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기간 집안을 정리했다. 여기저기 헝클어진 모습을 보신 어머니가 손을 쓰셨다. 각 방 옷장에 걸린 오래 된 옷을 꺼냈다. 값비싼 옷이라 아까운 마음에 모셔 놓은 외투도 보였다. 낡은 신발은 마대에 담았다. 식탁과 책상 위에 썼던 유리와 세균덩어리로 아들 방에 분리해 놓은 침대도 처분했다. 2층 진열장의 묵은 살림을 내렸다. 창고에서 10년 잠자던 목재 창틀도 치웠다. 먼지 쌓인 컴퓨터 책상도 드러냈다. 플라스틱 주방 용품과 허접한 화분도 버렸다. 그래도 못쓸 물건이 보였다. 주중에 금광공사 폐기물 차량을 불렀다. 잘해 달라 했더니 ‘원래 쓰레기는 깍지 않아요’ 하면서 덜 받았다. 사정없이 땅에 패댕이 쳐서 차에 실었다.

바닥을 쓸고 있을 때 앞집 3층 사장님이 가까이 오셨다. <목사님! 사실 추석 전, 어려운 사람 드리려고 쌀 한 부대 식당에 맡겨 두었습니다. 아직 대상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목사님께서 혼자 사신 할머니나 어려운 분이 계시면 전달해 주세요.> 부탁을 받고 파지 모은 권사님이 생각나 전화 드렸다. ‘그렇지 않아도 쌀을 팔려는 참이었다’고 좋아하셨다. 교회 차에 쌀을 싣고 찾아 갔다. 3층까지 메고 올랐다. 권사님께서 시원한 과일즙을 따라 주셨다. 선을 베푸신 사장님 덕분이었다.

얼마 전, 새벽 차량 운행 가다 교회 앞, 모퉁이 돌면서 흰색 승용차 바퀴 가장 자리를 스쳤다. 돌아와 확인하였더니 교회차량 청색 페인트가 약간 묻어 있었다. ‘연락 주세요.’ 전화번호 메모지를 운전석 창문에 끼워 뒀다. 오전 시간 전화 받고 자초지종 말씀 드렸다. 수리하고 청구하면 결재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상대방이 <목사님이세요. 추석날 예배드리려 간 사람입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연락하겠습니다.> 하필이면 교회 처음 나온 분의 차였다. 소식 없어 궁금했다. 목요일, 차에서 내린 모습 보고 찾아가 죄송한 말씀 드렸다. 도색하면 결재하겠다는 말에 ‘지난 번 흠집 난 자리라 괜찮습니다.’하며 웃는 바람에 마음 편히 가졌다.

근래 몸이 말하고 있음을 느낀다. 기도하고 운동하며 체중을 줄이고 약 먹고 있다. 6개월 후, 대장 내시경 재검진 통보를 받았다. 그래도 새벽 시간 기다리며 말씀을 잘 준비한다. 은혜를 사모한 분들에게 충만히 공급하고 싶은 열정에서다. 말씀 전하는 기쁨을 더 누리기 위해 1분이라도 일찍 예배한다. 세상 부귀영화로 영혼의 필요를 채울 수가 없다. 오직 말씀에 대한 믿음이 고난을 견디게 만든다. 내 아픔도 눈과 마음을 주님께 향하라는 의도로 받아 드리고 있다. 때로는 가만히 누워 쉬지만 아프다는 분들의 말에 마음이 간다. 주일 오후, 교회에서 반찬을 챙겨 강 집사님 병원 심방을 했다. 며칠 전, 퇴원하여 그린 요양 병원으로 옮겼다는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 병원 밥은 그래도 괜찮았어요. 요양원 식사는 숟가락을 대지 못하겠어요.> 다음 날, 새벽 기도 시간에 간장 게장이 생각났다. 이는 병원 오래 계신 분 입맛 나게 한 반찬임을 송 권사님 대장암 수술 때 알았다. 이른 시간이지만 문흥 고가 옆 ‘맛 사랑 게장 백반 전문점’에 들렸다. 적당히 조사 플라스틱 통에 넣어 주셨다. 그린 요양 병원! 전남 방직 자리로 도심 속 생태 휴식처인 대형 요양원이었다. 꽃과 나무가 무성한 넓은 정원이 많았다. 환경이 좋아 운동하기 편하게 보였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았다. ‘예감에 오늘 꼭 목사님 오실 것 같아 서서 기다렸다’고 반기셨다. ‘앉을 수 없음이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며 그 날을 그리워했다. 5년 전, 집사님과 똑같은 협착증 수술하고 암시랑치도 않게 완치된 분과 같은 방, 사용은 감사거리였다. 그 분의 위로가 컸다. 믿는 분이라 마음이 통하고 말벗이 되었다. 말씀 전하고 손을 얹어 발과 발목, 허리에 힘주시길 기도했다. 현관까지 나와서 먼발치 바라보는 모습이 사람을 그리워하심 같았다.

또 송 집사님께서 발목을 삐끗했다는 말을 들었다. 조금 부어서 견딜 만하신지 연락을 안 하셨다. 밤낮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하고 계셨다. 정형외과 X-ray 촬영을 권했지만 한의원 침을 원하셨다. 오랜만에 부부 한의원을 갔더니 직원들이 바뀌어 어색했다. 그들은 날 집사님 아들로 대했다. 친절한 안내로 한 시간 진료를 받게 했다. 이틀간 모셨다. 좀 수월하게 걸었지만 침 몸살에 진료를 다음 주로 미뤘다. 추어탕 드시고 싶다는 말씀에 함께 갔다. 손님이 줄서 기다렸다.

기도 중에 고3 학생들이 생각났다. 밤 11시 쯤 찾아가 불렀는데 밖으로 나와 줘 고마웠다. 준비한 빵 간식을 전달하였다. ‘역시 목사님은 다르시네!’ 반응이었다. 얼마 남지 않는 기간, 열공하길 원했다. 나 역시 ‘행복 목회’ 강사인 백동조 목사님께 책 선물 받고 단숨에 읽었다. 20여년 목회 현장 방문하고 배운 사역을 기록, 가슴 뛰게 한 글이 많았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행복을 누리며 행복을 나누기 위해 살고 싶다.

이상래 목사(광주신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