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면 예배 시간 40분 전, 교회 나온 부부 집사님이 계신다. 전등 스위치도 안 켜고 기도하신다. 그 소리만 들어도 은혜가 되고 힘이 난다. 최근에 수술하신 집사님은 몸이 약해 남편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찬송을 힘 있게 부르신다. 설교 시간에 말씀을 사모하시며 집중하신다. 타 교인 오륙 명이 함께 참여함도 말씀 준비를 소홀히 못하게 한다.

아침 일찍 송 집사님 전화였다. “목사님, 오늘 시간 있으세요. 순환기 내과 진료 날을 깜박했네요. 약이 떨어져 없어요. 일반 내과 진료라도 받고 약을 타야겠어요.” 9시에 아파트 현관에서 만나 병원으로 갔다. 접수처는 북새통이었다. 진찰권 바코드를 댔더니 40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채혈과 심전도 검사를 요했다. 다시 표를 뽑고 기다려 수납했다. 채혈 실에 엄마 손 잡은 아이와 임산부가 보였다. 아이가 떨며 피 빼는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심전도는 쉽게 마쳤다. 한 달분 약 처방을 받았다. 또 진료비 수납하고 병원 옆 약국에서 기다리며 약을 탔다. 한 보따리였다. 점심시간을 넘겨 함께 식사하고 집으로 모셨다.

중복 날 오후, 강 집사님이 시골 닭을 두 마리 사셨다. 입맛 없는 분들을 위해 교회 주방에서 푹 고았다. 요즘 궂은 날씨에 허리가 아파서 ‘온 몸이 쑤신다’며 병원 진료를 자주 받았다. 집에서 꼼짝 않고 누워 있으면 ‘남편이 거둘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섬기고 싶은 마음에 진땀을 흘리며 별미를 내 놓으셨다. 묵은 지를 걸쳐 먹는 맛이 기가 막혔다. 수요일 오전에 염 권찰님을 위한 한글 교실을 열었다. 내가 성경구절을 가르친다. 김 집사님께서 한글과 찬송을 교육시킨다. 더디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눈만 열어 주시면 더 열심히 섬기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주일 오후 예배 때, 찬송을 4절까지 암송하여 부르심은 큰 은혜였다.

얼마 전, 김 집사님이 벌목하다 커다란 가시에 눈을 찔리셨다. 빨갛게 충혈 되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아픔이었다. 잠시 병원 진료 받고 또 일하고 오셨음을 수요 예배 마치고 알았다. 안수하며 시신경 회복과 주님의 긍휼하심을 구했다. 주일 새벽부터 교회 차량 봉사를 나갔다. 또 더덕을 캐서 ‘자연산이라 산삼만큼 효능이 있을 거라’며 주셨다. 어제도 찬양단원 연습 시간에 막 쪄낸 햇고구마를 간식으로 들고 오셨다.

박 집사님이 가끔 요양보호사 일을 말씀하신다. “삼복에 할머니가 얇은 내의를 입고 계셔 방에서 선풍기도 못 틀어라. 할머니 딸은 전화로 에어컨 켜라 하지만 꿈도 못 꿔라. 부엌에서 일하면 비 오듯 땀이 나도 참아라. 일 시켜 먹는 것은 여우같아라.” 분명 쉽지 않는 수고다. 목욕 싫어한 할머니인데 노인 냄새가 안 난다며 섬기신다. ‘거동 불편한 할머니를 택시로 모시고 병원 진료까지 다닌다’는 노고(勞苦)가 자랑스러웠다.

금요일 학생회, 청년부 14명이 야외 모임을 나갔다. 송 권사님께서 김밥과 유부초밥, 열무김치와 오뎅 국물을 챙겨 주셨다. 아들이 병원 입원하여 이틀간 혼수상태인 경황 중에 딸을 시켜 먹거리를 해결하셨다. 신 집사님께서 준비한 양동 통닭 3마리를 도중에 전달 받았다. 따뜻할 때 차안에서 나눠 먹었다. 수박 한 통을 넣어 주심에 학생들의 환호가 터졌다. 영암 기(氣)찬랜드로 갔다. 기암괴석의 월출산 자락 1급수였다. 숲 속에 매트를 깔고 짐을 모아 두었다. 수영장 바닥은 타일이라 다칠 염려가 없었다. 물 수위도 장년과 아이들로 맞췄다. 안전 요원이 많았다. 태풍 소식에 사람들이 그리 분비지 않아 좋았다. 우려했던 날씨는 물놀이에 지장 없었다. 튜브를 4개 빌려 주었다. 하지만 수영 보다는 물싸움을 즐겼다. 난 밖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지칠 줄 몰랐다. 중간 중간 나와서 음식을 먹고 잠간 쉬고 들어갔다. 아인이, 병준이, 창주, 샛별이가 다른 아이들과 즐거운 교제 나눔은 큰 수확이었다. 오후 4시쯤 나왔다. 준비한 음식을 먹고 남았는데 아이들이 맛있는 것을 요구했다. 햄버거, 아이스크림, 닭갈비... 결국 전대 후문에 위치한 닭갈비 식당으로 갔다. 젊은이들 떠들썩한 별천지였다. 학생들이 좋아할 메뉴였다. 닭갈비에 치즈를 곁들었다. 매콤한 맛이었다. 나중에 밥을 비벼 볶아 주는 맛은 특별하였다. 아이들의 배 터지게 먹는 모습이 흐뭇했다. 박 집사님이 결재하는 바람에 난 닭 쫓던 개처럼 처다 보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집사님 한 분이 장애우인 경균이 집을 방문한다. 주일 준비를 위해 목욕을 시킨다. 옷을 챙겨 놓고 나온 손길이 귀하다. 주일 예배 시간, 옆에 앉혀 은혜 받게 하고 화장실 출입도 돕는다. 점심 식사 배식과 함께 먹고 집에 반찬을 챙겨 보낸 일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제 고3인 그의 동생을 전도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예쁘다. 우리 교회의 큰 부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톱니바퀴가 서로 물려 돌아가듯 한 분, 한분이 이웃 형편을 성심 성의껏 도우시기에 목회가 행복하다.
이상래 목사(광주신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