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교회사(혹은 기독교사) 가운데서 그 답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처럼 교회사 가운데서 찾을 수 있는 답에는 성탄절이나 부활절을 반대할 만한 근거와 함께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러한 날들이 관행으로 지켜진 사실에 대한 근거 또한 찾아지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정확한 입장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러한 절기들이 어떻게 지켜졌는지를 찾아보면, 그야말로 광범위한 문화와 종교사가 뒤섞여 있어서 오히려 더욱 판단이 어려워질 뿐이다.

기본적으로 교회사 가운데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되는 경우는 문화사 가운데서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찾게 되는 것인데, ‘문화(culture)’라는 것 자체가 워낙 광범위하고 특정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닌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상대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로교회들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미 오래 전부터 지니고 있다고 할 수가 있는데, 그것은 문화적인 판단으로서가 아니라 성경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특별히 장로교회들이 지닌 성경적 원리에서의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은 1644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의 공중 예배에 관한 예배모범’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보다 근본적으로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17세기 개혁신학의 아주 짧은 융성기 동안에 있었던 성경에 대한 두 입장(아디아포라(ἀδιάφορα)의 문제), 즉 성경에서 명백히 언급하는 것이 아닌 문제들에 대해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면 성경이 명백히 언급하는 것이 아닌 문제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판단하여 행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냐? 에 대해 어느 입장을 취할 것이냐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두 입장들에 대해 웨스트민스터 총회는 기본적으로 성경이 명백히 언급하는 것이 아닌 문제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판단하여 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그에 반대되는 주장들도 분명히 있었고, 심지어 예배모범이 채택된 뒤에도 여전히 성탄절과 같은 특별한 날들을 지켰었는데 런던 출신의 목회자들의 경우에는 총회에서 그러한 날들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고서도 실제로는 여전히 그런 날들을 지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런던 출신의 총대목사들이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아마도 이미 뿌리깊이 정착된 관행들을 한꺼번에 시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인데, 그 문제에 대한 판단의 근거는 사실 성경이 명백히 권하거나 금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에 대한 두 입장, 즉 금해야 한다는 칼빈의 입장과 시행할 수 있다는 루터의 입장 가운데 어떤 입장을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견지했었는가에 따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문제다.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채택했던 신앙고백서 제1장은 잘 아는 바와 같이 성경에 관해 다루고 있는데, 특별히 제6절에서 이르기를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과 교회의 정치(치리)에 관한 일도 보통 사람의 행동이나 사회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이성과 신자의 지혜로 처리되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항상 지켜야 할 말씀의 일반적인 규칙에 의한 것이다.”라고 하여 기본적으로 성경을 통해 행하도록 가르친 바를 마땅히 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제6절 초두에서 이미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구원과 신앙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에 관한 하나님의 뜻은 전부 성경에 분명하게 진술되어 있거나 조리 있고 필연적인 이치로 성경에서 연역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문제는 그처럼 성경에서 연역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에 있을 것인데, 제6절은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구원과 신앙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에 관한 하나님의 뜻은 전부 성경에 분명하게 진술되어 있거나 조리 있고 필연적인 이치로 성경에서 연역할 수 있다…”고 한 언급 이후 곧장 “…우리는 어느 때를 막론하고 성령의 새로운 계시들이나 인간의 전통에 의하여 성경에 새로운 그 무엇을 첨가할 수 없다…”고 하여서, 기본적으로 성경이 명백하게 언급하는 것 외에 우리가 자유롭게 판단하여 행하는 방식을 지양(止揚)하는 입장에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에 따라 1644년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의 공중 예배에 관한 예배모범’에서는 부록을 통해 “기독교의 안식일인 주일을 제외하고는, 복음에 근거하여 성경이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령하는 날은 없다…”고 했으며, 심지어 구약성경에 언급된 “거룩한 날로 불리는 구약의 경축일은 복음에 비추어 볼 때 정당성이 없으므로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1645년 총회는 성탄절 준수를 금하는 엄중한 법령에 따라 예배모범 부록을 확정지은 것인데, 조지 길레스피(George Gillespie, 1613-1648)나 사무엘 러더포드(Samuel Rutherford, 1600 - 1661)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으로 그러한 입장을 확고히 표명했다.

오늘날 한국의 장로교회들 가운데서 성탄절을 비롯하여 부활절 등 흔히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라 칭하는 날들이 지켜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장로교회들의 역사와 함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예배모범, 무엇보다 루터의 입장이 아니라 칼빈의 입장을 따라서 성경이 행하도록 하는 것을 행하고 성경이 침묵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침묵하며 금하는 ‘적정과 절도’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바로 그러한 바탕을 이해하고 논의하는 가운데서 한국의 기독교, 혹은 한국의 장로교회들이 취할 절기들에 대한 합당한 태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진지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왕정복고 이후의 앤 여왕 시기에 발표된 법령으로 말미암아 그러한 금령은 곧장 폐기되어 버렸고, 이후로 그 의미와 실천은 복구되거나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는 현실 가운데 있지만 말이다.

장대선 목사(가마산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