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소명론과 회심준비론
직업소명론은 누가 창시했을까? 직업소명론은 마틴 루터가 제언한 신학 개념이다. 존 칼빈도 직업소명론을 말했고, 윌리엄 퍼킨스도 A Treatise of the Vocations(1605년)을 출판했는데, 부흥과개혁사에서 『윌리엄 퍼킨스의 직업 소명론』(2022년)으로 번역했다.
회심준비론은 소명 이해의 차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김효남은 회심준비론이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 관계라고 밝혔다.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의지 관계는 해명할 수 없다. 개혁파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방편으로 신학을 규정하는 성향이다. 그런데 회심준비로는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의지 문제보다, 루터의 소명 이해와 칼빈의 소명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신학 문제이다. 칼빈파의 소명 이해는 내적 소명(內的召命, Internal Calling)과 외적 소명(外的召命, External Calling)이다. 칼빈은 외적 소명 안에 직업소명론을 둔다.(1)
윌리엄 퍼킨스는 루터의 소명 이해를 따르고 있다.(2) 퍼킨스는 일반적 소명에서 직업 소명을 전개한다. 일반적 소명은 개인적 소명이고, 루터는 일반적 소명을 그리스도인으로서 소명이 아닌 소명으로 분류했다. 루터는 그리스도인이 이중 소명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루터의 소명은 구속사적 구분과 두 왕국적 이해로 구성한다. 신학자가 갖고 있는 두 왕국 이해는 신학을 적용하는 구도에서 매우 중요하다. 루터는 두 왕국이 중첩된 것으로 보고 있고, 칼빈은 엄격한 분리를 견지한다. 그래서 혹자들은 루터를 단성론적으로 칼빈을 네스토리안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부당하지만, 두 신학자의 신학 전개와 세상 이해, 두 왕국의 견해 차이는 있다.
루터의 이중소명, 영적 소명(vocatio spiritualis)과 외적 소명(vocatio extrema)으로 구분했다. 전자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소명이고, 후자는 하나님과 사람을 섬기는 소명이다. 루터는 그리스도인이 아닌 상황에서 소명을 사용한 것은 특이한 모습이다. 루터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 소명을 받았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범주에서 직업소명설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루터는 영혼없는 활동(soulless movement)도 하나님을 섬긴다는 강력한 하나님 주권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병훈은 루터의 소명에 대한 출처를 볼프가 분석한 것을 제시했다. 우병훈은 "볼프의 분석에 따르면 루터가 처음으로 순전히 세속적 활동에 대해서 소명(vocatio)이란 말을 일종의 전문용어(rerminus rechnicus)로 사용한 곳은 1522년의 『교회설교(Kirchepostille)』란 작품이다"로 제시했다(우병훈: 2018, 79).
루터의 일반 소명이 회심준비론과 관련이 있다고 제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루터는 외적 소명에서 하나님의 뜻을 강조한다. 우병훈은 볼프가 루터의 소명, 직업소명설이 위험한 모호성(dangerous ambiguity)이 있다는 비판을 제시했다(우병훈: 2018, 81). 볼프의 선생인 몰트만에게 있는 비판의식이었는데, 외적 소명과 영적 소명을 동일시하는 맹점이며, 직업과 소명을 신성화시키는 폐단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영혼이 없는 활동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에 대해서 우려했다(우병훈: 2018, 81)(3).
필자는 회심준비론은 불교의 "돈오돈수(頓悟頓修) 돈오점수(頓悟漸修)" 논쟁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불교에서는 결국 "확철대오(廓徹大悟), 더 이상 수행이 필요 없는 완전한 깨달음, 구경각(究竟覺)"의 단계를 제언하고 있다. '회심준비론'은 '돈오(기독교 회심)'에 이르는 과정에 준비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 불교에서 돈오 이전 단계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고, 돈오 후에 돈수할 것인가? 점수할 것인가를 논했다. 그런데 후기 우리나라에서 성철 승이 돈오 이전에 해오(解悟) 이전, 해오(解悟), 점수(漸修) 단계 후에 돈오(頓悟)가 되고, 다시 점수(漸修) 과정을 통해서 확철대오, 구경각 경지에 이르는 것으로 구도화시켰다. 불교도 초기에는 "돈오 이전 단계"에 대해서 논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행을 강조하면서 돈오 이전 단계가 첨언된 것이다.
