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에 지금도 풍미하고 있는 큰 오해가 있습니다. 미국 세대주의 신학의 영향으로 생긴 커다란 신학적 오류입니다. 바로 AD 70년에 로마의 침공으로 이스라엘이 망한 뒤, 1948년 2차 세계 대전 종료 후 <발포어 선언>과 더불어 2천년만에 재건된 이스라엘 국가의 회복을 성경 예언의 성취로 보는 시각입니다.

사실 저 역시 신대원 시절 제대로 성경 신학을 공부하기 이전까지는 이 신학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이 글의 주제와 별도로 미국이 주도한 승전국의 이러한 일방적 조치로 인해 하루 아침에 나라를 잃은 팔레스타인 민족의 슬픔과 비극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저 역시 2천년 간 나라를 잃고 방황한 이스라엘 민족의 입장도 이해가 가나, 또한 2천년이나 그 땅에서 살아 온 팔레스타인 민족 역시 하루 아침에 나라를 빼앗긴 격이라 그들의 입장도 고려하여 어떤 평화안이 마련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발해나 고구려 땅이 지금 와서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일부는 맞을 수 있으나, 사실은 억지가 아닐까요? 어쨌든 최근 국가 이스라엘의 재건을 성경 예언의 성취로 보는 잘못된 신학이 다시 날개를 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인터콥의 최바울 선교사에 의한 <백투 (더) 예루살렘 운동>과 <신사도 운동>, 그리고 <에스더 기도 운동> 그룹들에 의해 주장되고 있고, 얼마 전 개최된 TJC 2(Toward Jerusalem Councia 2) 집회가 바로 이런 신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들은 크게 보아 위험한 세대주의 운동이거나 그 아류들입니다. 이 그룹들은 신학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실천적 측면에서도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매우 공격적이고 전투적이며, 광신적인 위험한 운동을 펼치며, 정치적으로는 건강치 못한 극우적 성격을 띕니다. 우파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극단이 문제인 거죠.

언제나 잘못된 실천은 잘못된 신학적 확신에서 오는 법입니다. 이렇듯 이 운동은 여러 측면에서 건강하지 못합니다. 이런 해석은 거의 대부분의 성경 신학자와 구약 학자들에 의해 거부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회복이란 명백히 일차적으로 새 이스라엘의 등장, 즉 교회를 말하고 종말론적으로는 장차 완성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말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구약학자 <월터 카이저> 교수 (미국 고든 코넬 신학대학원 교수이자 총장 역임), 이 분은 수 많은 구약학자와 성경신학자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현재의 국가적 이스라엘의 재건을 성경이 예언한 "이스라엘의 회복"으로 해석합니다.

이 분이 얼마전 개최된 <아시아 TJC II> 집회 주강사로 초빙되어 또 그런 주장을 피력했더군요.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고, 어떤 신학적 답변을 기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분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위의 맥락에서 카이저는 세대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구약에서 약속된 "가나안 땅을 영원히 뺏지는 않겠다"는 약속을 문자적으로 해석합니다. 즉, 가나안 땅은 영원히 유대인의 땅으로 주어졌고, 따라서 2천년 만에 그 땅에 유대인이 복귀는 그 약속의 성취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스라엘의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을 종말에 있을 최후의 "아마겟돈 전쟁"의 전초전으로 해석하지요. 저 역시 아마겟돈 전쟁이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과의 실제적 전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으나 이스라엘과 중동 세력과의 전쟁일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그렇듯 단언해서는 안되지요. 아마겟돈 전쟁 또한 성경의 예언이 그렇듯이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이 땅의 하나님 백성을 향한 사단의 세력의 마지막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지요. 땅의 약속 또한 <엘머 에이 말텐스>나 <크리스토퍼 라이트> 등 여러 성경 신학자들에 의해 충분히 해석되고 설명되어 왔습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현대를 위한 구약 윤리"는 그것을 정말 탁월하게 설명하고 있지요.

쉽게 말하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영원한 상속의 약속 또한 교회가 영적인 의미의 기업(유산)으로 모두 넘겨 받았는데, 그것은 교회가 누리는 영적인 축복과 풍성한 은사들인 것입니다. 물리적의미의 "땅"의 약속의 유효성이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종료되었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신대원 시절 월터 카이저의 책을 읽다가 그런 이상한 세대주의적 주장을 확인하고, 너무 의심스러워 다른 책들도 뒤져서 읽으니 꾸준히 그런 주장을 하고 있어서 정말 의외였습니다.

저는 신대원 시절에는 잘 몰랐는데, 월터 카이저의 구약 신학을 계속 공부해보니 구약 신학의 실력의 관점에서는 그저 평이한 수준의 구약학자였습니다. 물론 성경 전체를 어우르는 관점의 구약 신학 전개는 상당히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솔직히 깊이가 부족하고 대체로 개론적 수준입니다. 구약 율법 해석도 제 멋대로이고, 일관성도 없고 자의적입니다. 그럼에도 이 분의 책에서 깊이는 한계가 있으나 폭넓게 다루어지는 주제와 관점, 강해 설교적 적용 등 얻을 유익이 많으니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들은 탐독하길 권해드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분명하게 알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이분이 때로는 구약 본문도 자기 유리하게 바꿔서 해석합니다. 최근에도 제가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는데, 예를 들어, 레위기 1-5장의 희생 짐승들의 "안수" 부분에서 분명 본문은 "한 손"의 안수를 말하고 있어요. 그런데 카이저 교수는 안수의 "죄의 전가 기능"을 레위기 16장의 아사셀 염소에서 끌어오기 위해, 레위기 16장에서 아사셀 염소에 "두 손"을 안수한 것처럼, 레위기 1-5장의 번제, 속죄제/(아마도 속건제에도), 화목제에서도 그것이 원래 "두 손"이었는데, "한손"으로 본문이 훼손되었다고 주장하지요.

