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운전을 하면서 한국 라디오에서 나오는 두 편의 설교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분의 설교자는 이미 한국 교계에 널리 알려진 영향력 있는 분이었고 또 한 분은 그리 알려진 분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교회의 목사님이었습니다. 두 번째 설교는 한 마디로 맹목적인 ‘믿음주의’(believism)를 설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믿으면 다 된다. 말로 선포하는 것은 힘이 있다. 바라면 된다....” 이런 내용의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설교에 그리스도는 없었습니다.

첫 번째 설교는 출애굽기 32장이 본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금송아지 숭배 사건을 다룬 본문입니다. 목사님은 우상숭배 금지계명을 왜 하나님께서 강조하셨는지 설명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기에 얼마나 합당하신 분이신가 보다는 인간의 존엄 유지를 위한 명령이라는데 더 비중을 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하나님께서 우상숭배를 하는 백성을 진멸하시겠다고 하셨다가 모세의 기도를 통하여 그 진노를 거두어들이신 것을 설명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뜻을 돌이키셨다고 할 때는 언제나 심판을 작정하셨다가 인간의 눈물, 간청, 기도를 보고 거두어들이시는 경우다. 하나님은 피도 눈물도 없이 자신이 정한 원칙에 따라 행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눈물과 아픔, 호소를 보고 자신의 계획도, 마음도 바꾸시는 분이시다.” 여기도 결국 ‘믿음주의’는 등장합니다. 진노, 공의, 작정 등 기독교 핵심 교리들을 왜곡하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진리가 실종된 채, 하나님의 선하심이 강단에서 설교자들에 의해 변호되어야 하는 현실이 슬펐습니다. 이어서 모세가 산에서 내려와 우상숭배의 현장을 보고 십계명의 두 돌판을 던져 깨뜨렸을 뿐 아니라 금송아지를 깨서 빻아 그 가루를 백성들에게 먹이고 하나님의 편에 설 사람은 나오라고 한 뒤, 나온 레위 자손들에게 범죄한 형제, 친구, 이웃을 죽이라고 하였고 그날 삼천 명이 죽었습니다. 목사님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하나님의 분노를 진정시킨 모세는 자신이 우상숭배를 보고 눈이 뒤집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징벌을 하게 되었다.” 모세가 분노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일로 레위 자손을 칭찬하셨다는 사실은 무시되었고(신 33:9), 진리는 “분노조절 잘해”라는 현대 가치관에 의해서 대치되었습니다. 설교의 결론은 모세가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선 그 자리가 바로 교회가 서야 할 자리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설교에도 그리스도는 없었습니다. 모세 보다 뛰어나신 그리스도, 참되고 온전하신 하나님과 죄인 사이의 중보가 되시는 그리스도가 거기에는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은혜 없는 인간의 무가치함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을 낮추는 설교의 기능이 없었습니다. 물론 경외하고 경배해야 할 하나님을 높이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 설교를 하신 목사님이 한국 복음주의 안에서 제법 영향력이 있는 분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더욱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저는 어떤 설교를 평가할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진리가 아닌 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말해야 할 책임이 교우 여러분을 향해서는 있습니다. 저 또한 한 사람의 설교자로서 두려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전하는 설교는 그리스도를 언제나 영광스럽게 드러내는지, 인간을 낮추고 하나님을 높이는 설교가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직 그리스도를 드러냄으로써 인간을 낮추고 하나님을 높이는 말씀의 종들을 많이 일으켜달라고 하나님께 구합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하여 온전하지 못한 설교자들을 긍휼히 여기사 복음의 진리를 더 선명히 보고 전하게 해주시도록 은혜를 구합니다.

김형익 목사(죠이선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