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부활하시고 난 이후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사도행전 1:8-9)’’라고 말씀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셨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시면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위대한 일’을 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고 권능이 임할 때 까지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성령께서 임하심으로 만들어진 초대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그의 백성들을 사랑하셨는가를 설명하고, 나누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교회로서 자리 매김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난 이후 교회는 ‘더’ 위대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교회는 힘이 강해질수록, 종교적으로 심각하게 타락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후 개신교는 그리스도인은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며, 오직 성경으로 삶을 감당하여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살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런 종교 개혁가들의 주장을 따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았던 개신교는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끼쳤고, 교회로서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선교사들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한국을 사랑함으로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만들어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끼침으로 오늘날의 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과거 그냥 단순하게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성도들에게 가르치며 하나님의 사랑을 감당하며 살자고 이야기할 때보다 힘 있는 오늘날의 교회는 과거보다 영향력이 없다. 왜 그런 것일까?

다음의 시는 말만하는 목사나 지방 관리에게 힘없는 여인이 써서준 시라고 한다.
나는 굶주리고 있으나 너는 내 배고픔을 의논할 자선단체를 모으는 구나
나는 갇혀 있으나 너는 나의 석방을 기도하려 조용히 교회로 들어가는 구나
나는 헐벗었으나 너는 속으로 내 모습의 윤리성을 검토하는 구나
나는 병들었으나 너는 무릎끓고 하나님께 네 건강을 감사하는 구나
나는 집이 없으나 너는 나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거처를 삼으라 하는 구나
나는 외로우나 너는 나를 남겨두고 기도하러가는구나
너는 그처럼 거룩하고 하나님과 가까우나
나는 여전히 배고프고 외롭고 춥구나
(John R. W. Stott, 현대사회 문제와 기독교적 답변, 박영호 역).

복음은 추상적인 교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역동 속에서 그 진실성을 드러낸다. 복음은 ‘알고 있는 바를 더 확실하게 하려 함(누가복음1:4)’이라는 말처럼 구체적인 삶의 문맥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 교회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 교회가 불편해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생각하면 이 여인의 시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는가? 요한은 우리가 따라야 할 사랑의 모습을 ‘사랑은 여기 있으니...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4:10)’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사랑이 이렇게 구체적인 것처럼, ‘하나님과 같이 걷는 우리들’의 삶도 역시 구체적이고, 실천적임을 기억하자.

오성환 목사(이야가기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