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Justice)란 무엇인가?”는 하바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샐던은 정의를 최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는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정의를 판단하는 사람의 주관이 깊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인간은 무엇인가?”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서 99마리의 양을 놓고 찾으러 간다는 이야기를 했다(눅 15:1-4). 예수님은 정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양까지 찾아내는 목자의 열심에 대해서 보여 주신 것이다. 우리는 누가복음 본문에서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선 것에만 주목할 수 있다. 그러면서 “99마리 양은?”이란 생뚱맞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목자가 99마리 양을 방치하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갈 수 없다. 99마리 양은 우리에 안전하게 몰아넣고, 한 마리 양을 찾으러 갈 것이다. 

샐던은 강연에서 철길에서 다섯 명의 인부가 죽을 위기와 한 명의 죽을 위기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질문했다. 당연히 다섯 명의 인부를 살린다고 청중은 대답한다. 그런데 다음 질문은 그 한 명이 자기 아버지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청중은 말문이 막힌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명을 놓고 다섯 명을 구할 것인가? 

우리는 또 열차 안에 있는 승객과 자기 아들의 생명 두 선택에서, 아들을 포기하고 열차 안에 승객을 구한다는 동영상을 보기도 했다. 그것이 십자가의 사랑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의와 은혜는 같지 않은가? 은혜는 정의를 무시하는 것인가? 예수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시다(요 1:14). 진리를 알면 자유롭게 된다(요 8:32). 그러나 인간은 선택을 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 몰리게 된다. 단종을 따를 것인가? 수양대군을 따를 것인가? 좌파를 할 것인가? 우파를 할 것인가? 선택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존재 자체이다. 선택은 인지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인지하지 못할 때도 진행된다. 우리에게 0416 세월호의 충격이 있다. 자녀를 잃은 부모는 자녀가 물속에서 고통을 받을 때 웃고 있었다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모습을 보았다.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행하는 선택은 그 순간을 인지하는 순간 저주와 같은 상황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선택, 다섯 명을 구하든지, 자기 가족 한 명을 구하든지 한 선택을 해야 한다면 기꺼이 신속하게 선택하자. 그리고 자기 한계에 있는 생(生)의 참담함을 기쁘게 수용해야 한다. 자기 한계 밖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서는 자기 책임이 없음이 분명하다. 경술국치에서 순천의 매천 황현은 자결 순국(殉國)하면서 책임을 표했다. 그것은 구국의 결단이지,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일이 아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선택하는 인간, 완전한 것을 행할 수 없는 인간이 이룰 수 없는 세계이다. 정의는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완성된다. 인간이 정의를 이루어야 할 당위성은 고대에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 번도 정의를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럼에도 정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소수자를 보호하고, 사형 제도를 철폐하고, 범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등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면 정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 같다. 약자는 보호해서 강하게 해야 하지만, 범죄와 부패를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다. 범죄와 부패에 대해서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풍토에서 정의는 범죄와 부패가 된다. 

정의는 무엇인가? 정의는 선택과 상대주의로 평가하려면 정의는 없다. 정의를 규정하려면 인간이 무엇인지 답을 해야 한다. 인간 규정도 민족과 국가에서 차이가 있다. 세계인으로 인간 규정이 불가능하다. 세계인을 인간으로 묶으려면 하향평준화, 죄인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인간은 죄과 부패를 용납하면서까지 스스로 정의를 구현하려고 한다. 

인류에게는 정의는 없다. 힘이 정의이고, 다수가 정의이다. 정의와 정치가 동의어일 때, 정의와 진리는 혼돈 속에 있다. 경제와 무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정의는 인간이 인간됨을 실현하는 것이다. 인간이 목적을 위해서 양심을 포기하거나 잠재시키는 것을 정당화시키지 말자. 또 양심을 포기한 사람을 향해서 인간이 아니라고 정죄하지 말자. 인간은 본래 탐욕과 자기보호의 눈으로 옆을 보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는 코뿔소다. 그런 인간이 정의를 논하는 것은 구족제철(狗足啼鐵)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스스로 정의를 논하며 정의를 세울 수 있다고 합의했다. 인간은 정의를 세우려고 하지 말고,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 눈물을 닦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말로 거창한 포스터로 정의를 말하지 말고, 이웃에게 진정한 공감과 배려를 하라. 그것이 정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