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나오기 까지는 팔츠 지역의 선제후였던 프리드리히 3세(Fridrich Ⅲ, The Pious, 1515-1576)의 역할은 컸다. 그는 팔츠지역에서 일어난 루터파와 칼빈파와의 성찬에 대한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공개토론을 했고, 그 결과 그는 칼빈의 신학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당대의 뛰어난 학자였던 우르시우스에게 후손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요리문답을 작성하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만들었던 우르시우스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은 누구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고, 신앙의 형태가 장로교인가 아니면 카돌릭인가 혹은 감리교인가는 그 땅을 지배하는 영주들이 결정했다. 영주의 신앙은 곧 그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신앙이었고, 혹 영주의 신앙과 다른 고백이나 다른 신앙적 형태를 따라간다면 삶의 많은 제약을 당했다. 실제로 프리드리히 3세는 개신교 신앙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고, 오랫동안 가난한 왕족으로 살았다고 한다. 영주들은 신앙의 차이를 이유로 전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만큼 하에델베르그 요리문답이 만들어진 시대는 절대적인 가난과 함께 정치적이거나 신앙적인 갈등이 많은 시대였다. 그런 시대 속에서 우르시우스는 사람이 추구해야 하는 삶의 목표보다는 사람들의 삶에서 느끼고 경험되는 비참함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만들었다.

하에델베르그 요리문답은 1,2문은 서론으로 참된 위로는 무엇이고, 그 위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을 먼저 알아야 하는가를 설정한다. 따라서 하에델베륵 요리문답은 교육 목표로 ‘위로’를 설정하고, 무엇이 위로이고 어떻게 해야 위로를 받을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교육과정으로 짜여 있다. 그런 교육과정 안에서 3-11문은 로마서 1:18-3:20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의 비참함의 이유는 죄 때문임을 밝힌다. 즉, 사람이 위로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져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 다음으로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깨짐으로 비참해진 인간이 찾아야 하는 위로, 즉, 구원의 길을 로마서 3:21-11:36을 바탕으로 12-85문까지 길게 가르친다. 특별히 사도신경을 중심으로 믿어야 하는 대상이 누구이고, 그 대상을 통해 위로가 어떻게 찾아오는가를 말한다. 그리고 65-85문까지 성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구속받은 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86-129문을 통해 가르치는 데, 이 부분은 로마서 12-16장이 바탕이 된다. 여기서는 특별히 십계명과 주기도문을 통해 ‘감사의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위로받은 자의 윤리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즉, 하에델베르그 요리문답의 교육과정적인 바탕은 인간의 비참함을 밝히면서, 그 비참함에서 참된 위로를 줄 수 있는 유일의 원리로서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가르치고, 참된 위로를 받은 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윤리적인 실천의 틀로 십게명과 주기도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통해 우르시우스는 비참함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위로를 체험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이야기하려 했다는 말이다.

현대인들은 참된 가치나 절대적인 원리에 대한 담론을 잃어버린 채, 바로 앞에 있는 만족을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현대인은 더욱 더 비참하다. 절대적으로 가난했던 과거보다 더 비참한 풍요의 삶을 사는 시대이다. 그래서 현대는 위로를 얻기 위해 세상을 향하고 물질을 향한다. 그러나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은 참된 하나님 안에 있는 위로를 이야기하고 가르친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