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믿음으로 여는 하나님 나라’라는 말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들임으로 왕이신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왕이신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을 ‘믿음’으로 이해하면서, 하나님의 일하심에 ‘믿음’으로 참여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결단을 촉구하는 말이다. 즉,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때로는 ‘믿음으로 연 하나님 나라’와 ‘현실적인 세상’과의 괴리가 생겨날지라도 믿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찾고 믿음으로 하나님의 원하심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바로 ‘믿음으로 여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의 삶의 바탕은 하나님의 은혜와 그 은혜를 알고 따라가는 믿음이 된다.

사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바탕을 둔다. 그래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택하신 이유를‘너는 여호와 네 하나님의 성민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지상 만민 중에서 너를 자기 기업의 백성으로 택하셨나니 /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 여호와께서 다만 너희를 사랑하심으로 말미암아, 또는 너희의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려 하심으로(신명기7:6-8)’말미암았다고 이야기한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이스라엘을 택하셨고, 세상적인 관점의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택함을 받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택함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지만,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는 것이다.

2. 이런 하나님의 은혜를 바울은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린도전서15:10)’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적인 면에서 볼 때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한 죄인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조차 없어보이던 바울을 부르시고, 그 바울을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하셨고, 바울에게 하나님의 진리를 알게 하시고 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하셔서 하나님의 복음의 사도가 된 그 자체가 바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이다. 민수기에서 아론을 생각해보아도 역시 하나님 나라의 바탕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게해 준다. 아론은 하나님을 거역하여 금송아지를 만들고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떠나게 했던 자이만, 그를 부르신 하나님은 아론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표할 수 있는 대제사장의 직분을 주신다. 아론이 대제사장으로 임직하면서 그리고 대제사장으로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들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속죄제를 드리면서 아론은 바울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이런 놀라운 감격은 굳이 바울이나 아론 같은 사람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역시‘나같은 죄인 살리신 그 은혜 놀라워...’하는 찬양의 노랫말처럼 그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나’ 같이 한계가 많은 자를 ‘너’로 불러 세우시며, 하나님의 사랑을 십자가로 확증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은혜’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으면서 하나님 나라를 열게 된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는 말은 ‘하나님의 은혜’를 삶에서 누리며 사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다.

3.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은혜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의 백성된 자들에게 은혜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의 상태를 기억하고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그때, 즉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에는 ‘육체로는 이방인이요 손으로 육체에 행한 할례를 받은 무리라 칭하는 자들로부터 할례를 받지 않은 무리라 칭함을 받는 자들(11절)’이었고,‘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라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는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12절)’들이었지만, 이제 하나님의 은혜를 입음으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13절)’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가깝다’라는 말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제사를 통해 하나님 앞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우리에게 임하신 하나님의 구원, 즉, 우리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드시는 과정을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8절)’라고 요약한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인 것 같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 역시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4.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주어지는가?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를 ‘빚’으로 이야기한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밝힌 빚은 복의 빚이다. 당시의 세계관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범위의 사람들, 헬라인이나 이방인에게 까지 복음의 빚을 진 사람이 바울이고, 그 빚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때 알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도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10절)’라고 말하고 있다. 즉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선한 일을 감당하게 만드시기 위해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를 부르셨고, 우리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함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는 말이다. 은혜를 깨달은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를 부르신 이의 부름을 위해 푯대를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