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새벽 기도시간에 00님이 생각났다. 한 동안 무심하게 대한 일을 회개하며 심방 계획을 세웠다. 그는 10년간 주독으로 입,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부탁할 일 있으면 늘 공중전화를 한다. 천사 같은 어머니라도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받아 주냐’며 종종 거절하신다. 형과 아버지는 접근하지 않는 편이다. 누나는 더 매몰차게 대하며 ‘동생에게 사정없이 하라’는 소리를 몇 번 건넸다. 그래서 어느 날, 걸려온 전화에 작심하고 서운한 말로 해댔다. ‘그럴 수 있냐’며 야단을 쳤다. 그가 ‘목사님! 맞아요.’? 할 정도였다. 한 동안 교제가 끊겼고 그가 연락하지 못함이 마음 아팠다. 사실 그는 필요할 때만 사정한다. 그러면 어머니를 설득하여 그 부족을 채우고 또 퇴원 시켰다. 일단 밖으로 나오면 교회는 고사하고 전화 한통 없다. 그래서 환자인데 이해를 못했다. 값 많이 오른다고 어머니가 사다 감춰 놓은 담배도 귀신같이 찾아 피웠다. 돈 없으면 야밤에 동네 구멍가게 주인 졸고 있을 때 술을 몰래 갔다 마셨다. 언제나 밥 대신 과음과 사고로 강제 입원을 시켰다. 그런데 두 달 전에는 ‘더 이상 절제 할 수 없어 사고 칠 것 같다’고 스스로 병원 찾아 들어갔다. 어머니는 그것만으로 위로를 삼고 실날같은 가능성을 봤다.

화요일 아침, 00정신 병원에 면회 신청을 냈다. 보호자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부모 동의가 필요했다. 조용히 가려한 방문이 틀어졌다. 그의 어머니에게 연락했더니 반가워하셨다. 이틀 전, ‘아들이 좋아한 통닭을 준비하여 만나고 왔다’며 주치의 선생님께 허락 받아 주기로 하셨다. 아들이 순전하게 나가 그만큼 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점심 식사 계획으로 00병원을 찾았다. 면회 신청서를 작성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왼편은 알콜 환자, 오른편은 정신과 병동으로 백 여 명이 서성거렸다. 그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규칙적인 생활에 얼굴이 좋았다. 원래 꽃미남인데 머리를 짧게 밀어 스타일을 구겼다. 간호사에게 외출증을 받았다. 절친 환우들이 외출함을 부러워하며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영광 백수 해안 일주 도로를 찾았다. 평일이라 한가로웠다. 갈매기가 날았다. 차창을 열었더니 갯냄새가 풍겼다. 봄바람 살랑 이는 절경에 밀려든 안개가 먼 바다 시야를 가렸다. 그래도 그가 웃음 지으며 마음을 활짝 열어 줘 고마웠다.

묻는 말에 답을 잘해 살갑게 대했다. 토요일 외출하여 주일에 엄마와 함께 예배 참석을 권했다. 대답은 쉬웠다. 말만 들어도 마음이 흐뭇하였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굴비 정식 집으로 갔다. 그는 바로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나왔다. 자리에 앉으며 ‘목사님! 목마른데 콜라 한 병 시켜 주세요.’ 그 중독을 알기에 ‘밥 먹고 시키지?’ 라고 거절했다. 법성포 소문난 식당으로 몇 차례 들린 곳이지만 종업원 표정은 어두웠다. 그러나 상차림은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굴비 구이, 굴비찌개, 굴비 장아찌, 생선회, 삼합, 새우, 생선 전, 병어 찜, 게장, 모시 떡... 그는 생선회를 즐겨 먹었다. 게장과 모시 떡은 집사님께서 싸 주셨다. 식후에 콜라를 시켜 혼자 마시며, ‘약 먹을 시간 넘겼다’고 걱정해 서둘러 일어섰다. 또 커피를 뽑아 들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술 대신 담배, 커피, 콜라를 너무 즐겨 마심이 걱정스러웠다. 오는 길에 병원을 들렸다. 현관에서 들어간다는 인사를 받고도 같이 올라갔다. 간호사가 음주 측정기를 갖다 대며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했다. 00님에게 ‘어머니가 궁금해 하실 일이니 전화하라’ 타이르고 나왔다.

그 날 저녁 그의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번에는 딸 문제로 날 만나고 싶어 하셨다. 대충 들은 딸 사연은 이랬다. <목사님! 딸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다 손녀를 낳고 이혼했어요. 그래 손녀와 친정에 들어와 살았지요. 저랑 시장에서 사업하다 또 다른 사업가에게 재혼하여 나갔어요. 그런데 전처 딸과 시모에게 우리 손녀와 딸이 시달려도 버텼지요. 하지만 손녀가 갈등하며 외가로 돌아왔어요. 그러는 사이에 또 딸을 낳아 기르다 같이 살지 못하고 다시 갈라섰어요. 그리고 어린 손녀를 데리고 친정으로 와서 살았지요. 두 손녀 성을 지 엄마의 성으로 바꿨어요. 최근 무주택자로 인정받아 주공 아파트를 마련하여 변두리로 나갔어요. 문제는 사춘기 시절 손녀딸(고2)이 충격 받아 두문불출하며 집에만 있어요. 배다른 동생이 벌써 초등학교 입학했네요. 동생은 언니를 그렇게 좋아하며 따르지만 언니는 안 보려 해요. 이런 일로 딸이 답답해서 목사님을 같이 한번 뵈고 싶어 해요. 다음 주 화요일 어떠세요?> 위로가 됨은 그나마 큰 아들이 유학 경험을 살려 영어 학원을 경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남매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편도 이제 완전 술을 끊고 사업에 전념하여 아들 학원 차량 운전을 돕고 계신다. 어째든 하나님 떠난 가정을 위해 기도하며 섬기리라.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