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오미는 그의 남편 엘리멜렉과 함께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땅으로 갔다. 먹을 것이 없어서였다. 나오미가 살던 곳은 베들레헴이었고, 베들레헴이라는 말은 ‘떡집’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풍요로운 곳에 기근이 들었고, 급기야 먹을 것이 없어진 엘리멜렉의 가족들은 ‘나의 하나님은 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모압 땅으로 ‘이주’한 것이다.

모압은 창세기에 의하면 소돔의 죄악으로 인해 내려진 재앙을 피해 살아난 롯과 그의 큰 딸 사이에서 만들어진 민족이고, 민수기 22장에서 모암 왕 발락이 거짓 선지자 발람을 통해 가나안을 향히 움직이는 이스라엘을 민족을 저주하려 했기 때문에 신명기에서는 ‘암몬 사람과 모압 사람은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니 그들에게 속한 자는 십 대뿐 아니라 영원히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리라(신명기 23:3)’라고 말하고 있다. 모압은 사사시대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긴 역사 안에서 이스라엘의 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모압을 향해 하나님께서는 ‘모압은 내 목욕통이라 에돔에는 내 신발을 벗어 던질지며 블레셋 위에서 내가 외치리라 하셨도다(시108: 9)’라고 말하신다. 이 구절은 정복군의 발을 씻기는 패전국의 모습을 상상하게 해준다. 이런 땅으로 엘리멜렉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이주했다. 워어스비라는 설교가는 엘리멜렉의 행동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은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룻기의 시대적 배경이 사사시대였음을 알고 있고, 사사시대의 특징은 하나님과께 묻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행동하는 것임도 알고 있다. 당시의 신앙적인 환경으로 볼 때 엘리멜렉의 가족들은 별 신앙적 고민없이 자기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모압으로 이주하게 되었을 것이다.

2. 룻기 1:1-5절은 베들레헴에서 모압땅으로 이주한 이후의 나오미에게 일어난 삶을 대략적으로 보여준다. 특별히 3-5절을 통해 모압땅에서 얼마동안 살았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나오미의 절망과 슬픔을 본다. 그는 먼저 남편을 잃는다. 이 당시에 남편 없이 산다는 것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룻기 1:9에서는‘여호와께서 너희에게 허락하사 각기 남편의 집에서 위로를 받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라고 나오미가 두 며느리에게 말한다. 여기서 남편은 여인이 받을 수 있는 위로의 바탕이 된다. 룻기 3:1에서는 여인에게 있어서 안식의 바탕이 남편이 된다. 이런 사회적 구조 안에 사는 나오미가 의지했던 것은 아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오미는 두 아들을 잃고 만다. 이들의 이름으로 보아 병으로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룻기의 저자는 5절에서는 나오미의 이름을 빼고,‘그 여인은 그 남편과 두 아들 뒤에 남았다’고 말한다. 남편과 아들의 죽음은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모습과 같다.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지고, 희망도 없는 절망의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절망과 함께 나오미에게는 두 며느리가 있다. 이들 역시 나오미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더군다나 이들은 이스라엘의 회중에 들지 못한다는 모압 사람들 아닌가?

3. 이런 절망의 시간 속에서 나오미는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돌보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의 고통을 보시고, 그들을 위해 일하시기 시작하신 것이다. 하나님은 애굽의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역으로 인해 고통당할 때도 그들의 고통을 보시고 아브라함과 야곱과 이삭과의 언약을 기억하신 분이시다. 하나님은 애굽의 노예로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절망을 풀어주기 위해 그들에게 모세를 보내주셨고, 지금 나오미의 절망과 좌절의 삶을 회복시키시기 위해 베들레헴에 양식을 주셨음을 듣게 하셨다.

문제는 이런 하나님의 역사 개입의 소식을 듣고 무엇을 하는가에 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반응하여 하나님의 뜻을 따라가는가 아니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그냥 좌절의 시간을 보내는가이다. 나오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답답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오미는 베들레헴으로 돌아갔을 때 자기의 이름을 ‘마라’라고 부르라고 이야기했다. 모든 것을 갖고 모압으로 갔으나 모든 것을 잃고 돌아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수모를 감내하면서도 나오미는 베들레헴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새로운 위로를 받는다. 그 위로는 모압여인 룻을 통해 얻어진 오벧이었다.

4.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먹고, 자고 웃고 떠들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문득, 다가오는 슬픔으로 울기도 하고, 또 나에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힘들어 하기도 한다. 이런 절망의 그늘을 살아가는 원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는 것이고, 그 일하심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절대로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인도하신다. 주의 지팡이로 혹은 막대기로 우리가 징계를 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의 영혼을 소성케하시며 우리를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신다. 하나님의 이런 인도하심에 눈뜰 수 있는 일주일을 보내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