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 어느 초등학교 아이가 소아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으며 항암제로 인해 머리카락이 다 빠진 상태로 등교했다고 한다. 그 아이의 단짝 친구는 아픈 친구를 위해 머리를 삭발했고, 다음 날은 아이의 반 친구들 모두 삭발한 채 등교했다고 한다. 2014년 우리나라 가을 초등학교 운동회 날, 달리기하는 6명의 아이들 가운데에는 언제나 끝까지 달리는 것이 목표였던 지체 장애 6급의 아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 운동회 날에는 앞서 달리던 아이들이 그 아이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이와 함께 손잡고 뛰어 아이들은 모두 ‘1등’을 했다고 한다. 친구의 아픔을 아는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고, 결국 아이와 함께 모두 ‘1등’을 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감동적인 이유는 힘들고 아픈 이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누가복음4:18-19)’라고 말씀하심으로 약한 자들과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해 오셨음을 분명히 하신다. 그래서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향해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마태복음11:19)’라고 말했다. 어린 아이를 받아 주시고 어린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던 주님의 모습은 누군가를 배려해주시는 모습이었고, 더욱이 주님은 십자가의 고통 속에서도 한 편의 강도의 음성을 들어주셨다.

이렇게 주님의 사랑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교회도 누군가를 배려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는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고 배려함으로 성장했다. 교회는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프고 힘들어 하는 자들의 나음을 위해 노력하고 기도했으며, 신분과 남녀 차별이라는 시대적 악습에 갇힌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싸웠고, 한자에 비해 천대받던 한글을 성경을 통해 보급하는 등 당시의 시대적인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함으로 오늘 날의 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일부분의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복’을 받았고 그래서 사회적인 강자가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인 강자가 된 교회는 언제부터인가 가난한 자보다는 부자에게 복음을 전하려 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자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기 보다는 억눌려 자유를 갈망하는 자들을 억누르는 자리에 서있게 되었다. 입술은 낮은 데로 임하신 주님을 말하면서 삶은 바리새인들처럼 높은데 앉기를 다투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믿음의 결단으로 얻는 감동보다는 하나님을 믿고 잘살게 되었다는 말을 부러워하는 교회가 되었다.

가끔, 사람들은 무엇 때문인지 ‘삭발식’도 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그런 모습에 감동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마워 울음을 참지 못하는 친구의 손을 잡고 뛰는 아이들의 얼굴 가득한 기쁨과 사랑이 우리 교회 안에도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런 감동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는 그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세움성경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