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김재규(중앙정보부장)가 김녕 김씨였는데 자기 조상을 사육신에 넣고 싶었던 것이다. 이병도는 중앙정보부장의 제안을 수용하여 사육신 바꾸기 공작에 들어갔다. "일본인 스승들에게 배웠던 역사 바꿔치기 수법이 그대로 동원되었다"(105쪽)

사육신은 정조 15년에 왕명으로 '어정배식단'을 세우고 육신을 추향한 '어명'이었다. "이병도는 어정배식단의 어정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다"(106). 200년전 왕명으로 정리되어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단언한 것이다. 한국 사학계는 모여서 만장일치로 유응부를 탈락시키고 김문기를 대체를 결의했다. [동아일보] 1977년 9월 24일자 "5백년만에 빛을 본 충신의 고절, 사육신 유응부는 김문기의 잘못"이란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교과서 개편을 착수했다. 그리고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교수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그런데 어용들의 예상이 빗나가 부산에서 이재호 선생이 [부산일보] 9월 28일자에 비판을 했다. 이에 이가원 선생도 [중앙일보] 10월 2일자에 반론을 썼다.

이듬해 봄에 사육신의 묘역에 김문기의 허장을 봉안하고 유응부의 묘도 현상 그대로 공존한다고 국사편찬위원회가 결정을 내렸다. "우기기가 전통인 한국 식민사학계의 학문 수준을 그대로 노출한 사건이다"(108). 이재호, 이가원, 김성균 같은 학자가 없었다면 유응부의 묘는 쫓겨나고 김문기의 허묘가 대체되었을 것이다(108).

아직도 노량진의 사육신의 묘지에는 7개의 묘지가 있어야 하는가?

(정리. 고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