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주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정결함의 원천이신 그리스도로 인해 세상에 대하여‘샘이 깊은 물’이 되어서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는 사람들임을 나누었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마태복음5:13)’라고 말씀하신 것도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는 우리들이 세상의 부정을 막고 세상을 정결하게 만드는 원천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샘이 깊은 물’로서 우리들임을 강조하시는 것이다. 즉,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은 이 땅을 보존하고,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역할을 감당하게 되며, 하나님의 실존을 삶에서 드러내게 되어있다. 이런 하나님 백성의 삶을 웨스터민스터 소요리문답에서는 ‘사람의 근본’으로 이야기하면서 ‘사람의 근본은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하나님을 영화롭게하는 것’으로 말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삶에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삶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실존에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라브리’라는 공동체를 만든 프란시스 쉐퍼라는 분은‘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책에서 사람의 인식의 문제를 다루면서 ‘하나님은 존재하시며 침묵하지 않으신다’고 말하면서 책의 제목을‘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이라고 했다. 이 제목은 아주 중요한 신학적 의미를 갖는데, 그중 하나가‘거기 계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마틴 부버의 ‘나와 너’에서 말하는 것 같이 하나님은 나에 대하여‘너’의 자리에 계신다는 말이다. 즉, 쉐퍼가 ‘거기 계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한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하나님의 상대로 인정하신다는 것이고, ‘거기’는 나에 대하여 ‘너’로 찾아와 주신 하나님의 실존적인 자리매김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와 주신 하나님께서‘거기 계신다’는 것을 알게 해 주신다.

2. 성령이 함께하지 않을 때, 즉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에베소서2:2)’을 따라 살 때 에베소인들의 삶을 바울은 ‘말 못하는 우상에게로 끄는 그대로 끌려(2절)’다니는 삶으로 이야기한다. 이런 삶은 ‘육체의 욕심을 따라 지내며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여 다른 이들과 같이 본질상 진노의 자녀(에베소서2:3)’로서의 삶이다. 즉 우상이 ‘나’에 대하여 ‘너’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죄의 노예’가 되고, 죄로부터 사망을 삯으로 받는 삶을 살았다는 말이다. 즉,‘나’에 대하여 우상이‘너’의 자리에 있을 때의 특징을 바울은‘그 때에 너희는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라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는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에베소서 2:12)’였다고 말한다.

3.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하심으로 하나님께서 나의‘너’가 되심으로 ‘이제는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에베소서 2:13)’고, 성령께서 함께하심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은‘예수를 주시라’할 수 있게 만드신다. 영적으로 죽음의 상태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시고, 그 부름에 합당한 응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성령님께서 우리 가운

데 일하시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바울은 우리 몸이 하나님의 성령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이라고 말한다(고린도전서6:19-20). 요한 역시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장막을 치시고 내주하신다고 말한다(요한복음1:14). 성령께서 함께하심으로 새로운 삶이 드러나게 된다. 바울의 예를 드면,‘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로마서7:24)’라고 외치며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의 실존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바울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로마서8:2)’살려주신 것이 ‘너’로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이며, 마찬가지로 에스겔이 본 골짜기의 마른 뼈와도 같은 나에게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을 주신 것 역시 ‘나’에게 ‘너’로 찾아오신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이고, 이렇게 ‘나’에게 찾아오신 하나님과의 만남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 ‘거기 계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이 된다.

4. ‘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의 두 번째 의미는 하나님은‘나’의 상대인 ‘너’가 되시어‘거기’계시면서 하나님의 상대가 되어 하나님의 ‘너’가 된 나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말이다.‘너’의 자리에 하나님께서 서실 때 하나님은 비로소 말씀하시기 시작한다. 아니 ‘거기 게시는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비로소 우리는 그분의 음성을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들음으로 믿음은 더욱 공고한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드러나게 된다. 바울이‘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로마서10:17)’라고 말할 때의 들음은 ‘너’이신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이고, 이런 들음은 인격과 인격이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말함’과 ‘들음’을 통해 일어나며, 그 들음은 삶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하시는 분 역시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님이 되신다. 그 이유는 성령 하나님만이 하나님을 아시고 그분만이 우리에게‘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요한복음14:26)’하시며,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는 기쁨을 찾아내어 하나님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부터 성령 강림 주일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새벽기도회를 갖는다. 이 기도회를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을 ‘나’에 대하여‘너’로 만나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거기 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이심을 깨닫고 나에게 찾아오신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의지하는 삶을 함께 감당해나가기를 소원한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