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삶의 고단함을 이야기합니다. 삶의 고단함의 대부분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을까 그리고 어디에서 살까’의 문제들입니다. 옛말에 ‘공자도 사흘을 굶으면 담을 넙는다’는 말이 있듯이 먹고사는 문제는 남녀노소나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지리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절대적 빈곤 상태에 있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더 말할 것 없이 중요한 것이 ‘사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공동체 안에서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삽니다. 그들을 괴롭히는 고단함은 관계에서 나옵니다. 과거 가난할 때는 용납되고 이해되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만해지니까 사람들은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과 고통으로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그런 고통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만들어냅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도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사람들은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사는 장소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되었고, 거기에다 발달된 의료서비스로 인해 질병에서까지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관계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교회가 상담과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90년대 이후부터인데, 그것은 국가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의 발달과 함께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삶의 질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삶의 질은 먹고사는 문제의 안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아테네에서의 철학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가능했습니다. 중국 철학이 서양처럼 이론적이고 사변적인 데서 출발하지 않고, 실용적인 면이 강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먹고사는 문제를 보장하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유교가 중국의 철학보다 사변적이고, 이론적인 이유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유교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양반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바라는 소망의 대부분은 ‘지금보다 더 잘 먹고 잘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그리고 무엇을 입을까’의 문제는 이방인들이 구하는 문제이고,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미 그의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하나님께서 아시기 때문이라고 산상 수훈에서 말씀하십니다. 즉,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방인들이 추구하는 삶과는 달리 무엇을 해야 하나님이 기뻐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방인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따라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런 주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살고 잘 먹기 위한 몸부림으로 참된 삶의 질을 놓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의 노력으로 이룩한 것들을 바라보면서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누가복음12:19)’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부자에 대한 이 비유에서 주님은 인간이 해결하려는 노력의 허무함을 이야기하십니다(누가복음12:13-21).

또 새해가 다가옵니다. 우리를 고단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주님께 맡기고 우리는 주님의 나라와 주님의 의를 위해 사는 2015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