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18회 죽산기념강좌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과 행위언약” 주제로 개최되었다. 학교 자체 학문 행사로서 죽산기념강좌인지, 총회에 헌의된 행위언약에 관한 세미나인지 의문이 있다. 합신에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반대 의견없이 진행했다. 토론 과정에서 형성된 세미나였다. 그러나 반대 의견에 대한 경청은 없고 자기 주장으로 진행했다. 작년 교단 공청회는 반대측 의견을 공식적으로 세우지 않았다. 공청회, 신학 토론은 반드시 상대 혹은 다른 의견이 있어야 한다. 자기 주장으로 공청회나 세미나를 세우는 단계를 거친 뒤에 결정하는 방식은 편파적인 결정의 한 증거가 된다. 단순한 신학세미나에서는 각자 관점을 개진시킬 수 있다. 행위언약 이해는 가벼운 이해가 아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행위언약에 대한 논의는 교단 안에 여러 의견이 있는 분야이다. 단순한 학교 행사로 진행하는 것도 좋은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일 때에는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학문은 일반 학교에서도 신성시하는 성격을 부여한다. 학문은 객관성, 공정성, 보편성을 지향한다. 신학은 일반 학문과 다르게 하나님, 복음의 절대성에 근거한 객관성, 공정성, 보편성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학교는 어떤 학문 분야보다 선해야 한다. 학문의 가장 즐겁고 치열하고 유익한 것이 갑론을박의 토론이다. 철과 철이 부딪히며 예리한 검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편향적인 토론 구성은 모든 학문적 유익 이전에 객관적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행위가 된다.

세미나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과연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대해서 어떤 신뢰를 하고 있을까? 또한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문장대로 신학하겠다는 연구자가 있을까? 약 4년여 토론에서 논박하는 양쪽 모두에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문장대로 하겠다는 주장이 없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행위언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먼저 발제자들의 논문을 간략하게 평가한다.

첫째, 김대웅 교수(구약신학)의 “구약신학으로 전망하는 행위언약”은 좋은 논문이다. 김 교수가 호세아 6:7을 아담 언약으로 주장한 것은 매우 보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그 언약을 이스라엘과 맺은 언약과 연속성을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아담은 범죄하기 전 언약이고, 이스라엘은 범죄한 후 언약이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모세 언약(율법)을 은혜언약으로 분류했다(WCF 7:5). 김 교수는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을 모두를 행위언약으로 규정한 것이 된다.

둘째 조호형 교수(신약신학)의 “아담과 그리스도: 로마서 5:12-21에 대한 주석적 고찰”은 쉽지 않은 논문이다. 아담과 그리스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명확한 명제는 아니다. 다른 간단한 질문, “예수님은 타락한 아담의 몸으로 성육신했는가?”라는 관계에 대해서 정통파 신학은 명료한 답을 하지 않지만, 바르트는 명확하게 타락한 아담의 몸으로 오셨다고 주장한다. 조호형은 단순하게 아담을 죄와 사망으로 그리스도를 의와 생명으로 대조시켰다. 두 대표자로 비교한 것일뿐, 행위언약에 대한 논의는 아니다.

셋째 김효남 교수(역사신학)의 “청교도 행위언약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논문은 제목부터 논리가 위배된다. 청교도 행위언약은 다수의 여러 의견이고,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진술은 단순 문장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칼 바르트의 언약과 창조 문장을 도입에 세웠는데, 바르트가 “율법에 기반을 둔 언약을 부정했다”고 제시했다. 그리고 행위언약을 “율법에 기반을 둔 언약”이라고 주장했는데, 주장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WCF 7장 1항과 2항이 행위언약에 대한 서술 부분인데, 율법에 기반했다는 진술은 없다. WCF 19장은 율법에 대한 제시이다. 행위언약과 율법은 전혀 같지 않다. God gave to Adam a law, as a covenant of works(WCF 19:1)에서 a law를 율법(모세율법)으로 번역할 수 없고, ‘법’으로 번역해야 한다. 법과 율법은 잘 구분해 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율법은 모세율법으로 이해한다.

