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연경 교수는 바울신학계의 화두를 '새 관점(NPP)'으로 제시한다. 새관점은 종교개혁의 핵심적 가르침을 부정하는 것으로 개혁신학계에서 평가해서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 전통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106).

1. E. P. Sanders와 초기 유대교

   새관점의 시작은 1977년 E. P. 샌더스(Sanders)의 Paul and Palestinian Judaism의 등장에서 비롯하였다. 유대교가 율법주의적 종교가 아니라 은혜종교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들이 언약백성의 신분을 회득하려는(getting in) 공로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은혜로 주어진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staying in) 노력했다는 것이다(107). 이러한 유대 종교의 패턴을 "언약적 율법주의/신율주의"(Covenantal Nomism)라고 샌더스는 불렀다. 

 샌더스의 주장을 신학학계가 적극 수용하였다(J. Dunn). 반대 의견도 있다(D. A. Carson, Thielmen). 이들은 유대교의 다양성을 과소평가하고 율법주의 경향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 권 교수의 글로 본다면 새관점을 반대하는 진영도 주장을 인정하면서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문적 주장을 거부할 명분은 없다. 학문과 신앙의 자세는 분명하다. 학문은 이성, 회의에서 시작하지만, 신앙은 십자가, 성령에서 시작한다. 

2. 달라진 유대교, 달라진 바울 - 샌더스와 던 그리고 새관점의 시작

   샌더스는 1세기 유대교는 율법주의가 아닌 언약적 신율주의라면 제시하면서, 바울이 비판한 것이 무엇인가 새롭게 제시해야될 과제를 안았다. 그는 바울이 비판한 유대교의 모습은 배타적 사고 방식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서 '새관점'이란 용어를 고안한 던(Dunn)은 "샌더스의 유대교 평가는 후한 점수를, 그의 바울 해석에는 낙제점을 매긴다. 유대교의 언약적 신율주의는 잘 설명했지만, 이를 바울과 연결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이다"(108-109). 던은 유대인의 '오해'misunderstanding를 겨냥했다. 바울이 유대인이 하나님의 언약을 자신들만 소유하려는 배타적 태도, 정체성, 사회적 기능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1. 믿음과 행위의 이항대립에 근거한 개신교적 바울해석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칭의나 구원이 믿음을 통해 은혜로 주어진다고 보는 기독교 대(對) 구원을 행위의 산물로 간주하는 유대교라는 대립은 바울의 의도를 오해한 것이다. 

2. 70년 이전의 유대교는 율법에 대한 순종이 구원의 길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하나님의 선택은 은혜에 의한 것이었고, 율법의 순종은 바로 이 은혜 언약의 틀 속에서 이해되었다. 율법은 “getting in”을 위한 것이 아니라, “staying in”을 위한 것이었다. 

3. 헬라 문화 속의 소수 그룹으로서 유대 공동체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을 상징하는 특정 요소들(할례, 음식규정, 절기규정)이 자연스레 두드러지게 되었다. 

4. 바울은 하나님의 선택과 자비에 관한 이런 유대적 신념을 긍정하면서 또한 반대한다. 이스라엘과의 언약이 불변한 것으로 긍정하면서도, 그는 구원의 가능성을 유대인들에게만 국한하는 데는 반대했다. “율법의 행위”로 의롭게 될 수 없다는 진술은 유대 공동체의 일원만이 참된 의인이라는 신념을 반박하는 것이고, 칭의가 믿음으로 주어진다는 진술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는 신념을 주장하는 것이다. 

5. 바울신학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시대착오적인 신학적 전제를 바울의 텍스트에 주입한 탓이다. 바울의 의도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전제 없이 역사비평적 방법을 충실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III. 새관점과 옛관점의 충돌

1. 새 관점과 칭의론의 사회학적 문맥

  새 관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울의 칭의론이 이방인과 유대인의 관계라는 구체적 정황 속에서 개진되고 있음을 중시하는 것이다(111). 바울의 칭의론은 유대인/이방인의 관계 문제가 얽혀있다는 사실이 자명하다(111). 갈라디아서, 로마서 등에서는 이신칭의라는 아브라함의 복이 율법의 저주를 속량하는 십자가로 이방인에게 미치는 것과 믿음을 통해서 성령을 받는 것이라는 이중 목적 사건이다. 바울의 칭의론은 사회적 이슈롸 관련한다. 사회적 정황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바울의 칭의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 권 교수는 바울의 칭의론에서 사회적 정황을 제시한 것이 "균형있는 바울 이해"에 기여했다고 제시했다(114).

2. 새 관점의 모호함과 칭의론의 구원론적 성격

   샌더스와 던이 유대교의 율법주의 성격을 벗기려고 노력했지만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새 관점 학파 중 라이트는 "바울의 칭의 개념은 결코 구원론적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포로와 회복이라는 언약적 흐름에 바탕을 두고 누가 새로운 언약의 백성이냐?를 다루는 교회론적 개념이라고 강조한다"(116). 바울의 칭의론을 교회론적 개념으로 제한하려는 던과 라이트도 한계에 직면한다. 

IV. 옛 관점과 새 관점의 만남

  새 관점이 바울의 칭의론이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 문제임을 보았다. 옛 관점은 하나님과 인간과의 죄와 구원의 문제를 다루는데, 새 관점은 신학적 관점이 아닌 사회학적/교회론적 관심이 동시에 나타난다. 

