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4장

마가복음 4: 1-9 : 마가복음 4:1-34은 4개의 비유로 구성되고 있다. 4장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절에서 예수께서 큰 무리들 앞에서 가르침을 시작하신다. 그리고 3-9절에서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10-13 :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14-20에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대한 주님의 해설이 나오고, 이어서 21-24에서는 등불 비유, 26-29에서는 은밀히 자라는 씨의 비유, 30-32에서는 겨자씨 비유가 이어지고, 33-34은 비유로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하나님 나라에 대한 네 가지의 비유는 다음에 나오는 네 가지의 기적 이야기(막4:35-5:43)에서 더욱 구체화 된다. 특별히 비유를 말씀하시는 주님의 모습을 ‘그들에게 이르시되(2절, 21절등)’ 로 말함으로 마가는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것을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요구하심을 암시해준다.

예수님은 처음으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말씀하신다. 일반적으로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당시의 농사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비유에 관련된 부분은 3-20절인데, 통상 3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비유 자체를 설명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제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부분(10-13절),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제자들에게 비유를 설명해주시는 부분이다(14-20절). 아마 당시의 이야기 전달의 방법이겠지만, 마가가 전달해 주는 씨뿌리는 자의 비유는 ‘3’이 중요한 연결 고리를 만든다. 우선 이야기를 3부분으로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땅에 떨어진 씨가 성장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길에 뿌려진 씨앗을 먹는 새, 흙이 얇은 돌밭, 그리고 가시 떨기인 3가지의 종류가 있고, 잘 자란 씨는 30배, 60배, 100배의 3가지 다른 수확을 하게된다. 마가는 잘 자란 씨의 열매가 백배라고 말하는 누가나 100배에서 시작해 30배로 끝을 내는 마태와는 달리, 3가지의 실패에 대조적으로 3번의 점증적인 성공을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주님은 ‘귀있는 자는 들으라’라고 말씀하신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 따라서 깨달음을 위한 첫 걸음은 진지한 ‘들음’에 있다. 주님은 말씀을 선포하시면서 그의 제자들에게 진지한 들음을 요구하시고 있다는 말이다. 너무 잘 알려진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읽으면서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 뿌려진 씨앗들은 좋은 열매를 맺고 있는지도 생각하자. 

묵상 : 우리는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에게 들을 것을 요구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듣는 것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리이다. 들음은 인격적인 소통의 결과이고, 들음을 통해 사람들은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다. 우리 역시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로 듣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마가복음 4: 10-25 : 우리는 3장에서 예수님께서 친족을 결정하시는 기준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가 아닌가로 구분하시고 있음을 보았다(3:35 :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오늘 본문에서는 제자들의 특권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주어지는 것’임을 말씀하신다. 즉, 외인들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비유로 말씀하심으로 그들이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여 돌이켜 죄 사함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고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를 설명해 주신다. 즉, 외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깨달음’ ‘돌이킴’과 ‘죄 사함’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은 마치 하나님의 뜻을 행하지 않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 사람들과 하나님의 뜻을 행함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과의 차이만큼이나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외인들과 차이가 나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말씀해주신다. 즉, 씨 뿌리는 자의 비유의 해설을 하신다. 예수님 당시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땅을 갈아 밭을 만들고 난 후에 씨를 뿌린다고 한다. 따라서 씨는 대부분 좋은 땅에 떨어지지만, 더러는 길이나 돌밭 혹은 가시덤불 같은 곳에도 떨어질 수 있다. 그런 곳에 떨어진 씨는 좋은 땅에 떨어진 씨와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길에 떨어진 씨는 새가 와서 먹는다. 즉, 사탄이 말씀을 빼앗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돌밭에 떨어진 씨는 자라기는 해도 뿌리를 내리지 못해 곧 말라버린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한 환난과 박해이다. 또 어떤 씨앗은 말을 듣는 것은 열심히 하지만 자라나지 못한다. 세상의 염려와 제물에 대한 유혹 혹은 여러 가지의 욕심이 원인이 된다. 이 세 가지 경우의 공통점은 열매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땅에 뿌려진 대부분의 씨앗들은 열매를 맺는다.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음으로 열매 없는 씨앗과의 차별성을 드러낸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이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이런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땅에 떨어져 실패하는 듯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이 드러나게 된다.  

묵상 : 잘못 생각하면 이 비유의 목적인 밭에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비유의 가장 큰 목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고, 그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초라한 모습일 수 있으나,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받은 자들에게는 많은 열매가 맺어지는 감사와 축복의 모습이 있게 된다. 우리에게 말씀의 열매가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가?    

