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누구의 인정을 받을 때이다. 공자도 논어 학이편에서 ‘유붕 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친한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친한 벗은 자기를 인정해주는 벗으로, 지방 관청의 말(馬)을 관리하던 하급 관리인 공자를 인정하고, 그의 학문을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이 멀리서 찾아왔을 때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평생을 여러 제후들로부터 인정받고 자기의 꿈을 펼치기를 원했던 공자였기에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목말랐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학자이고 정치가였던 공자를 인정하고 그를 믿어 그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긴 제후가 당시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정받음’은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행복할 뿐 아니라 우리는 ‘인정받음’으로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충성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사람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을 잘 만나는 데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의 역사책 가운데 ‘전국책(戰國策)’이라는 책이 있는데, 여기에 백락(伯樂)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백락은 말에 대한 전문가였는데, 어느 말 장수가 시장에 말을 내 놓아도 팔리지 않자 백락에게 말을 평해달라고 부탁했고, 백락은 말 장수의 말이 명마인 것을 알아보고 감탄함으로 높은 말 값을 받고 팔수 있었다. 여기서 ‘명마도 명마를 알아보는 백락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의미로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 즉, 아무리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도 그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던 유비나 제네바의 종교개혁을 위해 칼빈을 불러 세웠던 파렐 같은 사람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말의 가치를 알아본 ‘백락’같은 사람이었고, 강태공에게는 백락같은 주나라의 문왕이 있어서 그들을 알아보고 인정했기 때문에 강태공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공자 역시 그를 알아보고 등용한 제후는 없었지만, 그를 알아보고 그에게 찾아오는 백락같은 친구가 있었고, 제자들이 있어서 지금의 명성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스스로를 명마라고 우기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의 백락(伯樂)이 되어달라고 요청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고, 우리 역시 스스로 백락(伯樂)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면서 산다. 이런 시대이지만, 참된 행복은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 줄 때 확실하게 드러난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나를 생각해주는 백락(伯樂)같은 사람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우리에게 스바냐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스바냐3:17)’고 말한다. 온 세상의 주권자이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그 아들을 내어줌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고, 우리를 인정하시고 우리를 부르신 그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며 기뻐하신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나님은 ‘하나님과 같이 걷는 우리들’을 아시고 우리를 인정하신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누군가의 백락이 되어 그 ‘누군가’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전하는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