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치 사상가였던 ‘토마스 홉즈(Thomas Hobbes : 1588-1679)’라는 사람은 1651년에 ‘리바이어던’이러는 책을 출간했고, 그 책 속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말을 썼다. 이 말은 사람들이 왜 국가에 자신들의 권력을 양도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자연 상태의 인간들의 삶을 설명하는 말인데, 자연 상태의 인간은 무질서 속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바탕으로 삶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무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국가이고, 따라서 국가 권력은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홉즈가 보는 사람의 본성에 대해 주목하기로 한다. 홉즈는 자연 상태의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투쟁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끝없는 갈등과 그 갈등을 이기기 위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와 투쟁해야 하는 삶을 산다. 자신의 권력을 국가에 이양함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삶을 산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은 언제나 투쟁 가운데 있다. 만들어진 질서가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자신들이 이양한 권력이 자신들을 짓밟기도 하는 갈등 가운데서 사람들은 산다. 삶 자체가 가지고 있는 비참함은 언제나 변함없이 사람들 가운데 있고,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비참함에서 어떻게 벗어나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를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하여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1문에서는 ‘사나 죽으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고 몸과 영혼이 모두 미쁘신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일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내가 ‘내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것’이기 때문에 주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고, 나를 보호하시며 지켜주실 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심으로 비참함 가운데 있던 나는 위로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그리스도의 것’임은 믿음으로 알 수 있는데,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은 ‘참된 믿음이란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계시하신 모든 것은 진실하다는 것을 알고 믿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순전한 은혜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나도 역시 죄를 용서받았고 하나님 앞에서 영원히 의롭게 되었으며 구원받게 되었다는 것을 성령께서 복음을 통하여 내게 불어넣어 주시는 굳건한 신뢰입니다(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21문의 답).’라고 믿음을 정의했다.

하이델베르그의 정의에 따르면, 믿음에는 ‘앎’과 ‘신뢰’가 중요한 요소이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서는 ‘사도신경’을 이야기했다. 즉, 사도신경에서 ‘믿는다’라고 이야기하는 대상으로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와 그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 하나님이심을 알게 됨으로 우리의 믿음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믿음의 또 하나의 요소인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은 ‘성령께서 거룩한 복음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믿음을 넣어 주시며 거룩한 성례를 사용하시어 그 믿음을 강하게 하십니다(65번 질문에 대한 답)’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성령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외적인 수단인 성례와 설교가 믿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다. 즉, 설교를 듣고, 성례에 참여함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나’를 만들어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의 구원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성례에 참여함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깨달으면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하나님의 백성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신뢰는 설교를 들음과 성례에 참여함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