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은 계시록에서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게시록 21:1)’라고 말한다. 새 하늘과 새 땅에는 '바다'가 없다. 여기서 '바다'는 요한 계시록 13장에 나오는 악의 근원을 의미한다. 계시록 13장에는 바다에서 나오는 짐승을 이야기한다. 그 짐승은 땅으로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미혹하게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나오는 짐승은 사람들의 첫 번째 짐승의 형상에 절을 하도록 강요한다. 바다는 이렇게 악의 근원이고, 그렇기 때문에 새 하늘과 새 땅에는 바다가 없다. 바다가 없는 새 하늘과 새 땅에는, 즉 악의 근원이 사라진 새 하늘과 새 땅에는 악으로부터 세상에 드러나는 눈물, 사망, 애통, 곡하는 것, 아픈 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새 하늘과 새 땅에서는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계21:3-4)’않을 것이다. 즉,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나님이 함께 계시는 곳이고,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시는 곳이 된다. 아니 그 눈물의 근원인 바다를 소멸하심으로 더 이상 그의 백성들이 아파하지 않게 해 주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눈에 흐르는 눈물만 닦아주시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지 아시고, 우리의 아픔을 이해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히브리서에서는 예수님을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4:15)’라고 말씀하신다. 이런 그리스도를 통한 위로는 그리스도의 신부인 우리들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축복이다. 우리의 아픔을 이해하시고 우리를 위로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그런 일을 맡기신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애통하는 마음을 갖고 그들에게 닥친 불행을 위로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의 핵심은 ‘공감’이고, 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공감의 능력으로 아픈 자들과 같이 아파하고 우는 자들과 같이 울 수 있다. 그러나 정치나 사업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들의 이익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아픈 자들과 공감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수 백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장소나 그들을 살려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교회는 아픈 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 공감을 바탕으로 교회는 교회로서의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공감이 없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사업처이고, 목회자의 삶을 위한 수단이 된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아픈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침몰된 배에 갇힌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소망하며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풍랑을 당해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에게 배를 탄 예수님께 오라’는 그림이 있는 전도지가 돌아다니고, 딘순히 아이들이 살아오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달자는 노란색 리본에는 사탄의 궤계가 있으니 달면 안 된다는 입증 되지 않은 말들이 돌아다닌다. 이 엄청난 일 앞에서 정부만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니라, 이 큰 슬픔에 공감할 줄도, 슬픔을 당한 자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줄도 모르는 교회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 이야기가 있는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