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이는 어느 한 사람에 대한 표현을 넘어 브랜드화 된 은 명칭이다. 시골의사라는 말에 담긴 뉘앙스는 매우 좋음을 뜻한다. 편리한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에 내려와 의술을 펴는 슈바이처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본래 “시골”이란 말은 뭔가 부족하고 어설픈 것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좀 못나고 못 배운 사람을 말할 때 “시골사람” 같다고 한다. 이처럼 “시골”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거리끼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의사 박경철에게는 “시골의사”라고 불림이 명예롭게 들리는 것일까? 아마도 도시로 진출할 기회가 얼마든 가능한데 자원하여 시골에 머물며 의술을 펴고 있다는 이유일 것이다.

어떻든 그는 이제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방송출연과 저술활동 그리고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전국을 순회하면 청소년 콘서트를 진행하여 젊은이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이제 이야기의 주제를 “시골목사”로 바꿔보자. 박경철 의사는 안동에 살면서도 시골의사라 불린다. 서울이나 대도시에 살지 않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따지면 목회자들은 80% 이상이 “시골목사”다. 또 생활도 열악하여 영세민 수준이다. 자신의 희생은 물론 아내와 어린 자식들까지 희생하며 목회활동을 한다. 그런데 “시골목사”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길 잃은 영혼들을 위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 거룩한 성직자 상인가? 아니다. 그 반대다. “시골목사”는 부끄러운 이름이다. 존경은 고사하고 우습게 여김을 받지 않으면 다행이다. 더욱 슬픈 것은 동료목사들마저 시골목사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류 목사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 왜 시골목사는 시골의사처럼 존경을 대상이 되지 못할까? 사람은 외모를 본다. 그리고 물량적으로 판단하게 되어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이려니 하며 이해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은 자신에게 있다. 시골목사로서 사명감 부족이 바로 그것이다. 어쩔 수 없어 시골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면 누가 존경을 보내겠는가? 도시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목사는 가볍게 여김을 받아도 싸다.

시골목사 중에도 존경을 받을만한 분들이 참 많다. 워낙 이름 없이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고 있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비록 적은 교인들이라 해도 사명감을 가지고 늙고 병든 연약한 영혼들을 돌보는 것이면 잘한 일이다. 목회지가 어디이든 상관없다. 도시든 시골이든 한 영혼의 가치를 값진 보배처럼 여기는 것이면 칭찬 받을 일이다.

“시골목사”를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것은 시골목회지를 소중하게 여길 때 덤으로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따라서 “시골목사”하면 명예로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시골목사 스스로가 책임질 일인 것이다.

공학섭 목사(순천 대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