 하지 않으면서 직분 명찰은 여전히 달고 있다면 책망 받아야 마땅하다. 할 수 있거든 교회 직분을 우선함이 옳다. 직분은 버려두고 손자를 키운다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여기실까? 자신에게나 손자에게 축복이 되지 않는다. 손자 키우다 나이 들고 힘없고 병이 들어 봉사할 시기를 놓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선택이다. 교회에도 큰 손실이 된다. 다른 성도들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직분자가 봉사를 멈추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봉사를 멈추고 열심을 식게 만든다.

그러니 직분을 받았거든 직분에 우선해야 한다. 손자를 키우더라도 교회의 봉사를 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직분 감당하려다가 손자 돌봄이 부족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부족한 그 부분은 하나님께서 직접 채우시는 역사를 보게 될 것이다. 직분 잘 감당함이 손자를 더 잘 자라게 하는 길이다. 내 손으로 기르는 것과 하나님께서 길러 주시는 것 어느 편이 낫겠는가? 어쩔 수 없이 손자를 키우는데 전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상황에 따라 휴직을 청원하거나, 사직을 해야 한다. 감당치 못할 직분에 대해서는 미련을 갖지 말아야 한다. 감당치 못하는 직분은 붙잡아 두어도 축복이 될 수 없다.

끝으로 자녀들은 기억할 것이다. 부모님들이 직분 잘 감당하여 하늘의 상급을 준비하도록 해 드려라. 자녀양육은 몫은 할머니가 아니라 부모임을 잊지 말자. 늙어가는 우리 부모님들을 자유롭게 해드리라.

공학섭 목사(순천대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