마가복음 4: 26-34 :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이어 두 가지의 씨와 관련된 비유를 마가는 이야기한다.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고, 씨 뿌리는 자는 그리스도이시고, 밭은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씨가 열매를 맺는지 맺지 못하는지의 문제는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어떻게 받는가에 달려있다. 좋은 땅에 떨어진 말씀은 현재적 생명력을 갖는다. 그 모습이 비록 초라해 보일지라도 말씀으로 이루어지는 나라는 강하고, 원대한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아니, 마가는 그 나라를 믿음으로 보고 있다.

처음의 비유는 ‘은밀히 자라는 씨의 비유’라고 한다. 씨는 뿌리고 난 이후에는 씨에서 싹이 나고, 자라서 이삭이 패이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나님의 말씀도 역시 뿌려진 씨앗처럼 언뜻 보기에는 성장하는 것 같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씨에서는 싹이 나오고, 자라서 이삭이 패이고 결국에는 곡식이 생겨 추수를 하게 된다. 두 번째의 비유는 겨자씨 비유이다. 겨자씨 비유의 특징은 아주 작은 씨앗이지만 자라서 새들이 깃들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마가의 믿음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가 당시에 교회의 모습은 겨자씨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 그리고 다시 승천하심으로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교회를 이끌어가던 주된 리더십이 사라지고, 서서히 교회에 대한 박해가 시작되는 그때에 마가는 세상을 이기고 번성하게 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겨자씨 같았던 처음의 모습이 마지막에는 새들도 깃들 수 있는 그런 나라로 변화되었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런 모습을 하고 우리 안에 만들어진다. 겨자 씨 같은 교회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나중이 창대해지는 것이다. 언제나 문제는 현재를 보는 눈이다. 현재의 눈으로 볼 때 너무 작고 초라해 내일 만들어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현재의 화려함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넓지만 죽음으로 인도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하나님의 나라로 들어가는 좁고 협착한 길을 꺼리게 된다.

묵상 : 예수님의 제자들이 갖고 있는 특권은 예수님의 말씀의 의미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외인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하게 하셨다고 이미 말씀하셨다. 그리고 33-34절에서도 제자들과 함께 하실 때에 모든 것을 해석해주셨음을 이야기한다. 제자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자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시는 이유가 그들과 함께할 뿐 아니라 복음을 전하게 허시려고 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비밀을 아는 자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제자들 보다 더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우리는 겨자씨 같았던 하나님 나라가 온 세상을 덮고 있는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마가복음 4:35-41 : 오늘 본문부터 5장까지는 4가지의 기적 이야기들이 나온다. 주님은 말씀으로 특별히 비유를 통해 제자들을 가르치셨다. 외인들에게는 비유로 말씀하신 것을 제자들에게는 풀어주심으로 제자들이 깨닫고, 회개하고 죄 사함을 맏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다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기적을 통해 제자들에게 보여주신다. 우리는 마가의 인도를 따라 기적들 속에 들어가 그 기적 안에서 이루시는 하나님의 나라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한다. 먼저 마가는 갈릴리 호수에 불어 닥친 바람을 다스리시는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꺼낸다. 결론은 마가가 ‘예수님은 누구신가?’ 라는 질문에 자연, 특별히 바다와 바람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바로 예수시라는 답을 던져주는 것이다. 우선 갈릴리 호수의 광풍을 잠잠케 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갈릴리 호수는 그 지형상 갑작스러운 바람이 불어올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고 한다. 특별히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갈릴리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들과 마주치면서 바람의 세기가 더해지고, 나중에는 갈릴리 호수를 감싼 산을 넘어 호수 안으로 들어올 때면 광풍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런 광풍을 만난 제자들은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주님은 주무시고 계셨다. 급기야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며 ‘선생님이여 우리가 죽게 된 것을 돌보지 아니하시나이까’라고 말한다. 예수님은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고,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라고 말씀하신다. 이때 마가는 제자들의 마음에 있는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그가 누구이기에 바람과 바다도 순종하는가’ 이고, 이 질문의 답은 물론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다’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자연을 지배하시는 권능을 가지고 계신다.

고통가운데 있는 제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주무시는 주님을 깨우는 것뿐이었다. 우리들에게 혹시 고통이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무시는 주님을 깨움으로 우리에게 닥친 광풍을 막아달라고 부탁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를 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 문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하나님께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묵상 : 자연을 다스리시는 주님의 모습은 사탄을 물리치시는 왕으로, 그리고 오랜 병을 고쳐주시고, 심지어는 죽음까지도 이기시는 하나님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것인 이 기적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가 누구기에...?’ 이 질문은 긴 역사를 통해 지금까지 내려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연 주님을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그분은 정말 나에게 하나님이시고, 나의 구원자이신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