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의 목표는 살았을 때뿐 아니라 죽어서도 누릴 수 있는 위로를 찾는 일이다. 이때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서 말하는 ‘위로’는 다윗이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편23:4)’라고 노래했던 것처럼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누릴 수 있는 평안을 의미하는 데, 이 평안의 근거를 다윗은 ‘주님의 막대기와 지팡이’라고 말한다. 즉, 주님을 의지함으로 얻어지는 ‘안위’가 곧 위로라는 말이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은 이런 위로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사람이 스스로를 비참하다고 깨닫게 되는 지점을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서는 율법이라고 말한다. 율법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주신 은혜의 산물이지만, 율법으로 구원을 얻을 수는 없음을 바울은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로마서3:20)’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로마서3:21)’것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로마서3:21-22)’를 주셨다고 말한다. 이 의는 믿는 자들 가운데는 차별이 없는 이 ‘의’는 ‘나의 죄와 비참함으로부터 어떻게 구원받는가(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2문)’의 답이 된다.

문제는 복음이 주어졌다고 해서 누구나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서는 위로를 얻기 원하는 자들은 ‘복음에 약속된 모든 것을 믿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위로 받기를 원하는 자들이 믿어야 할 ‘이 복음은 보편적이고 의심할 여지가 없고, 우리의 기독교 신앙의 조항들인 사도신경이 요약(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22문)’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사도신경은 ‘복음에 약속된 모든 것’의 요약이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 때문에 사도신경은 많은 교리서들의 중요한 내용이 된다. 예를 들어 종교개혁 이후에 루터도 요리문답을 만들었는데, 루터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으로 만드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요리문답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신칭의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루터의 요리문답은 먼저 십계명을 통해 인간의 죄인 됨을 확인시키고 죄인인 인간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십계명 다음에 사도신경을 이야기한다. 칼빈 역시 첫 번째 요리문답에서는 루터를 따라 십계명 다음에 사도신경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거의 모든 지혜, 말하자면 진실하고 건전한 지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우리 자신을 아는 지식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제네바 요리문답에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위해 사도신경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웨스터민스터 대소요리문답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리 문답서에서 사도신경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 그 이유가 사도신경의 내용이 우리가 고백해야 하는 ‘보편적’ 신앙일 뿐 아니라 우리가 동의해야 할 믿음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도신경은 예배 때 암송하기 위한 제의적 요소가 아니라, 내가 왜 예수 그리스도의 것인지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을 보호하시며 구원하신 하나님은 누구신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주어진 영생에 보증이 되시어 마음을 다해 하나님을 위 살아가는 기쁨을 주시는 성령님께 대한 믿음의 고백이다. 믿음으로 사도신경을 고백하면서 나에게 참된 위로를 주시는 은혜의 하나님을 묵상해보자.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성경신학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