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란에 교회를 소개할 때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기왕 광고하는 바에 사진 한 장 더 내어 후환을 방지하겠다는 뜻일 수 있고, 원로목사를 배려하려는 후임목사의 넉넉함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교회를 소개할 때는 현재 담임하고 있는 목회자만 소개해야 마땅하다. 회사 광고를 할 때 과거의 대표까지 소개하는 회사는 없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와 나란히 소개하는 것은 좋아 보이는 일이 아니다.

물론 은퇴 후 존재감이 무력해진 원로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그 마음은 가상하다. 그러나 원로목사는 평생을 신앙으로 다져온 분이다. 광고에 나오는 사진 한 장에 울고 웃는 수준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원로라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나는 일을 기뻐하지 않을 것이며, 도리어 ‘내게 신경을 쓰지 말고 연약한 성도들이나 잘 돌보라’며 충고해 줄 것이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원로목사 제도에 한 마디 더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로목사의 제도는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서 원로목사를 추대하는 교회는 규모가 큰 몇 몇 교회들의 전유물이라는 점이다. 80-90%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원로목사는 그림의 떡이다. 설령 추대 받는다 해도 이름뿐이다. 그런 점에서 원로목사제도는 보편교회의 제도가 아닌 소수를 위한 귀족교회 제도에 해당한다. 더구나 규모가 큰 교회 목회자는 현역에 있을 때도 풍족한 대우를 받는다. 은급비는 물론 노후대책까지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거액의 은퇴비를 주고, 그것도 모자라 원로목사로 추대하여 일정한 사례를 제공해준다.

반면 작은 교회의 목회자는 현역 때도 고달프고, 은퇴 이후는 더욱 고달프다. 다행이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근근하게 살아가는 이도 있지만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노후가 막막하다. 최소한의 생활 유지마저 안 되는 대다수의 목회자들에게 원로목사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수만을 위한 원로목사 제도,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하는 제도, 부자목사와 가난한 목사로 편을 가르는 제도, 소수의 목회자를 위해 다수의 목회자를 허탈하게 하는 제도는 마땅히 제고되어야 한다. 가진 자를 위한 제도는 보편교회가 추구할 바가 아니다. 모든 목회자에게 골고루 축복이 되는 보편타당한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되어야 한다. 노후 대책이 없는 목회자들을 염두에 둔 방향이어야 한다. 모든 은퇴 목회자들에게 보편타당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제도여야 한다. 은퇴 이후만이라도 평등해지는 그런 제도였으면 싶다.

공학섭 목사(순천대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