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에서, 타격을 가한 후 즉시 정상적인 자세로 되돌아와 다음 일어날 변화에 대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자세를 갖추는 것, 즉 칼을 휘두르고 난 마지막 순간에도 적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적들의 공격을 대비하는 태도를 '잔심(殘心)'이라고 한다. 잔심(殘心)이 중요한 이유는 상대방과 목숨을 건 대결을 하는 마지막 한 순간 까지 정신을 놓지 않고 정확한 타격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고, 잠간의 방심은 적으로 하여금 역습의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술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품새를 몸에 익히는 이유는 공격 동작 이후에 다가오는 적들의 공격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 몸을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잔심을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따라서 칼을 쓰는 무사들은 잔심을 갖고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대비나 혹 다른 적들의 공격에 대한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잔심은 중요한 수행목표가 된다.

나는 잔심을 어떤 일을 하면서 예축되는 결과에 대한 다음 자세 내지는 다음 행동을 고려하는 태도이고, 어느 한 가지의 일을 마무리하면서 일이 끝났다고 헤이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다음을 대비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처음의 마음으로 끝까지 일을 마무리하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자세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잔심(殘心)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마음자세인 이유는 이상하게 사람들은 한 가지의 일을 마칠 때 헤이 해 지기 때문이다. 마치 칼을 휘둘러 무엇인가를 잘랐다고 느낄 때 완전히 베어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칼의 힘을 빼는 것 같이 처음의 행동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잔심(殘心)은 마치 마라톤 선수가 마지막 운동장을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하는 것과도 같은 태도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같이 한 해의 끝자락에 있는 우리들 역시 잔심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때쯤이면 언제나 나에게 주어진 2014년의 1년간 내가 칠해놓은 색들은 왜 이리도 칙칙한지 화가 난다. 가끔 보이는 예쁜 색도 주변에 칠해진 하나님 백성답지 않은 색들 때문에 바래보일 때는 정말 나머지 시간들에 색칠하기가 싫어진 나를 본다. 그뿐 아니라 지난 시간에 칠해져 있는 삶의 색을 보면서, 나머지 시간들 역시 힘들고 어려운 색으로 칠해지지는 않을까하는 자포자기의 마음이 그 귀한 얼마 안남은 시간을 소홀하게 만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잔심이다. 잔심(殘心)은 마음에 들지 않은 색으로 칠해져버린 지나간 시간들이 남아있는 시간들보다 엄청나게 많아 힘들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처음 생각했던 예쁜 색을 칠하려는 태도이고, 마음자세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40여일을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하박국 3:17-18절)’라고 노래한 하박국의 말을 생각하면서 보내보자. 잔심의 바탕이 여호와라면 40여일의 날들을 소중하게 칠하고 난 뒤에 맞을 환하고 새로운 2015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구원의 여호와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잔심이 필요한 때이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성경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