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본 목회자들과 세미나에서 서철원 박사의 신학에 대해서 발제했다. 거기에서 서철원의 신학을 "메이천 - 박형룡 - 서철원"으로 제시했었다. 이 제시에 대해서 우리 팀에서 좋은 표현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서철원 박사가 박형룡 박사의 신학을 비판한 모습이 많기 때문이다. 제자가 선생의 사상을 비판하는 것이 문제일까? 제자가 선생보다 탁월한 것이 문제일까? 제자가 선생보다 못한 것은 정상이다. 그러나 가끔은 제자가 선생보다 탁월할 수 있다. 박형룡과 서철원의 관계는 제자가 좀 더 탁월한 학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대에서 박형룡이 가진 점유권을 부정할 수 없고, 지울 수 없다. 같은 계통에서는 충돌이 아닌 화합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정이철 목사가 제언한 박형룡과 서철원의 충돌로 제시한 것은 합동 교단에 분란을 제공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박형룡 박사가 미국 침례교 계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당시 프린스턴에 박사학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1923년 9월에 프린스턴 신학교에 입학하여 1926년 5월까지 3년 동안 신학사와 신학석사 과정(Th. B., Th. M)을 모두 마쳤다. 프린스턴에서 메이천(1881-1937)의 신약 수업과 게할더스 보스(1862-1949) 교수의 성경신학 수업을 들었다. 조직신학은 워필드(1851-1921)의 뒤를 이은 핫지 2세(1870-1937)에게서 배웠고, 변증학에서는 윌리엄 B. 그린 2세(1854-1928) 교수 등이 재직하고 있었다. 박형룡 박사는 특히 근대주의 내지는 자유주의에 대항하여 구 프린스턴의 정통주의 기독교를 변호하기에 맹활약을 하고 있던 메이천 교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234-235)
켄터키주 루이빌에 소재한 남침례교 신학교로 진학했다. 프린스턴 신학교에는 박사과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의 절친이었던 로렌스 길모어가 남침례교 신학교로 진학하였기 때문이다. 1년이 못되는 짧은 기간(1926년 9월 - 1927년 5월) 동안 학교가 요구한 박사학위 과정을 다 마치면서도 최우등의 성적으로 학위를 취득했다(236). - 이상웅의 “초기 박형룡 박사(1897-1942)의 신학 형성 과정에 대한 소고” 중에서
박형룡 박사가 구 프린스턴 전통과 메이천 박사의 신학 전통을 유지한다고 말하지만, 실재로는 루이스 벌코프의 신학을 한국 교회에 소개했다. 한국 장로교 신학계에 구 프린스턴 전통이나 메이천 박사의 신학의 정수를 소개한 장로파 신학자는 아쉽게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워필드 박사, 핫지 박사, 메이천 박사의 전집을 체계적으로 발간하는 것도 신학 정체성을 위해서 좋을 것이다. 그래서 말과 행동이 맞는 수준이 될 것 같다. 필자는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교도 메이천 박사의 신학 전통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메이천, 반틸 박사는 적극적으로 현대신학 사조에 대해서 변증적 사유 체계를 진행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원 초기에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질문했을 때에, 두 권, 메이천의 <기독교와 자유주의> 그리고 벌코프의 <조직신학 개론>을 완전히 암기하라고 제언하셨다. 서철원 박사가 1968년 WCC 혼란에서 매산고등학교에서 제적을 당할 때에, 그 항거의 신학적 근거가 메이천의 <기독교와 자유주의>였다고 한다.
정이철 목사는 "행위언약이 유효하면서 폐기되었다"는 벌코프의 제시에 대해서 경솔한 판단을 한다.
“That the covenant of works is not abrogated: in so far as the natural relation of man to God was incorporated in it, since man always owes God perfect obedience; in so far as its curse and punishment for those who continue in sin are concerned. ...That the covenant of works is abrogated: in so far as it contained new positive elements, for those who are under the covenant of grace; this does not mean that it is simply set aside and disregarded, but that its obligations were met by the Mediator for His people.” (Berkhof 1949, 238). 출처 : 바른믿음(http://www.good-faith.net)
이런 유사한 표현이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도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행위언약이 폐기되었을까?" 행위언약의 존재와 부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있으면 행위언약이 있는 것이다. 행위언약(첫언약)을 위반함으로 죽음이 온 것이다(창 2:17). 구주, 메시아로 말미암아 죽음이 극복된다.
