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한 후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한다. 이 때 누리는 은혜가 너무 많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망하는 것은 하늘나라이다. 그런데 하늘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 장차 도래할 새 하늘과 새 땅이 어디일까? 라는 주제를 고찰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구속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을 영원히 섬기며 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가 소망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은 어디일까? 이런 질문에 두 가지의 견해가 있다. 하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이 처음 창조된 세계와는 전혀 다른 불연속의 장소라고 한다. 이 경우는 마태복음24:29절과 베드로후서3:12절 등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그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이 흔들리리라”(마24:29) “그날의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물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 지리라”(벧후3:12)

이런 성경구절에 근거하여 불연속을 강조하는 자들은 현재의 우주가 완전히 소멸되어 전혀 별개의 우주가 등장한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취하는 자를 ‘완전 소멸론자’라고 한다(최홍석, “현대 교의학에서의 천년왕국과 종말” 신학지남 제59권 4집, 1992, pp.43-44.)

또 하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처음 창조된 세계의 연속이 될 장소라고 한다. 이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이 현재의 우주와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되, 오직 새롭게 되고 정화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단인 여호와의 증인, 신천지(이만희), 재림예수교회(구인회) 등이 주장하는 새 하늘과 새 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렇게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소멸되지 않고 새롭게 갱신된다는 경우는 대개 요한계시록 21:5절과 로마서 8:20~21절 등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보좌에 앉으신 이가 가라사대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니 기록하라”(계시록 21:5). “피조물이 허무한데 굴복하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하게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노릇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로마서8:20~21절)

이런 성경구절에 근거하여 연속을 강조하는 자들은 현재의 창조세계가 성령의 능력으로 정화되므로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새롭게 갱신된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취하는 자를 ‘만유 갱신론’자라고 한다(최홍석,p.42).

그런데 이런 두 견해를 놓고 어떤 견해가 바른 견해일까? 이것은 성경 몇 구절을 가지고 바르다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이것은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경륜의 관점에서 볼 때 가능하다. 여기서 창조경륜이란 하나님이 창조를 하실 때에 세우신 목적으로서 창조세계 가운데서 자기 백성을 가지고 그 백성 가운데 거하시며 그들로부터 찬양과 경배를 받으시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것은 창조경륜의 첫 시행인 처음 창조를 이해해야 한다. 이때 창조란 창조주 하나님이 창조 중보자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기와 다른 존재를 자기 밖으로 나타내신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창조란 하나님 자신의 유출이나 분여가 아니고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자신의 창조세계 위에 온전히 임재하시며 자신의 창조물들로부터 찬송과 영광을 받으셨다. 이런 의미에서 처음 창조세계는 하나님이 찬송과 영광을 받으시는 하나님의 나라이다. 그런데 처음 창조는 하나의 출생으로서 죄의 유입여부와 관계없이 역사의 과정을 거쳐 완성이 이루어지는 종말을 향해 가는데 그 특징이 있다.

그러나 처음 창조세계를 위임 받은 인류의 대표인 아담이 하나님과 맺은 창조언약을 파기하므로 죄가 창조세계에 유입되었다. 이에 인간과 피조세계가 오염되고, 부패하며, 죽음이 지배하는 타락한 세상,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나라가 되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인간의 죄 때문에 처음 창조 때 가졌던 자신의 목표인 창조경륜을 포기하지 않고 개입하셨다.

그 일환책은 하나님 자신이 특별히 세운 대표와 언약을 맺는 것이었다. 그것을 아담언약, 노아언약, 아브라함 언약, 모세 언약, 다윗언약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나님은 일반 역사 속에 찾아 오셔서 언약의 바퀴를 돌리시며 구속의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전개하셨다. 그러니까 세상역사의 흐름 가운데 하나님이 특별히 개입하셔서 창조경륜의 목적을 실현하며 자신의 나라를 세워 가셨다.