아무런 근거도 없고, 맛소라 사본 외에 그 어떤 여러 사본들의 증거에서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 주장입니다. 그러니 현재까지 단 한명의 학자들도 그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도 희생 짐승에 대한 "한손"의 안수는 불변의 사실이고, 그에 기반해서 아사셀 염소에 행하여진 "두 손" 안수와 희생짐승에 행하여진 "한손" 안수의 목적과 기능이 무엇이었는지 해석해내야만 합니다. 조금 기다리시면, 이 부분에 대한 저의 학술적 연구 결과에 대한 글이 나올 겁니다. 선교사지만, 제 성경 연구는 평생직입니다.

어찌되었든, 예수님과 바울이 말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대다수 신학자들의 합의는 그것은 영적 이스라엘, 곧 교회로서 육체적, 국가적 이스라엘을 대체한 의미의 새 이스라엘을 의미한다는 것이죠. 즉, 국가적, 육체적 이스라엘, 구 이스라엘은 이미 구약과 더불어 그 역할이 끝났고, 예수님과 더불어 새 이스라엘로 대체되고, 그 사명과 기능이 새 이스라엘로 완성적으로 이양된 이후에 특별한 지위를 차지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12제자로 새 이스라엘을

구성함으로써, 12지파의 구 이스라엘을 완전 대체하신 것이죠. 따라서 이제 모든 열방과 이스라엘은 수평적 관계가 되는 것이고, 국가적 민족적 이스라엘도 이제 열방의 하나로 새 이스라엘의 한 구성원이 될 뿐이지요. 바울은 로마서 10:11-12이나 갈라디아서 3:28 등에서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차별이 없이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게 됨"을 분명히 선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대로 이스라엘의 건국을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예언의 성취로 보면서 현재의 이스라엘 민족의 특별한 우수성 (노벨상 1/3 정도를 차지하는 것, 국제 금융 자본을 휩쓰는 것 등)을 그런 이스라엘의 회복의 맥락에서 하나님께 받은 특별한 영적인 축복으로 해석하는 것은 큰 오류입니다. 정확한지 확인해 보아야겠지만, 예전에 이스라엘에서 공부 좀 하신 분 말을 들으니 현재 유대인의 90%가 무신론자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구약 율법을 고수하는 보수적 유대교 신도들은 10%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아마 90%까지는 아니라면, 최소한 무신론자들이 절대 다수겠죠. 그렇다면, 그들에게 야훼는 그저 단군과 같이 민족적 일체감과 민족 정신을 함양해주는 어떤 상징적 존재에 불과할겁니다. 그렇다면 무신론자들에 의한 국가적 이스라엘의 회복,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말 착각해선 안되죠. 그들이 그런 우수성을 보이는 이유는 아마 특유의 교육적 전통, 흔히 말하는 탈무드식 교육의 힘 때문일 겁니다. 물론 바울이 로마서 9-11장에서 말했듯이 이스라엘 중의 남은 자는 구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특별한 지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바울은 자신의 동포 이스라엘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표현하면서(롬 9:3), 하나님이 여전히 자신의 동포를 버리시지는 않았음을 강조합니다(롬 11:1). 그래서 그들 중의 일부가 구원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11:14). 결국 이스라엘 민족의 일부가 언젠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온 이스라엘"이 회복될 것이라 (롬 11:26)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온 이스라엘"이란 앞뒤 맥락에서 이스라엘 중의 "남은 자"의 구원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걸 근거로 이스라엘 국가의 재건을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예언의 성취로 보는 것은 큰 오류입니다. 이스라엘의 회복은 예수의 오심과 더불어 새 이스라엘로 대체된 의미의 회복일뿐입니다. 결국 그렇게 해서 구약의 예언은 우리 신자들의 구성인 새이스라엘으로서의 교회를 통해 성취된 것입니다. 그리고 장차 이스라엘 민족 중 남은 자를 포함한 새 이스라엘, 즉 교회의 완전한 완성이 종말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백투 (더) 예루살렘> 류의 운동에 대해 그 신학적 오류를 분명히 인식하시고, 그런 운동들에 합류하는 일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우리가 이스라엘이고 우리가 예루살렘입니다.

추신: 페북 친구 여러분, 이 글도 널리 공유해주시겠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합니다. 선교사가 최근의 조국 교회의 현실을 멀리서 바라보며, 그 동안 하고 픈 말을 다 쏟아내고 있습니다. 제 호소에 더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동참해 주십시오. 저에겐 글 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감사해요 여러분!

김경렬 목사(GMS 남아공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