"회심 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개념은 로마 카톨릭과 알미니안에게 있다. 그러나 개혁파 구원 서정에는 없다. 청교도 회심준비론은 두 체계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심 전에 특별 소명, 특별 은혜가 아닌 일반적 구도에서 구원과 연계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공통이다. 알미니안과 웨슬리의 준비 체계는 보편속죄를 근거로 한다고 한다. John Wesley의 선행은혜(Preventing Grace)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처음으로 싹트는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하려는 마음과, 희미하게 나마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것과, 일시적으로 나마 하나님께 범죄 하였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웨슬리도 완전타락을 인정하지만 선행 은혜로 말미암아 부분적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웨슬리의 구원 도식은 구원 탈락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완전성화 이후에도 탈락이 가능하다. 회심준비론도 하나님의 준비 과정에서 탈락 가능성을 인정할 것이다. 청교도 회심준비론이 보편속죄가 아닌 제한속죄일 수 있다. 그러나 회심준비 과정에서 탈락 가능성을 인정할 것이다. 그것은 알미니안과 공통점이다. 하나님의 의지의 불변성에 회의를 갖게 하는 것은 루터와 칼빈 체계와 다른 것이다.
직업소명론은 일반소명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개방한 것이다. 회심준비론은 일반 소명에서 회심으로 갈 수 있다고 개방한 것이다. 모두 일반 소명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일반 소명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과 없다는 명료하게 단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일반 소명으로 구원, 죄사함의 은혜와 관련된 하나님의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회심준비론은 일반 소명에서 특별 소명으로 갈 수 있는 단계(방법)을 체계화시켰다. 이러한 체계는 감리교(Methdist, 방법주의)의 기본이 될 수 있다.
[참고]
(1)외적 소명은 일반적 부르심(external call. general call)으로 부리기도 하는데, 바빙크-벌코프-박형룡에서 일관적이지 않다. 바빙크와 벌코프는 일반적 부르심을 사물로 부르심(vocatio realis)과 언어로 부르심(vocatio verbalis)으로 분류하면서, 두 경우의 가능성을 모두 인정하며 일반적 부르심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박 박사는 “실물적 소명과 말씀의 소명”으로 번역하면서, 일반 소명과 분리해서 일반 소명과 특별 소명으로 분류했다(박형룡, 『구원론』, 115). 바빙크와 벌코프는 외적 부르심으로 총칭한 분류와 다른 방식이다.
(2) 윤종훈은 청교도의 직업소명론을 칼빈의 개혁주의 소명론과 연결된 것으로 평가했다. 윤종훈은 "이들은 하나님께서 신자들에게 주신 소명을 일반적소명과 특별소명으로 분류하고 직업적 소명은 특별소명으로서 구원론적 관점에서 신앙과 회개와 회심을 통한 그리스도를 이 땅 위에 선포하며 증거하는 성화의 삶의 배경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로 제시했다. 직업적 소명을 특별소명으로 구원론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개혁파의 소명 이해와 같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루터의 일반적 소명(외적 소명)에 하나님의 뜻이 과도하게 투영되면서, 회심준비론까지 연계되었을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3)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서는 불신자의 선행은 결코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못한다는 규정을 두었다(WCF 16:7). 우병훈은 볼프가 루터와 루터파가 일반소명에서 다른 점이 있다고 제시했는데, 루터는 하나 이상의 지위(stand)를 인정하며 여러 소명을 인정하는 반면에, 루터파들은 단 하나의 소명만을 주장한다는 것이다(우병훈: 2018, 82).
[참고문헌]
우병훈, “루터의 소명론 및 직업윤리와 그 현대적 의의,” 「한국개혁신학」 제57권(2018): 72-132. “The Vocational Ethics of Martin Luther and Their Implication for Modern Society,” Korea Reformed Theology 57 (2018): 72-132.
윤종훈, “청교도의 직업 소명론에 관한 고찰” 「한국개혁신학」 제56권(2017): 147-181. Yoon, Jong Hun, “A Study of the Puritan Doctrine of Vocation,” Korea Reformed Theology 56 (2017): 147-181.
윌리엄 퍼킨스, 『윌리엄 퍼킨스의 직업 소명론』, 박승민 역(서울: 부흥과개혁사, 2022).
"‘돈오돈수’와 ‘돈오점수’는 이렇게 다르다", <한겨레신문>. 2006-03-24
형람서원 고경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