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성숙하지 못하는 과정에는 목회자의 무지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 대부분 목회자들은 교회법에 대하여 잘 모른다. 사실 모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그런데 목회를 하는 사람들이 변명을 한다. “목사가 목회만 잘하면 된다” 고 한다. 그러면 왜 교회 내에서 많은 분쟁과 고소, 고발이 일어나는가?

마치 교회법을 이야기 하면 세상적인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들에게 세상의 법마저도 잘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교회법이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재판의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되는 재판을 접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재판하는 과정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어느 누구에게서 들은 몇 가지 법 지식으로 원, 피고를 대하는 것일까?

사실 재판국원으로 선정된 목사와 장로들은 교회법에 대하여 자신들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세상법을 다루는 재판관들이 가지고 있는 법의 지식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교회와 교단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재판이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무지한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재판관으로 선정이 되었다면 당연히 원·피고와는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을 하지 말고 오직 증거와 사실에 의한 재판을 하려고 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교회와 우리가 속해 있는 교단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다. 지연과 학연 그리고 돈에 의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형평성에 의한 재판이 우리교단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물어 본다면 본인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세상 재판에서 우리는 간혹 검사나 판사가 돈을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법에서 정해 놓은 절차를 무시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단에서 진행되는 재판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아예 재판 절차도 없다. 일례로 광주에 있는 K교회에서 노회에 담임목사가 이단혐의로 인정되는 사안을 증명하는 내용으로 고소를 하였다. 그런데 K 교회 담임목사는 노회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까봐, 노회 재판 중에 총회에 상소를 하였다. 쉽게 말하면 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어떠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피고가 상급법원인 고등법원에 상소를 한 것이다. 이런 일은 5.16군사 쿠데다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이런 일을 상상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그 상소를 받아서 판결을 하는 일을 자행했다. 노회 재판 중에 판결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총회 재판국이 상소장을 받아 노회 재판을 무효화시켰다. 너무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겠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법도 아니다. 노회재판의 효력은 그대로 살아 있다. 총회에서 노회재판의 결정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오히려 글을 쓰는 이에게 소설을 쓰고 있다고 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다. 노회뿐만 아니라 총회도 법을 통해 재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재판을 한다. 마치 빌라도가 유대인들과 헤롯과 하나가 되어 예수님을 재판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장로교 헌법에는 재판 절차가 성문화 되어 있다. 비록 사회법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법의 질서를 따라 재판하려고 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기초적인 법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재판국원이 된다면 공평과 정의는 사라지고 만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성도들에게 “모든 것을 적당하게 하고 질서대로 하라”(고전14:40)고 명령하고 있다. 이 말씀은 비록 교회가 은사 문제로 인해 교회의 덕을 세우는 일에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문맥에서 전하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충분히 오늘날 교회법에 대한 적용에 있어 무리가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인간과 어떤 단체에도 무제한과 무질서의 자유를 허락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유에 대한 한계를 부여하시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으로부터 일반적인 명령에 근거한 교회의 법을 깨달으면서 그 교회의 법을 단순히 인간의 전통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교회를 위해 주신 그리스도의 법이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법을 다루는 목사와 장로는 함부로 자신들의 뜻과 이익대로 자의적인 법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법이 정해놓은 절차와 방식과 판단에 의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재판관들의 모습이다.

임진남 목사(예본교회, 최세영 변호사 교회법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