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朝鮮)은 정도전의 미완성 혁명 작품이다.

이덕일,『정도전과 그의 시대』, 옥당, 2014.

비운의 혁명가인 정도전은 토지 개혁(田制改革)으로 조선을 설립하려고 하였지만, 태조 이성계가 토호 세력과 결탁하면서 완전한 토지 개혁을 이루지 못하였다. 토지에 대한 개혁이 진정한 개혁이였다(계민수전, 計民授田). 과전법(科田法)은 부의 이동은 되었지만 진정한 토지개혁이 되지는 않았다. <드라마 “정도전, 36회”에서는 계민수전을 정도전이, 과전법을 정몽주가 주장하고 조준이 따른 것으로 방영하였다>

2. 계유정란(癸酉靖難)은 계유정란(癸酉靖亂)이다.

이덕일,『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옥당, 2012.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癸酉靖難로 되어있고, [문화원형 용어사전]에서는 癸酉靖亂로 되어 있다. 수양대군이 김종서와 아들을 죽이고, 한명회로 작성한 살생부에 적힌 관료들을 불시에 습격하여 죽인 사건이다(1453년, 계유년 음력 10월 10일 밤에 발생한 사건). 정통역사에서 계유정란은 癸酉靖難이다. 김종서 일파로 혼잡한 왕권을 바로 잡은 구국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사육신의 입장에서 볼 때 계유정란은 癸酉靖亂이다. 바른 국권을 어지럽힌 날이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로 형성된 세력이 ‘훈구파(勳舊派)’이다. 훈구파와 사림파의 격돌로 사화가 이루어졌고 선조 때 사림파에 의해서 정권이 형성되었다. 사림은 다시 훈구파가 속한 서인과 동인으로 다시 붕당이 형성된다.

3. 율곡 이이는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지 않았다?

율곡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다는 것은 국정교과서에 실린 정설이다. 이기남은 “이이의 십만양병론에 대한 재검토”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이기남, [율곡사상연구] 5권, 2002). 그리고 이이의 위대성은 십만양병설 이외에도 더 많음을 제시하였다.

역사를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것이다. “율곡 이이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하였다”의 확정형도 동일한 조건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료에서는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에 더 많다는 것이다.

4. 노론의 형성.

이주한,『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역사의 아침, 2011.

노론은 광해군을 퇴위시키고 인조를 반정시키면서 형성한 세력이다. 노론의 형성은 정치와 외교를 이데올로기화하여 자기의 이권을 챙긴 시발점이다. 광해군은 정치 외교를 실리적으로 시도하였는데, 노론 세력이 명분화 학문화하면서 광해군을 퇴위시켰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사대주의’이다.

‘사대주의’의 시작에 대해서 많은 의심이 든다. 영화 ‘바다로 간 해적’에서 조선초기부터 사대주의가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위화도 회군에서도 사대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덕일 교수는 노론 세력이 주창한 이데올로기로 사대주의가 인종반정에서 두각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5. 우암 송시열은 북벌론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덕일,『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 석필, 1997.

        『윤휴와 침묵의 제국』, 다사초당, 2011.

서인의 당수였던 송시열이 북벌론을 주장한 것은 교과서의 내용이다. 그런데 효종의 북벌 주장에 반기를 든 것도 송시열이였다. 그런데 당시 효종에게 불벌을 주장하는 비밀 상소를 올린 사람은 남인의 윤휴(1617-1680)였다. 송시열은 북벌을 반대할뿐만 아니라 윤휴를 죽이는 일까지 한다. 윤휴는 죽을 때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쓰지 않으면 될 것이지 죽이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하며 죽었다고 한다. 즉 학자의 자유로운 의견 제시를 막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죽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덕일 교수는 윤휴 이후 조선은 ‘침묵의 제국’이 되었다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경구는 자유로운 학문 세계를 억압하는 표어가 되었다.

6. 예송논쟁에서 왕의 위치는? 유일자인가? 붕당의 꼭두각시인가?

이덕일,『조선왕 독살사건』1, 다산초당, 2009.