1. 전통적 관점 내의 긴장

  새 관점은 율법과 복음이라는 경직된 이분법에서 계시적 연속성, 구약/유대교와 기독교, 옛언약과 새언약을 관통하는 연속성을 강조한다. 종교개혁의 구원론은 행위언약/은혜언약이라는 이분법이었는데 은혜의 무게가 과소평가된 것이다. 

  바울이 제시하는 "믿음의 행위"(살전 1:3, 살후 1:11)에서 행위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구원은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울은 율법의 행위는 비판하면서 순종을 강조한다.(120) 종말론적 구원이 신자들의 행위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도리는 없다(122).  

-> 권 교수는 전통적 칭의론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오직 믿음'의 교리는 알파와 오메가가 그리스도라는 선언인데, 성경 본문에 매여서 믿음과 행위에 묶여버렸다. 

2. 새 관점의 가능성

   전통적인 관점과 달리 새관점은 "행함"의 문제로 다툼이 아니었다고 한 것이다. 은혜 언약으로 유대교와 기독교가 유사하고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율법과 복음의 이분법을 해소하지 못하던 개혁주의 입장에서 구속사적 관점에서 율법과 복음의 연속성을 존중하는 모습은 반가운 일이다(124). 새 관점은 전통적 해석애 내재된 긴장 혹은 모순을 선명하게 만들어 바울 이해에 기여했다(125).

-> 율법과 복음을 긴장 관계로 본 개혁파는 없다고 생각한다.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의 구분이 율법과 복음의 구분이 아니다.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의 한계에 대해서 서철원 박사가 첫언약과 새언약으로 대안을 제시하였다. 한 언약(은혜언약)을 주장하는 학자는 카알 발트이다. 새 관점 학파는 카알 발트의 언약 개념과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서 제시하는 것도 좋은 연구 소재일 것이다. 

V. 바울의 칭의론과 일 세기 유대교

1. 바울과 일 세기 유대교

   신학학계에서 샌더스의 1세기 유대교의 모습은 공유하고 있다. 새 관점 학파는 유대교의 사회적 기능을 전통적인 입장에서는 유대교의 율법주의적 흐름을 강조한다. 

2. 바울서신과 율법의 행위

  유대교나 바울서신이 '율법의 행위'.. 바울 서신에서 유대교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유대교의 은혜론자들이 값싼 은총 교리가 있었다고 한다.(131) 

VI. 바울이 말하는 믿음과 은혜의 논리

1. 바울은 왜 율법의 행위를 비판하는가?

  바울의 칭의론의 한 축은 율법의 행위에 대한 비판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율법을 완전히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새 관점에서는 율법의 사회적 기능 때문이다. 바울의 회심은 사회적 기능에 대한 구분선이 된다. 율법을 완성했다는 그리스도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율법의 행위가 교리적인 독소 때문에 거부한 것이 아니라 율법이 지닌 태생적 무능력, 인간의 연약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율법이 생명을 주는 능력이 없고 성령으로 받는다. 율법의 연약함을 제시하는 것이다.

2. 오직 믿음으로

   바울은 믿음을 통해서만 성령을 받는다고 제시한다. 예수의 대속적 죽음이 우리로 하여금 성령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놀라운 주장과 동일하다(134). 로마서에도 유대교의 정체성은 나쁜 것이 아니라 무익한 것이다(135). 예수는 우리의 죄를 위해서 죽으신 것처럼 우리의 칭의를 위해서 살아나셨다(136). 로마서에서는 할례가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갈라디아서에서는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특수한 정황때문이다(137). 

 율법이 아니라 성령의 역사다(137). 

-> 본 논문에서 권 교수는 새 관점 학파를 효과적으로 수용하며 전개한다고 볼 수 있다.

1. 새 관점 학파, 샌더스가 말하는 1 세기 유대교에 대한 분석을 정당하다고 이해해야 하는가? 권 교수의 글로는 신약학계가 인정하는 경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메이천은 1세기 유대교에 대해서 바울보다 유대교를 더 잘 아는 19세기 인물은 없다고 냉소적으로 비판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1 세기 유대교 이해를 정설로 받아야 될 이유가 무엇인가? 다양한 텍스트 제시인가? 텍스트면 모두를 신뢰해야 되는가? 

2. 새 관점이 충돌하는 옛 관점은 전통적 종교개혁 칭의론과 구별해야 한다. 메이천이 비판한 자유주의 바울 신학이 옛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이천이 비판한 자유주의의 바울 신학도 종교사학파적 이해,대 분파적 이해 등으로 다양했다. 바울 신학계의 라인을 두 관점(옛 관점과 새 관점)으로 제시하는 것은 지나치다. 새 관점의 기준의 옛 관점은 자유주의의 바울 신학이라고 보아야 한다.

3. 믿음과 행위 관계 문제를 새 관점에서 해소했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구원론에서 믿음은 '구원의 시여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성화에서 믿음의 문제는 '성화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인간의 믿음과 인간의 행동과 인간 사회에 대한 논의와 별개의 사안으로 비교할 수 없다. 

4. "율법이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율법의 진의에 대한 무지에 의한 것이다. 율법은 태생적으로 행위를 목표로 하지 않고 몽학선생(초등교사)의 역할로 갈라디아서에서 제시한다. 율법으로 생명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율법주의이다. 그리스도인은 율법을 믿음으로 준수하며, 율법을 준수함으로 의에 이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의 의의 현시로 만족하거나 추구하지 않는다. 믿음의 백성은 오직 믿음의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정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