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온 이후 사람들의 삶은 선과 악을 가르는 판단을 끊임없이 해왔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가르치고, 또 언제나 아이들 사이의 선과 악의 문제를 판단해 준다. 아이들 역시 계속되는 판단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계속된 판단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한 것과 악한 것은 무엇이고,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 것과 남의 것은 무엇이고,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판단을 해야 하고, 나에게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은 무엇이고, 해로운 것을 버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판단을 위한 끊임없는 기준을 배운다.

교회도 역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면서 존재했다. 그러나 교회와 세상은 그 판단의 기준이 다르다. 교회는 ‘하나님이 무엇을 기뻐하실까’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을 기쁘게 할 것은 무엇인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은 하나님의 계심이 인정된 질문이고, 혹 그 질문의 답이 나에게 시련과 고통이라고 해도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담담히 그 답을 따라 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질문이고, 그런 질문에 올바로 답한 자들의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히브리서 11장의 믿음의 조상들은 한 순간의 영화와 만족보다는 고난이 담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을 기뻐하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바울은 ‘성령이 친히 우리의 영과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언하시나니 / 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상속자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 /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로마서8:16-18)’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닥칠 고난도 감당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기준을 따라간 많은 조상들이 있지만, 특별히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에 두고 피하고 싶은 잔이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데로’ 그 잔을 마신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다. 예수님은 언제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한 삶을 사셨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도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지 말라는 산헤드린 공의회의 압박 앞에서 ‘내가 하나님을 기쁘게 하랴 사람을 기쁘게 하랴?’고 물었다. 그의 삶의 기준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 교회 역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인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올바른 답을 내려야 한다. 그 답의 결과가 때로 고통이나 핍박을 가져온다 해도 믿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볼 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고 히브리서 11장에서는 말하고 있다.

교회는 스스로에게 ‘내가 사람을 기쁘게 하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랴?’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해야 한다. 교회가 스스로 어떤 답을 하는가가 교회로서의 올바른 자리를 차지하는가 아니면, 맛을 잃은 소금처럼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땅에 버려지는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