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오는 말 가운데 가장 중요한 말은 개인적으로 ‘의’라고 생각한다. 한자로 ‘의(義:righteousness)’자는 양(sheep)을 뜻하는 양(羊)자 밑에 ‘나’를 뜻하는 아(我)를 붙여서 만든다. 즉, 내가 양을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의’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한자가 만들어졌던 고대사회에서는 이 모든 판단은 왕이 내린다. 그렇다면 ‘의’는 ‘왕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된다고 김경일 교수는 말한다(제대로 배우는 한자교실, 바다출판사. p.183). 따라서 의롭다라는 말은 도덕적으로 완전한 삶이 아니라 왕이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왕이 옳다고 여기는 삶을 위해서는 나의 것을 내려놓고 왕의 뜻을 따라 나를 구별하는 삶이 나에게 요구된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거룩, 즉 하나님을 위해 구별된 삶을 살 것을 요구하시는 것이다. 물론 왕이신 하나님은 ‘의’로우신 모습으로 하나님의 백성들 앞에 서신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들에게 ‘너희는 나에게 거룩할지어다 이는 나 여호와가 거룩하고 내가 또 너희를 나의 소유로 삼으려고 너희를 만민 중에서 구별하였음이니라(레위기20:26)’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의’로우심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해 스스로를 구별하심에 있음을 본다. 즉, 하나님께서는 그의 부름을 받고 응답한 하나님의 백성들만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의 하나님으로서 우리를 왕으로 통치하시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의가 된다. 의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관계적인 말이다.
문제는 하나님과 달리 사람들은 그 의를 지키기 위해서 갈등하게 된다는 데 있다. 즉,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별된 삶을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의’인데, 우리는 세상적인 요구 앞에 서 있다는 것이다. 바울은 이런 우리의 상태를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갈라디아서6:14)’다고 말하면서 세상이 요구하는 나의 삶의 방식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말한다. 즉, 우리에게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세상의 방법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옳은 뜻을 따라가려 하는 하나님의 백성의 모습을 예수님은 ‘의에 주리고 목마른(마태복음5:6)’것으로 이야기하신 것이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그런 갈등을 극복한 모습을 바울은 십자가에 못 박힌 상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십자가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예수님은‘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마5:10-11)’다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따라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가는 ‘의’를 위해 핍박받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믿음으로 그 아픔을 이길 것을 권면하며 계시록을 썼다. 따라서 계시록은 박해의 시대이지만, 하나남 앞에서 ‘의’를 지키는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자는 것이다.
우리가 ‘의에 주리고 목마른(마태복음5:6)’자들이라면, 우리들 역시 세상과의 갈등으로 인해 환난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환난 속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나를 위해 십자가에 아들을 주신 하나님의 의를 본받아 하나님께서 옳다고 말씀하시는 ‘의’로운 삶을 감당하려는 ‘거룩한 백성’들이 되기를 믿음으로 소망하는 자들임을 잊지 말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성경연구원 세움 전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