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바삐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길거리에 가득했던 여름은 흔적으로만 남고, 이제 가을이 제법 그 자태를 드러냅니다. 짧고 바쁘게 지나가는 계절을 살기 때문일까요? 가을이 오면 왠지 삶이 급해지는 것 같고 무엇인가의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 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을에 느껴지는 조급함과 불안함은 가을은 지나온 길과 앞으로 다가올 길을 동시에 보여주는 가을만의 특이함에 있습니다. 봄이나 여름에는 가을처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뒤에 있는 길보다 앞에 있는 길이 더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가을이 오면 뒤에 있는 지나간 시간들이 앞에 있는 시간들 보다 더 길뿐 아니라, 또 무엇인가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난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되어 질 일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좀 더 잘 할 것을... 혹은 좀 더 열심히 할 것을...’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 지나간 시간들에서 느끼는 미련과 아쉬움은 주변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으로 변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지난 길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터지기 시작하고, 불평과 불만은 실패한 일이나 하지 못 한 일들의 원인을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다른 상황에서 찾게 합니다. 이렇게 과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합니다. 지난 시간들이 미래를 위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닥칠 장애와 고통의 이유가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감사함이 없을 뿐 아니라, 감사함이 없는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과거에 스스로에게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여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감사함으로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 자들에게도 역시 아쉬움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아쉬움은 길을 걸으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 좀 더 부지런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일이 실패하거나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습니다. 순간순간마다 느꼈던 고통과 이해할 수 없었던 아픔은 감사함으로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과 아픔이 도리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좋은 약이었음을 이웃들에게 말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감사함은 미래에 있을 수 있는 고통과 아픔을 이길 수 있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한 해를 열어주시고 그 한 해를 갈무리하게 해주시는 주님의 은혜보다는 지난 시간들 속에서 느꼈던 섭섭함이나 서운함 혹은 갈무리하는 대상의 양이나 질이 우리에게 있는 감사의 생각을 덮고 맙니다. 그래서 감사보다는 불평과 불만이 우리의 입술에 묻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놋뱀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말에 묻어나오는 불편과 불만을 처리하시는 하나님의 방법 이였습니다. 또 혹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여리고 성을 일주일 동안 돌 때 하나님이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신 이유를 이스라엘 사람들이 여리고 성을 돌면서 혹시 불평과 불만을 말할 것에 대한 대비책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을에 가져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하는 마음과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가을의 중심 keyword로 ‘감사’를 생각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감사함으로 올 가을 꾸미면 2015년이 풍성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