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인한 시찰회 휴가 모임이 돌연 취소되었다. 방학 시작한 막내 선생님(고1)의 문자를 받았다. '1학기 결실인 성적표 받아 보시고 확인하여 주세요. 많이 미흡하고 양이 안차시겠지만 더 격려해 주시고 믿어 주세요.'// '아들 성적은 갈수록 더 잘 할 것을 믿기에 학교 잘 다니고, 시험 본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라고 답을 보냈다. 아들은 노력한 만큼 성이 차지 않은 표정으로 '아빠! 다음 학기에 1등급 더 올릴게요.' 하였다. 그 마음이 기특하여 도와주고 싶었다. 지난 4월 개관한 '석봉 도서관'을 함께 갔다. 교육청이 부지를 제공하고 독지가가 23억 원을 부담하여 세운 3층 건물이었다. 난 통(通) 박사 조병호 목사님의 책을 전부 챙겼다.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겼다. 12시 전인데 '아빠! 자장면 먹으러 가요' 쪽지를 던졌다. 아들이 다닌 학원 길목의 착한 가게였다. 배달은 안 되고 셀프였다. 주일은 쉬고, 술을 팔지 않았다. 자장면 3천원(카드 5백원 추가), 저렴하고 양 많고, 맛 괜찮아 손님이 끓었다.

한 번은 아들을 도서관 내려 주고 심방을 갔다. 또 점심시간 전, 문자가 왔다. '아빠, 어떡하지요. 제가 모르고 <김밥나라>가 꿈 자람 카드 되는데, 옆 <김밥 집>으로 와서 먹고 돈 못 주고 있어요. 학생이라 외상 안 된데요.'// '헐, 아빠 연락처 주고 사정해라. 1시간 내 가마.'// '어떻게 했어!'// '아빠 전번 주고 나왔어요.'// '그래 아빠 담보로 먹었구나!'

큰 아들 키울 때는 개척하며 자장면, 삼겹살을 사주지 못해 늘 마음이 걸렸다. 그래도 출석한 교회에서 계획한 러시아(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톡, 노보진스크) 비전 트립(8/5-8/12)에 동참하였다. 직장 생활한 아는 형이 여비 절반을 채워 가능했다. 나머지는 알바로 벌었다. 난 용돈 10만원을 보냈다. 그것도 집사님 한 분이 5만원을 보탠 돈이다. 최근, 서울 장로님께서 개척할 때부터 매년 여름과 연말에 말없이 보낸 후원금을 받았다. 좋은 일로 섬기기에 아들 차지는 못 되었다. 그런데 출국 날 아침, 아들 전화를 받고 창세기 28장 15절(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찌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말씀으로 권면하였다. 그리고 선교 현장을 사진과 글로 남기길 부탁했다. 그 후에 곧 지인이 아들 용돈 20만원을 보냈다. 아들은 감사했고, 난 하나님 하신 일에 놀랐다.

막내도 목회자 자녀 힐링 캠프(2박 3일)로 떠났다. 홀로 아내가 챙겨 준 도시락을 들고 도서관을 향했다. 홍수 때 마실 물이 귀한 법, 오히려 가뭄에 물 얻기보다 어려웠다. 말씀이 넘쳐나는 시대에 갈증이 났다. "내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니라"(요4:14). 우물 바닥 긁듯 영혼 밑바닥에 남은 은혜로 쪼들리며 살고 있었다. 여전히 박수 받고, 칭찬 받고, 높아지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자아 성찰이 필요했다. 도서관 창가에 앉았다. 태풍 영향으로 부는 광풍에 밖을 보았다. 큰 나무 가지가 꺾였다. 하지만 낮은 들풀은 신나게 춤을 추었다.

조 목사님의 책을 통으로 봤다. 두툼한 책이 얇게 보였다. 역사학을 전공한 분이라 생각이 깊었다. '성경 통독' 책을 중심으로 '통 성경 길라잡이' '성경과 5대제국' '성경과 고대정치' '성경과 고대전쟁' '신구약 중간사' 며칠 간 돌처럼 눌러 읽었다. 겹치는 부분이 많아 학습 효과가 컸다. <풍족한 중에도 남의 형편을 물을 줄 안 느혜미야를 만났다. 대적자들의 모략에 사자 굴에 들어가야 함을 알고 타협하면 쉬운데 '정면 돌파'로 하나님 향해 마음을 지킨 다니엘을 봤다. 애굽을 정복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에 큰 도서관(당시 20만권 장서 보유)을 만든 알렉산더도 만났다. 부친이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정교사로 모셨다. 그의 영향으로 그리스 사상과 문화를 존중하게 되었다. 높은 지식을 가진 그는 정복 전쟁 중에도 밤마다 책을 읽었다. 후대에 나폴레옹이 따랐다. 하늘이 내린 도서관장 '데메트리우스 파레리우스'는 성경 '70인역'(히브리어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 번역의 길을 연 공헌 자였다. 한편, 안티오쿠스 4세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돼지 잡아 제우스신에게 제사함은 잘 알려졌다. 그런데 할례 실시한 아이들을 찾아 죽이고 그 시체를 어머니 목에 걸어 놓은 일, 제사장 600명을 묶어 그 위로 마차가 지나게 해 죽게 했다. 그 참혹은 유대인의 저항을 받기에 족했다.>

난 공분을 사고 있는데 빨리 오라는 아내의 문자였다. 먼저 식사하라고 전하며 풀벌레 소리가 요란한 때 들어갔다. 아내는 집사님 친정어머님이 보낸 시골 닭을 삶아 놓고 기다렸다. 의도를 몰라 미안했다. 점심을 도시락 먹고 허했는데 하나님은 내 형편을 어찌 그리 아시는지? 모르겠다. 내 영혼의 갈한 믿음도 충만하게 채우실 하나님을 더 바라봤다.

이상래 목사(광주신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