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은 하나님 앞에서 불경한 자들이 하나님을 잘 믿는 경건한 자들보다 세상에서 더 출세하고 더 잘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인 모순에 대하여 하나님의 공의는 어찌된 것인가를 하나님께 물었다.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오직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산다’는 답을 얻었다. 요한도 도미티안이 로마의 황제가 되면서 더 심해진 황제숭배와 황제숭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제시스템은 하나님을 믿는 교회 공동체를 점점 궁핍함으로 몰고 가는 것을 보았고, 또한 기독교가 불법으로 낙인찍힘으로 하나님을 믿는 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보면서 ‘왜 하나님을 믿는 선한 사람들이 이렇게 혹독한 핍박을 받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하나님께서는 계시록을 쓸 수 있도록 묵시를 보여주셨다. 그래서 계시록 2-3장에는 환난을 당하는 교회들에게 전달되는 편지가 나온다. 7교회에 보내진 7통의 편지에는 각 교회의 상황과 경고들이 있고, 각기 ‘이기는 자’에 대한 약속이 있다. 이기는 자들에게는 생명의 관도 주실 것이고, 생명나무의 열매도 먹게 할 것이고, 이름이 적힌 흰 돌도 줄 것이며, 만국을 다스리는 권세와 하나님의 성전 기둥에 이름을 새겨 넣을 것이고, 심지어는 예수님의 옥좌에 앉게 해 주신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지금 격고 있는 환난은 곧 그칠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바벨론과 같은 사탄의 무리들을 심판하시어 그들을 멸망시키실 것이고, 그들에게 신앙의 순결을 지켜 승리한 144,000명의 하나님의 백성은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천상의 교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 요한에게 던져진 답이었고, 그 답을 들은 교회는 그렇게 혹독한 핍박을 견디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감당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 우리는 하박국이나 요한과는 다른 세상에 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요한의 시대와 비교하면 삶의 환경이 변했고, 하나님을 믿는 것이 죽음으로 가는 열차가 아니라 삶의 부요와 명예를 얻는 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시대 속에서 요한 계시록이 우리에게 던져진 하나님의 ‘답’이라면 우리의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이 요한 계시록인지를 찾아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현실적으로 성경이라는 답을 요구하는 물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브라함 헤셀이라는 유대인 학자는 현대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음이 없다’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 대답이 의미가 있으려면 질문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던지신 ‘답’인데 사람들은 그 답이 나오게 된 물음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답(성경)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서 답을 외운 적이 있다. 그런데 답은 외웠는데 문제를 잊어버려 당황했던 때도 있었다. 나는 요즘도 물음을 모르는 데도 불구하고 정답을 외워 이야기할 때가 있다. 요한이 계시록에서 쓴 것처럼 하나님을 믿고 살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예수님께서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에게 ‘모두 다 나에게로 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는데, 이 답을 얻기 위한 물음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헤메고 있다는 말이다.

삶의 실존적인 고뇌는 물음을 만든다. 하박국도 요한도 그런 아픔을 바탕으로 하나님께 물음을 던졌다. 하나님은 그 질문에 답하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하나님께 무엇을 묻고 있는가?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