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시대에는 왕, 제사장, 선지자가 기름부음을 받았다. 기름부음을 받는 자 가운데 한 부류인 선지자는 그 기원이야 아브라함 때부터라고 생각하지만, 본격적으로 선지자들이 양성되고, 활동하게 된 시점은 사무엘 때부터이다. 즉, 사무엘 때에 와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열방과 같은 왕’을 달라는 요구로 인해 주어졌고,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열방과 같은 왕’을 허락하시면서 전문적인 선지자 제도를 만드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사무엘을 시작으로 선지자의 사역들이 점차적으로 구체화되었다.

구약에서 제사장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제사장들의 일 가운데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신 삶의 기준으로 백성들에게 하나님께 나아가는 방법과 하나님 앞에서의 몸가짐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왕을 위한 ‘의전’을 지키며, 왕을 만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의전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왕 앞에 서서 백성들의 상소문을 읽고, 하나님께서 내리신 판결과 은혜를 전하는 것이 제사장의 역할이고, 백성들이 하나님께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지도함으로서 백성들이 하나님과 만남으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레위기의 처음 7장이 제사에 관련된 규례로 채워진 이유 역시 제사가 하나님께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고, 그 방법을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에게 제시하신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 앞에서 일하는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기업을 위한 땅을 얻지 못했고, 성읍만 얻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의 기업이 되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하나님께서 주신 땅에서 일함으로 먹고 사는 다른 지파 사람들과는 달리 제사장이나 레위지파의 사람들은 제사와 성막을 관리하는 일들을 통해 삶을 유지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일’을 위해 구별된 제사장이나 레위인들이 자신들의 영화를 위해 권력에 아부하며 일하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었다. 구약의 역사 속에서 혹은 예수님 당시의 제사장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왕정이 허락된 사무엘 시대에 선지자들의 사역이 구체화됨으로 정치권력과 제사장 계급의 유착관계로 인해 나타나게 될 문제들을 해결하시려 하셨다. 구약에서 선지자는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고, 생명의 위협이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는 사람들이다. 에스겔서 말하듯 선지자는 파수꾼처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그들이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백성들의 마음에 들든지 안 들든지 말씀을 증거해야 한다. 그래서 선지자는 ‘대언자(출7:1참조)’이다. 나아가 선지자는 광야에서 제사장들이 하나님의 구름기둥과 불기둥을 보고 하나님의 뜻을 나팔을 불어 백성들에게 알렸듯이 시대의 흐름을 보며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알린다. 이들은 사람이나 권력의 요구 보다는 하나님이 말씀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교회는 그런 선지자적 사명을 감당함으로 이 땅에서 빛과 소금이 된다. 요즘처럼 교회가 사회적인 영향력도 없고, 힘이 없는 이유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의 대언자’로서의 삶이나 시대 속에서 하나님을 증거 하는 선지자적 사명은 간과하고, 예수님 시대의 유대인들처럼 자신들을 위해 권력과 이권에 집착하기 때문은 아닐까?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 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