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늦은 시간, 주일 설교 원고를 다 쓰고 잠시 트위터에 들어갔다가 개척교회 네트워크인 ACT29이 마크 드리스콜(Mark Driscoll) 목사를 공동설립자와 회원명부에서 제명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40대 초반인 마크 드리스콜은 1996년 시애틀에서 현재는 메가처치가 된 마스힐 교회를 개척했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목사입니다. 대학 시절에 지금은 부인이 된 여자친구로부터 복음을 들었고 특히 신학교에서 공부한 적이 없이 혼자서 신학을 공부하여 ‘전반적으로’ 개혁신학적 입장을 가진 미국 복음주의 젊은 기수 중 한 사람입니다. 7~8년 전에는 미국 복음주의 잡지인 Christianity Today 의 표지기사로 다루어지기도 했고 TV 매체에도 종종 등장하는 유명 목사입니다. 지난 해부터 그와 관련된 잡음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가 쓴 책 하나가 표절로 인정되었고, 존 맥아더 목사님이 주관하는 Strange Fire Conference가 열리는 Grace Community Church에 가서 일으킨 소란, 자신의 책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기 위해 교회 재정 21만불을 써서 전문회사를 고용하였던 사건, 지난 주에는 교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목사 사임을 요구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뉴스 등입니다. 대개 정공법으로 그는 문제들을 돌파하였지만 갈수록 그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지난 금요일 ACT29의 결정이 그 정점에 있습니다.

제가 마크 드리스콜 목사의 이야기를 자세히 쓴 것은 그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저의, 또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몇 달 전 팀 켈러(Tim Keller) 목사님이 목사가 책을 쓰는 것에 관해서 인터뷰한 기사를 읽고 공감한 것이 많았습니다. 대략 기억에 의존해서 요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기는 글이 아니라 말로 더 잘 소통하는 사람이지만(그는 탁월한 설교가입니다!) 오래 설교를 해왔고 그 설교 내용들이 책으로 출판되었으면 하는 제안들을 많았는데 나이가 좀 든 최근에야 책을 내기 시작하였다고 말합니다(실제 그는 50세가 되기 전에 한 권이 있고 대다수 책은 50대 말 이후의 것들이다). 그의 논지는 젊은 목사가 책을 내는 것은 몇 가지 이유에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첫째 그의 신학 사상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완숙 단계에 들어가지 않은 때 사상을 글로 남기는 것은 시기상조다. 둘째 목사는 본래 설교를 위해 부름 받은 것이지 책을 쓰라고 부름받은게 아니므로 책을 쓰려면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므로 목회에 좋지 않다. 셋째 젊을 때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하면 명성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목사가 책을 쓴다면 삶이나 사역의 2/3 정도가 지난 다음에 쓰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유는 이미 많은 설교와 가르침의 내용이 있고 사상도 완숙해져 있어서 젊을 때보다 책을 쓰는 시간도 매우 절약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 나이가 더 들면(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명성의 문제도 조금 더 수월하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책을 쓰는 문제로 고심할 때 이 인터뷰를 읽고는 내가 책을 쓰기에는 아직 젊다고 아내에게 말을 했더니, 아내는 제가 이미 사역과 인생에서 2/3를 넘어섰다는 정확한 주제 파악을 하게 해주기도 했었지요.

많은 영적 지도자들의 생애를 연구한 로버트 클린턴은 말합니다. 그들 중 젊은 날에 멋지게 하나님의 일을 감당한 사람들이 많은데,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한 사람은 30%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크 드리스콜의 문제는 바로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단지 목사들만이 아닌) 자화상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작은 교회의 목사이고 나이 오십을 넘겨 책 하나 쓴 목사입니다. 저에게 저 자신의 이름이 중요하고, 우리 교회의 이름 그리고 제가 쓴 책이 알려지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가 될 때 저는 제 부끄러운 자화상을 봅니다. 제게 만족을 주는 것은 교회 성장도, 즐거운 목회도, 선교도, 베스트셀러는 쓰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그리스도, 주님만이 제 만족이십니다. 저는 매순간 주님이 필요합니다.

김형익 목사(죠이선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