정이철 목사는 박형룡과 서철원을 대립시키고 있다. 박형룡이 이기면 어떻게 되고, 서철원이 이기면 어떻게 될까? 대립과 갈등에서 두 위인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누구에게든지 공이 있고, 과가 있다. 선생에 대해서는 공을 부각시키고, 적에 대해서는 과를 부각시키는 것이 상례이다. 박형룡 박사는 한국 교회에서 보수적 성향의 첫째 위인이다. 그가 갖고 있는 많은 과들이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 공을 너무부각시켜 과에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을 부각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이철은 서철원 박사의 대략을 제시하면서, WCF의 행위언약이 비성경적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서철원은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세미나리에서 석사 과정을, 네덜란드의 자유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귀국하여 먼저 다른 교단의 신학교에서 강의하였고, 1991년부터 이 교단의 신학교의 교수가 되어 은퇴할 때까지 강의하였다. 서철원은 초기부터 WCF가 가르치는 아담과 하나님의 행위 언약을 비성경적인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출처 : 바른믿음(http://www.good-faith.net)
“인간이 완성에 도달한 존재가 아니고, 자기가 도달해야 할 길의 시작에 서 있는 불완전하고 임시적인 존재로 창조되었으므로 행위 언약을 체결하여 하늘의 그리스도에게로 인양하려고 하였다고 이해하는 전통적 언약 사상은 성경계시에 대한 바른 이해가 아니다. 영생을 주시기 위해 언약을 체결하신 것이 아니고 영생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의 법대로 사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보아야 옳기 때문이다.” (Suh 1996, 13~14). 출처 : 바른믿음(http://www.good-faith.net) - 하나님의 구속경륜-
“행위언약은 위의 언약체결 논의에서 살폈듯이 잘못 설정된 언약개념이다. 처음 창조 시 아담을 불완전하게 창조하셔서 계명을 지키면 영생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조건으로 언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경륜에 전적으로 어긋난다. 성경 그 어디에도 그런 시사는 없다. 단지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율법과 그 준수 강조를 행위언약으로 바꾼 것이다.” (Suh 2018d, 171).
출처 : 바른믿음(http://www.good-faith.net) - 교의신학 인간론 -
정이철 목사도 서철원 교수께 신학을 배웠겠지만, 필자도 배웠다. 배운 기간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서철원 교수께서 "WCF의 행위언약이 비성경적"이라고 강의시간에 가르친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행위언약"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했지, WCF의 행위언약에 대한 문제점은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WCF의 행위언약에 대해서 총회에 헌의할 것"에 대해서 필자는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뒤에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
정이철 목사는 "행위언약과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을 엮어서 전개한다. 필자는 정이철 목사가 주장하는 행위언약 개념, 윌리엄 퍼킨스, WCF의 개념이 다르다고 꾸준하게 밝히고 있다. 서철원 박사의 <인간론>에서 행위언약 비판이 나오는데 모두 코케이우스의 견해에 대한 범위이다. 행위언약에서 윌리엄 퍼킨스, WCF, 코케이우스, 존 오웬의 개념은 같지 않다.
서철원 박사는 "초기에 서철원은 박형룡에게 배운 대로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교리를 가르쳤다. 그러나 나중에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교리를 비성경적이고 사변적인 이론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였다."출처 : 바른믿음(http://www.good-faith.net). 필자는 그러한 의견 제시가 큰 의미와 가치를 둔다. 그 제시로 한국 교회가 몇 동안 씨름을 하고 있고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한 상태이다. 서철원 박사가 강조한 것은 "그리스도 십자가 피의 구속의 은혜"가 잘 드러나도록 하는 신학 구조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는 "오순절 성령강림의 단회성"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있다. 한국 교회의 신학계에서 "그리스도 십자가 피의 구속의 은혜"가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현상적 모습에서 원인을 그렇게 파악한 것으로 생각한다. 옛날 세계 신학회에 참석하신 한철하 박사가 모인 전 세계의 신학자들 가운데서 "피의 구속의 은혜의 복음"을 홀로 외치는 모습을 보았다.
정이철 목사는 "합동에서 일어난 신학적 혼란과 큰 소동은 정이철 목사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박형룡의 청교도 개혁주의와 서철원의 칼빈주의 개혁신학이 한 교단 안에 상주하면서 충돌하기 때문이다"출처 : 바른믿음(http://www.good-faith.net)라고 했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박형룡과 서철원은 한 교단에서 함께 존경받아야 할 좋은 교사이다. "청교도 개혁주의"에 대해서 아쉬움을 갖고 있다. "구 프린스턴 전통과 웨스트민스터신학 전통"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 "총신대학교 신학 전통"도 이제 위태로움을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칼빈주의 개혁신학"이란 어휘는 도대체 어디에서 만든 어휘일까? 서철원의 신학은 "서철원의 신학"이다. 개혁신학의 범주를 탈피해서 정통신학 신학의 깊이와 엄위로 나간 탁월한 신학으로 보아야 한다. "껍질을 튼튼히 한 신학"과 "껍질을 깬 신학"으로 비교할 수 있겠다.
정이철 목사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약간의 차이가 있는 신학에서 교단에 신학적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한 신학 차이에서 교단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만약 교단적 혼란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신학이 미숙하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합동 교단은 세계적 장로파의 위상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개혁파적 신학, 구원하는 복음을 훈련하고 전수하는 요람이 되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있다. 아직까지 촛대는 합동 교단에 있다. 이 막중한 사명을 망각하고 촛대를 잃어버린다면 그 책임은 교단의 지도자들에게 있다.
예리한 칼날은 칼집에 있을 때 위력을 보여야 한다. 칼을 뺐다면 이미 패배한 것이다.
형람서원 고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