김효남 교수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행위언약 개념의 근원을 밝히는 것은 학문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 행위언약을 논하는 것은 행위언약에 대한 비판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원리의 탁월성이 행위언약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대한 장로교의 신학 관점은 성경 다음인 norma normata의 권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어떤 논리가 아니라 논리를 판단하는 표준문서이다. 표준문서를 분석하는 것은 표준문서 수정을 위한 작업일 때에 좋은 기능이다. 이번 세미나의 목표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강화시키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김 교수의 심각한 신학 이해가 나타나는데, 존 카메론(John Cameron, 1580-1625)을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중요한 위인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절대 동의할 수 없고 동의해서도 안 된다. 카메론주의(Cameronites)는 소뮈르학파의 기원이고 아미날디즘의 기원이다. 좀 더 확장시키면 알미니안의 견해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반영되었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행위언약 작성에 기여한 위인들을 나열하면서, 행위언약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것은 법판정문을 쓰는 것에 위배된다. 판결은 모두의 판결이다. 기여자의 이름이 등장하는 판결문은 공정하지 못하다. 행위언약이 유효한 것은 표준문서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단 안에서 표준문서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작업은 부당하고,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부당한 주장이 갖는 모순을 지적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다.

넷째 정승원 교수의 “행위언약과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은 아쉬움이 있다. 정 교수는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의 논문을 발표했고,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안다. 정 교수는 비판받은 논리 위에서 행위언약까지 올렸다. 그리고 행위언약과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을 연결시키는데, 연결된다는 증거는 없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어휘가 없다. 어휘가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명시된 어휘를 말하지 않고, 명시되지 않는 어휘를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사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표준문서에 없는 어휘를 사용하면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사상을 논의한다고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부당하다. 정 교수는 칼빈의 창세기 주석(창 2:7)에서 “사람은 아담 안에서 완전하게 되었던 것이 아니라”고 인용하면서, “아담이 완전한 상태가 아닌 상태”로 제시했다. 부당한 인용이다. 칼빈은 “아담이 불완전한 상태로 창조되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정 교수는 칼빈의 입을 부당하게 빌려 “불완전한 상태의 아담”을 제시했다. 아담이 불환전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신학 이해이기 때문에,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정 교수는 마지막에 “행위언약을 부정하는 재세례파(Anabaptists), 아르미니우스주의자(Arminians), 바르트주의자(Barthians)”를 제시했는데 부당한 제시이다. 바르트는 행위언약을 부정하고 은혜언약, 복음과 율법으로 논리를 전개했다. 그러나 재세례파나 알미니안에서 행위언약 이해는 다양하다. 또한 윌리엄 퍼킨스의 행위언약은 모세언약을 지시한다. 범죄하기 전 아담과 맺은 첫언약으로서 행위언약의 시작을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19문)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19문에서 중보자를 지시한 뒤에 에덴동산에서 복음계시, 족장과 선지자에게 율법과 제사, 그리고 아들의 성육신으로 성취함의 구속사를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제한속죄(20문)을 고백한다. 반복하지만 신학자들이 제시하는 행위언약 개념은 통일되지 않으며,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이후에도 통일된 견해가 나오지 않는다. 장로파, 개혁파 진영에서는 다양한 행위언약에 대한 이해가 개진되었고 개진되고 있다. 서철원은 첫언약으로, 마이클 호튼은 창조언약으로, 머레이는 비판함, 자연언약으로, 송영재는 뉴커버넌트 신학으로 다양한 언약 이해가 개진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다양한 주장이 표준문서적 권위를 갖지 않으며, 표준문서 범주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세례파, 알미니안, 발티안은 분명하게 표준문서의 두 언약주의(혹은 세언약주의, 참고 존 오웬은 네언약주의)와 상이하다. 발티안의 한 언약주의(계시일원주의, 계시계속주의)이다. 새관점학파도 아브라함으로 한 언약주의이다.

두 언약주의(행위언약, 첫언약, 창조언약, 자연언약 그리고 은혜언약)의 진영은 너무나 적은 소수이다. 그런 지엽적인 소수인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놓고 논박을 하고 있다. 거대한 폭풍 앞에서 촛불의 크기를 논하는 것이다. 촛불 속에서 거대한 폭풍에 편승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수 많은 촛불이 모여도 태풍 앞에서 버틸 촛불은 없다. 그럼에도 촛불이 태풍 속에서 꺼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을 것이다. 그 믿음 때문일까 태풍을 앞에서 바람에 꺼질 촛불들끼리 자웅을 겨루고 있다. 우리는 태풍에 편승할 것인지, 촛불을 들고 태풍 속으로 들어갈 것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형성된 한 담론은 칼 바르트 신학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총신대학교에서 칼 바르트 신학을 거부하는 내용으로 논문이 많이 배출될 것이라 기대한다. 칼 바르트라는 태풍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칼 바르트의 태풍 속에서 횃불을 들고 빛을 밝힐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사람, 장로교 신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고경태 목사

[세미나 유투브 링크]

제18회 죽산기념강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행위언약"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