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주후 2세기경의 변증서인 ‘디오게네투스의 편지’라는 글에는 ‘기독교인과 비 기독교인과의 차이는 국적의 문제도 아니고 언어나 문화의 차이도 아니다. 기독교인들이라고 해서 자신들만의 도시를 건설해서 그 곳에 따로 사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들의 방언으로 말하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아주 괴팍한 삶을 고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나라인 고향에 살면서도 행동을 지켜보면 나그네처럼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 육신을 입고 살아가는 운명이지만, 육신을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땅에 살아가면서도 시민권은 하늘에 두고 사는 사람들이다. 주어진 법을 준수하지만, 법을 초월하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그들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정죄를 당하지만 도리어 죽음같은 고난 때문에 삶에 더욱 활력이 넘친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부요케하며, 자신들을 향한 저주를 축복으로 갚으며, 핍박을 친절로 되갚는다...’ 이런 삶의 방식이 가능한 것은 핍박이 극심한 그 때, 예수님을 따랐던 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세상에 매이지 않고, 도리어 세상을 이끌어왔음을 입증해 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디오게네투스의 편지에서 이야기하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래서 그들은 이 땅의 원리와는 다른 삶을 산다고 말한다. 즉, 그들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정죄를 당하지만 고난 때문에 도리어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수 있으며, 자신을 향한 저주를 축복으로 갚을 수 있게 된다.

2.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나는 누구냐?’라는 질문과 함께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을 던지신다.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보고,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려고 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서, 그렇게 우리를 인도하시고 붙으시는 하나님은 누구신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은 독생자까지도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내어주신 창조주 하나님이시다. 그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는 내 성호를 속되게 하지 말라 나는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거룩하게 함을 받을 것이니라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요 /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자니 나는 여호와이니라(레위기22:32-33)’라고 스스로를 드러내신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하나님은 많은 나라들이 있고, 많은 민족들이 있지만, 특별히 이스라엘을 택하심으로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으로 스스로를 구별하셨고,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 백성으로서 구별된‘거룩’한 삶을 요구하신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와 ‘임마누엘’, 즉 함께 해주신다고 약속하신다. 하나님께서는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그의 백성들과 동행하셨는데, 우리들에게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요한복음1:14)’심으로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과 동행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던 것처럼‘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한복음1:14)’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누구냐?’라는 질문 앞에 ‘하나님은 우리의 왕이십니다’라고 고백하게 된다.  

3. 그 하나님은 우리를 만드셨고, 우리를 지금까지 인도하시고 붙드신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바울은 ‘그때’의 나를 ‘허물과 죄로 죽었던(에베소서2:1)’존재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때는‘허물과 죄로 죽었(에베소서2:2)’었기 때문에 ‘육체의 욕심을 따라 지내며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여 다른 이들과 같이 본질상 진노의 자녀(에베소서2:2)’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때는 사람의 일을 생각했고, 죄로부터 ‘사망’을 삯으로 받으며 살았다. 이런 나에게 주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은혜로 구원을 베푸셨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우리는 ‘너는 누구냐?’라는 하나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 답을 통해 우리는 디오게네투스의 편지를 쓴 사람이나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으로서의 믿음을 이해할 수 있다.

성경은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너는 누구냐?’라는 하나님의 질문에 ‘하나님의 백성’ 혹은 ‘하나님의 양’이라는 답을 던진다. 그리고 이런 정체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하나님과의 같이하심을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감당하게 된다.

4. 오늘 말씀도‘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대하여 우리가 해야 할 답을 던져준다. 우리는 하나님의 택하신 족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스스로 여러 민족 가운데 우리만의 하나님이 되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왕 같은 제사장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고, 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의 복을 드러내는 삶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의 소유이고,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며 살아간다. 디오게네투스의 편지 글에서 보았던 것처럼 우리는 전에는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 여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얻지 못하여 스스로 세상에 속한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그리스도의 은혜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고, 하나님의 긍휼을 얻으며 살아가며, 특별히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사람들이 되어‘주어진 법을 준수하지만, 법을 초월하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그들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정죄를 당하지만 도리어 죽음같은 고난 때문에 삶에 더욱 활력이 넘친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부요케하며, 자신들을 향한 저주를 축복으로 갚으며, 핍박을 친절로 되갚는’삶을 감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세상이 참 어둡다. 빛이 왔는데도 세상은 이미 찾아온 빛을 외면한 채 서있고, 우리 역시 하나님의 백성인 데도 하나님의 백성인 줄을 모르고 살기 때문에 세상이 참 어둡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