현종 시대에 예송논쟁에서 노론이 정권을 장악한다. 그것은 왕권을 약화시키며 노론의 세력을 확고하게 한 것이다. 예송논쟁은 1,2차로 일어났는데, 서인은 두 상반된 견해를 통과시켰다. 효종의 어머니(자의대비)가 아들(임금인 효종)이 죽었을 때에(1659년) 상복을 몇 년을 입을 것인가에 대해서, 임금이라도 차자이기 때문에 1년 복이어야 한다(송시열). 윤휴는 임금이기 때문에 3년 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왕가(王家)는 사대부나 서민과 다른 예법, 즉 왕을 적통과 장자로 주장한 것이었다. 이덕일은 왕보다 높은 위인이 어디있는가라고 하였고, 1년 복을 주장하는 것은 예법(禮法) 준수 목적이 아니라 자기 목적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1차 예송 논쟁에서는 서인이 이겨 자의대비는 1년 상복을 입었다. 이에 과격하게 반대하였던 윤선도는 보길도에 칩거하여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추구하였다.

그런데 15년 후(1674년) 효종의 인선왕후의 죽음에 시어머니인 자의대비의 복상문제가 제기되었다(2차 예송, 갑인예송). 서인은 1차 때처럼 둘째 며느리이기 때문에 9개월 상복을 주장하였고, 남인은 왕후이기 맏며느리임으로 1년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인이 이기는 듯하였는데, 대구에서 올라온 한 유생 도신징(都愼徵)의 상소에서 현종은 1년 복을 채용하였다(현종 14년 9월). ‘체이부정(體而不正)’이란 송시열의 주장은 결국 무너지고 남인들이 득세하였다.

그런데 현종이 갑자기 승하하였고(현종 15년 8월 18일) 13세의 숙종이 보위에 올랐다.

7. 숙종은 개혁정치를 위해서 윤휴를 사용하였다.

58세 출사(出使)한 윤휴 -남인중 강경파로 청남(淸南)이라 함- 는 중국 남방에서 발생한 란(亂)을 계기로 북벌을 주장하였다. 군사력을 위해서 세제와 군제를 개편을 단행하였다. 이에 대해서 서인과 남인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1680년에 삼번의 난이 평정되자 북벌주장의 효력이 약화되었다. 결국 윤휴는 사문난적으로 물러나고, 다시 서인이 정권을 주도하게 되었다.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윤휴의 마지막 항변이었다. 그런데 윤휴의 북벌주장을 반대했던 서인의 당수인 송시열이 북벌론을 주장했다는 것은 역사의 일관성이 결여된다.

송시열은 “鄕黨’에 나오는 마구간”에 불이 난 것에 대한 공자의 말에 대한 주희의 해석만을 절대로 간주하고, 윤휴의 새로운 해석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 처결하였다.

8. 서인, 노론, 친일파, 식민사관, 친미는 맥을 상통한다.

이덕일,『우리 안의 식민사관』, 만권당, 2014.

이덕일 교수의 주된 주장 중 하나는 “노론”은 이름은 바뀌었지만 실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론은 조선을 패망케한 주된 세력이고, 조선이 패망하자 일본으로 국본을 바꾸었고, 다시 미국이 득세하지 친미로 바꾸어 여전히 권세(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금번에 페이스북에서 1950년 조선일보가 북한군의 서울 입성을 환영하는 호외보에 대한 그림이 제시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친일로, 북한의 침입에는 공산으로, 남한에서는 반공 친미로 전환함에서 시간적인 갈등이 없이 전환하는 모습이다. 그 그림의 출처에 대해서 의심이 되지만, 그런 호외보가 있었다면 조선일보의 적절한 해명이 그 당시에 있어야 했다.

노론의 주된 사상은 국가보다 당권이 먼저라는 것은 예송논쟁에서 드러났다. 그리고 당권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왕의 독살도 감행하는 무서운 세력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그래서 침묵의 제국으로 돌입했는가?

윤휴의 탄식처럼, 최소한 학문의 자유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사문난적(斯文亂賊)의 무서운 칼날로 침묵을 조장하고 있다. 식민사관이 역사학계와 국문학계를 장악하고 있으니 우리의 정신세계에 혼란이 있을 것임을 자명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마저도 문사철(文史哲)이 쇠망하고, 인문학(人文學)이 득세하니 이것은 또 무슨 조화인가? 국민의 확고하고 자유로운 정신 세계를 위해서는 국가의 바른 역사관과 언어 정립 그리고 자유로운 사상적 토론 기반이 확립되어야 한다. 먹거리를 위해서 훌륭한 기사(技士)들이 많아야 하듯이, 바른 정신을 위해서 훌륭한 문사(文士)들이 많아야 한다. 학문의 자유로운 경쟁에서 합당한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가 배출되면, 국가 통치 자연스럽게 철인 통치가 가능할 것이다. 

이덕일 박사(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의 강연과 도서를 보면서 조선역사에 대해서 제시해 보았습니다. - 고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