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같지만, 누구나 그 시간을 똑 같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양의 시간이라도 그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는가 에서는 차이가 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헬라어로 시간을 이야기할 때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이야기할 때는 크로노스라는 말을 쓰고, 그 시간이 의미를 지니며, 뜻을 가질 때 우리는 카이로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즉 우리는 누구나 다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크로노스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갖고 인생을 살게 되어 있고, 이 물리적 시간들을 잘 활용해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 보다 더 가치있는 삶을 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물리적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가치 없는 삶을 살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양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을 사용하고 난 이후에 사람들은 스스로 어떤 가치를 위해 살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따라가야 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도덕적인 가치나, 조국 혹은 민족 등이 중요한 가치였고, 하나님은 이런 가치들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지니신 창조주로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따라 살았었지요. 이런 절대적인 가치 체계는 그리스 철학자의 말처럼 ‘사람이 만물의 척도’가 된 현대 시대 속에서는 또 다른 가치들 중의 하나가 되고 말았지요 즉, 이 땅에는 과거와 같은 절대적인 가치가 없어졌고, 이런 상황을 우리는 가치의 다원화 시대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가치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이 누리는 행복이 가치의 기준이 되었고, 행복이라는 상대적인 가치를 절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이 가진 자는 시간을 잘 사용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적게 가진 자는 시간을 잘 사용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고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6:24’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점점 물질 중심의 시대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 해가 거의 끝나고 달력은 한 장 뿐인 시간에 뒤를 돌아보면 우리는 예수님의 질문 앞에서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마태복음6:25)‘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에게 주어진 365일이라는 물리적인 크로노스를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마태복음6:33)‘하며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복있는 자‘의 시간, 즉 참된 행복을 찾아 산 자의 카이로스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삶에 매여 살았던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이 하나님의 인정을 받지 못한 삶, 즉 행복하지 못한 자의 카이로스로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답답해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365일을 낭비한 나에게 다시 또 365일이라는 새로운 날들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2015년이 다가옵니다. 2015년에는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마태복음6:25)‘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마태복음6:33)‘하며 살아가는 ’하나님과 같이 걷는 우리들‘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