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 된 우울한 뉴스를 보았는데 아주 특별한 장면을 보며 잠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대통령을 파면하는 주문을 읽었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때문이다. 뉴스를 보는 중에 일찌감치 출근하여 차에서 내린 이정미 권한대행의 머리에 핑크색 헤어롤 두 개가 얹어 있는 것을 보았다. 뒤쪽에 있으니 자신도 모르고 출근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건국 이래 가장 엄숙한 재판이 열리는 날 그것도 주무 재판관이 헤어롤을 풀지 않고 그대로 출근을 하다니.

재판장이라 하면 차가운 얼음 인간 정도로 여기지 쉬운데 헤어롤을 말아진 채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미가 느껴져 좋다. 그녀의 실수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더구나 이번 세월호 사건이 있던 날 수백명의 생명이 경각간에 달려 있던 시간 박근혜 전대통령은 전속 미용사를 불러 2시간 가까이 올린 머리를 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쳐 많은 생명을 잃게 했다. 그것도 이른 아침도 아니라 대낮 1시 50분에. 얼마나 대비가 되는 모습인지 모르겠다. 한 사람은 머리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물속에 가라앉게 했다. 또 한 사람은 집에서 자신이 머리손질을 하고 3시간 먼저 출근을 했다.

이 일을 외신들도 다루었나 보다. 미국 AP통신은 머리 위에 핑크색 헤어롤 두 개를 얹은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한국인 여성 재판관이 자기 일에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우울한 파면의 소식이 있은 날 이정미 권한대행의 헤어롤 때문에 많은 위로를 받는다. 비록 대통령을 잘못 선택하여 고통을 겪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희망이 있음을 본다. 두 여자들의 낭비벽과 불의함 때문에 엉클어진 나라이지만 자신의 일에 전념하며 서민적인 여성들이 훨씬 많기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정미의 헤어롤 사건은 우리에게 귀한 교훈을 주었다. 자기의 사명을 불충성하는 자는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다 해도 비난을 받고 파면을 당할 수 있음을 배운다. 그리고 진정한 권력은 자기 사명을 충실하게 감당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가르쳐 주었다. 또 있는데 자신의 사명에 성실한 사람은 실수도 예쁘게 봐준다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