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집사님 모시고 순환기 내과 진료 가는 날이었다. 벌써 따님이 접수하고 현관에서 기다렸다. 진료 후 만나기로 약속하고 농산물 센터로 갔다. 84번 사장님이 추천한 과일을 추석 선물로 샀다. 가까운 가정부터 배달하였다. 대문 앞에서 연락하면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나 받는 즐거움은 한결 같았다. <목사님, 손자 돌에 찾아 왔으면서 또 오셨어요. 워매 참말로.../ 저희가 드려야 하는데 거꾸로 되었네요./ 목사님! 세수도 안했어요. 어디 가는 건 아니지요./ 자식들 오면 써야겠네요./ 목사님! 고마워요./ 나이 드신 분들이나 드리지요. 우리는 자주 사다 먹는 디!/ 경비실 교대 근무자가 오해 할 것 같아요./ 먼저 드리려 했는데 받게 되었네요./ 뭐, 이런 걸 가져 오세요. 목사님, 돈도 없으면서?/ 받아도 되는가요. 잘 먹겠습니다./ 왜? 목사님! 염색 안하셨어요. 더 자연스럽네요./ 아이고, 여기까지 오셨어요.../> 이번 방문에 경균이 아빠를 처음 뵈었다. 또 일부러 전화한 분들과 감사 문자 보낸 집사님이 계셨다. ‘목사님 잘 계시죠? 추석 선물 잘 받고 맛있게 먹고 있네요. 제가 있었으면 얼굴이라도 뵈었을 텐데... 항상 저희 가정 잊지 않으시고 기도해 주심에 감사드리고... 건강하세요.’ 선물 전달 중에 송 집사님, 진료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강 집사님 수술 일정 잡혔다’는 남편의 전화였다. 가까운 곳이라 바로 집을 찾아 갔다. 집사님은 입원 준비로 바빠 남편을 만나 전하고 병원 심방을 약속했다. 다시 송 집사님과 그 딸이랑 점심을 먹었다.
다음 날 새벽 기도를 드리고, 아내와 병원 심방을 갔다. 병실에 허리 수술 환자가 전부였다. 강 집사님 홀로 누워 계셨다. 장(腸)청소로 수술 준비와 염려로 밤을 샌 모습이었다. <목사님, 갑상선 수술 때 수요일에 했어요. 안 좋은 추억에 이 날! 피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었어요. 추석 명절 지내고 하려 했어요. 하지만 한방 병원장이 ‘어서 빨리 수술하라’고 쫓아 급히 왔네요. 4개월 동안 시간 허비하고 병을 키웠어요. ‘막내딸이 엄마는 회개 많이 하라’ 하데요. 그래서 예수 믿기 전, 친정 엄마와 점치러 다닌 일, 명산에서 무당 굿한 일이 생각나 회개 했네요. 친정, 시댁 한 사람도 예수 안 믿어 제사 정리하는데 어려움 많았어요.> 성경 구절을 사인펜으로 큼직 막 하게 쓴 봉투를 아내가 내밀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41:10) 이 말씀을 전한 후, 손을 얻고 기도하였다. 집사님께서 흐느끼며 눈물을 훔치셨다. 척추 추간판 탈출과 협착증 수술이라 부담이 컸다. 수술 예정 시간이 지연 되는 동안, 수술 중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대학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 집사님은 100명 중 1명꼴에 나타난 특이 체질이라 염려스러웠다. 무엇보다 수술 후, 폐에 물이 차지 않도록 기도 부탁하며 또 훌쩍거렸다. 아픈 허리 부여잡고 교회 오셔서 부엌 일 뒷감당하신 부지런한 분이요, 주님께 온전히 충성하며 예배 생활하신 집사님이라 코끝이 찡했다.
수술이 오후 1시에 시작하여 5시에 마쳤다. 예상 외로 빨리 끝났다. 남편에게 ‘목사님! 기도해 주신 덕에 수술 잘 마치고 회복실 들어갔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수술 후, 말할 힘없기에 이틀 지나 방문했다. 호수 꽂고 있는 양이 많았다. ‘목사님, 갑상선 수술은 앙끗도 아이어요. 무통 맞아도 통증이 심해요. 혈관이 안 나와 주사 맞기 힘들어요. 금식이라 입이 타서 말할 못하겠어요. 두 곳 수술이라 반드시 누워만 있으래요. 못 먹고, 못 움직여 죽겠어요. 서울에서 동생들이 왔어도 천정만 처다 보고 있는 상태라 반갑지 않았어요. 어찌나 아픈지 꼼짝을 못해요. 옆으로 몸을 좀 비틀고 싶은데 손으로 난간을 못 잡겠어요. 진짜 난간 잡고 옆으로만 돌려도 살겠어요. 손이 부었어요. 손을 쥐었다 펴고, 발가락을 많이 까닥거리라 하네요. 그래도 힘들어 째끔 움직여요. 오늘은 간병인을 쓸 것이어요. 하지만 성격상 시키지 못하겠어요. 남 부담 주는 것 싫거든요. 남편이 이무럽고 편해요. 퇴원하면 요양 병원으로 가려고요.’ 남편이 종이컵에 담아 놓은 물에 물티슈로 입술을 적셨다. 간호사가 노폐물을 복부 양쪽에서 측정해 갔다. 혈압 정상이라며 갑상선 약은 한 모금 물로 마시게 했다. 수술 후, 봉투에 쓴 말씀을 머리맡에 두고 읽으셨다. 조용한 병실에서 아침 맞으며 전할 말씀을 찾았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로 나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로다.”(합3:19) 사슴 같은 발을 회복하라 증거하고 한 시간 머물렀다. 3일 만에 가스가 나왔다. 그래도 속이 거북스럽단다. 좀 지나면 미음은 가능할 것 같다. 어제 전화 통화 음성에 힘이 들어갔다. 막내딸이 내려와 간병을 잘 한 모양이다. 딸의 돌봄은 컸다.
이상래 목사(광주신광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