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이야기]민33:1-4,시작을 위한 끝, 끝을 위한 시작

1. 히브리서에서는 믿음을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브리서11:1)’라고 정의한다. 계속된 박해의 위협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박해당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해주실 것에 대한 소망이 이루어지며, 지금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환난 가운데서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엄청난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계시록에서도 계속해서 승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 현재’겪고 있는 환난의 상황을 믿음으로 견디면 곧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계시록에서는 3년 반이나 42달 같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만 악이 허용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그 이유는 비록 지금은 엄청난 악의 공격 앞에서 좌절하며 절망할 수 있을지라도 믿음으로 그 기간을 견디고 나면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함일 것이다. 바울도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로마서8:18)’다고 말함으로 믿음으로 장차 나타날 영광의 실상을 보고, 증거를 삼음으로 현재의 고난을 이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믿음으로 우리는 ‘주를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인가 시험(에베소서5:10)’하며 살 수 있고, 이 믿음으로 우리는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로마서12:2)’하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믿음으로 우리는 이방인들 같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에 매몰되어 ‘이 모든 것’ 때문에 내일 일을 위해 염려하는 삶을 살지 않고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마태복음6:33)’하는 삶을 감당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열수 있는 것이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다.

2. 오늘 본문은 두 번째의 인구조사를 마친 이스라엘이 미디안과 싸워 이기고 그 전리품을 다 나누고, 길르앗 땅을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 그리고 므낫세의 반(1/2) 지파에게 나누어준 후에 모압평지에 모였을 때 ‘모세가 여호와의 명령대로 그 노정을 따라 그들이 행진한 것을 기록(2절)’한 내용의 서두이다. 출애굽 1세대는 가데스바네아에서 하나님을 거역함으로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하고 모두 죽고, 이제 광야 1세대가 되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모압광야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출애굽 때부터 지나온 여정을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시고, 모세는 그 말씀을 받아 그의 백성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데이비스(G. I. Davies)라는 학자는 앗수르 왕들의 원정기에서 앗스르의 왕들은 자신들이 거둔 승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머물렀던 체류지를 ‘참전기’형태로 보고했다는 것을 받아들여 민수기33장의 도시 목록들을 기록한 이유를 왕이신 하나님께서 성공적으로 그의 백성을 이끄시고 승리하신 체류지에 대한 목록으로 본다. 그렇다면, 모세가 가나안을 앞두고 이런 여정을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마지막, 즉 하나님과 동행함으로 승리한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에서도 승리함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일 것이다. 즉, 시작을 위해 마지막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땅 한평도 가지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어떻게 땅을 나누고 거기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반복해서 이야기하시는(민수기26:52-56; 민수기 33:50-56) 이유 역시 하나님과 함께하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미리 알라는 하나님의 요구일 것이다.

3. 비록 하나님을 거역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대들이지만 그들에게 가나안 땅은 약속의 땅 일뿐 아니라 부담이 되는 땅이었을 것이다. 과거 아버지 세대들이 그 땅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메뚜기’같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민족이 살고 있는 땅이고, 그래서 일부의 족속들은 길르앗 땅을 바라보면서 ‘이곳이 좋아오니’라고 말하면서 요단강을 건너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러운 땅일 수 있다. 그런 땅 앞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서 새로운 땅으로 나갈 것을 요구하시기 전에 과거를 기억할 것을 요구하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라는 것들’에 대한 실상이고,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증거인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약속하신 땅을 향하여 나갈 것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이 선 모압 광야는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통해 얻어질 승리, 끝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고, 그 시작의 바탕은 당연히 하나님과 동행하면 승리한다는 믿음이 된다.

4. 주님은 하늘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을 향해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테복음28:18-20)’라고 말씀하신다.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께서 새롭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을 시작해야 하는 그의 제자들에게‘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라고‘끝’을 이야기하신다. 최후의 승리가 그리스도에게 있음을 확인하느 예수님의 제자들은‘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고, 그 시작을 위해 예수님은‘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고 끝을 먼저 말씀하신다. 모압 광야에 모인 가나안 땅을 정복해야 하는 광야 1세대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과거를 말함으로 끝을 이해하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끝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끝’을 시작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하자.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