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서는 인생의 비참함을 느끼고 앎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의 존재 앞에 설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자신에게 있는 비참함을 이해할 때 그는 그 비참한 자신의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그 비참에서 벗어났을 때의 감사가 나타나고, 더불어 자신의 삶의 목표가 드러날 수 있다. 거꾸로 삶의 목표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비참함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더군다나 자신의 비참함의 원인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은 인간의 비참함을 이해함으로 삶의 가치와 목표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역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고,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마태복음 13장에 나오는 진주비유나 감추인 보화의 비유에서 보면, 농부나 진주 상인은 자신들이 찾은 것을 즐거워하며, 그것을 위해 자신들의 모든 재산을 버리는 모습이 나온다. 자신이 고민하고 원했던 가치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바울도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귀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던 행복한 사람이고, 아삽은 삶의 모든 가치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발견했기에 시73:28에서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자기에게 복이라고 말한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행복을 아는 사람들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게 된다(고전10:31). 그래서 칼빈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원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님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동물과 비교하더라도 인간은 아주 비참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칼빈의 설명이다.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것은 이렇게 자기의 모든 것을 하나님을 만남으로 포기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나이를 먹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를 자주 질문한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나의 삶에서 느껴지는 무가치함과 삶에서 느껴지는 허전함을 메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을 때의 안정감 때문에 혹시 그 안정감을 잃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자꾸만 욕심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이론적이기는 해도 그런 하나님께 대한 의지함은 인간이 만들어 소유하려는 안정감의 무의미함을 역설한다. 그래서 바울은 그렇게 혹독한 삶을 살았어도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4:11-12)’라고 당당히 자신을 위해 후원하는 빌립보 교회에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진정한 안정과 행복은 무엇을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소망의 이유가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가는 ‘하나님과 같이 걷는 우리들’이야말로 이 땅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