그 후 하나님은 그의 아들을 통해 구속을 구현하셨다. 그 이유는 창조 중보자만이 죄의 지배아래 있는 인간과 피조세계를 그의 피로 구속(재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님은 창조 중보자인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구속중보자로 삼고 그를 세상에 보내셨다. 이어 하나님은 구속중보자인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인간대신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진노를 받고 죽게 하셨다. 더 나아가 하나님은 그가 흘린 피를 통해 인간과 피조세계의 죄를 제거하고 부활하심으로 세상에 죽음을 마감하고 새 생명을 도입하였다. 또 옛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인 하나님나라를 도입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그것은 구속중보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대상이 인간에게 국한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구속의 대상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죄로 인해 오염되고 부패하고 죽음의 노예가 되어 신음하며 탄식하는 피조세계이다. 이 점을 종합해 볼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사건은 한 개인의 사건이거나 한 시대의 사건이 아니고 우주적인 사건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구속중보자인 예수 그리스도는 그가 초림한 후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시작한 구원(구속)을 완성하기 위해 역사의 종말에 재림주로 다시 오신다.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는 악한 지들만 심판하시기 위해 오시는 것이 아니다. 창조를 완성하고 구속을 완성하기 위해 재림주로 오시는 것이다.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는 창조 역사의 시발자로서 그가 시작한 창조 역사를 완성하려 다시 오신다.

그때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처럼 시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은 신령한 몸으로 부활하게 된다. 또한 피조세계도 완전히 정화되어 신령한 몸을 입은 그리스도인들이 살기에 합당한 거소가 된다. 결국 이 말은 창조언약(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1:28)의 완성으로서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인간의 죄로 말미암아 불에 타거나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것이다.

사실은 하나님이 일찍이 이사야를 통해 세세토록 존재할 “새 하늘과 새 땅”(이사야65:17~18; 66:22)을 창조(회복)한다고 약속했고, 또 다니엘을 통해 “이 열 왕의 때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시리니 이것은 영원히 망하지도 아니할 것이요 그 국권이 다른 백성에게로 돌아가지도 아니할 것이요...이 모든 나라를 쳐서 멸하고 영원히 설 것이라.”(다니엘2:44)고 했다. 사도요한은 환상을 통해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있지 않더라.(요한계시록21:1)

이 말씀에서 “새롭다는” 단어는 neos(νέος)가 아니고 kainos(καινός)이다. 이것은 단순히 신선하다”(fresh)는 의미가 아니라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Leon Morris, The Revalation of St. John, Tr. 김근수,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1992, p.296). 따라서 새 하늘과 새 땅(οὐρανὸν καινὸν καὶ γῇν καινήν΄)은 현재의 우주와 완전히 다른 우주의 출현이 아니라 질적으로 새롭게 된 현재의 우주와 연속성이 있는 우주의 창조를 뜻한다(Anthony A. Hoekema, The Bible and Future. 2012. p.389). 그리고 이것은 “보좌에 앉으신 이가 이르시되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요한계시록21:5)는 말씀에서 알 수 있다. 이 말씀에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이는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의 어린 양임을 알 수 있다. 이때 어린 양은 짐승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지시하고 있다. 결국 예수 그리스도가 창조 중보자였는데, 이젠 구속 중보자가 되어 구속을 이루시고 만물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이순태. 새 하늘과 새 땅은 어디인가?. 1994.pp.19~20).

그런데 이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을 부활한 신자들의 육체들과 비교할 때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의 재림 때 영광스럽게 된 부활의 육체는 다른 육체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이라는 것이다. 물론 부활 때의 육체는 부활의 첫 열매인 예수 그리스도처럼 신령한 몸으로서 현재의 육체와는 다른 것이 사실이다(불연속). 하지만 부활 때의 육체와 현재의 육체와의 관계가 연속적이라는 것이다(Herman Bavinck.개혁주의 종말론, 도서출판 나눔과 섬김, p.196),. 이와 같이 피조세계도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연속적이라는 것이다. 만일 하나님께서 현재의 우주를 아담의 죄로 소멸시킨다면 결과적으로 하나님이 임재하시고 영광을 받기 위해 창조한 세계를 포기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사단이 승리했다고 큰 소리 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최후의 거소인 “새 하늘과 새 땅”을 놓고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불타 없어지고 새로 세워진 다른 장소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야말로 악이 제거된, 질적으로 새로워진, 더 이상 사탄과 지옥의 권세가 행사하지 못하는, 그래서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이 거하기에 합당한 거소로 여겨야 한다. 물론 기존의 세계에서 인간이 이룬 모든 문화도 거룩한 문화로 회복되어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바쳐지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그러하기에 이곳은 하나님의 온전한 임재로 인해 임마누엘이 성취되고, 거룩한 백성들의 공동체인 교회만 있으며, 자연 순환법으로 살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의 빛으로 살기에 눈물, 불안, 고통, 질병, 공포, 저주, 죽음이 없다. 또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누리고 하나님만을 찬양하게 된다. 결국은 시간세계가 종말에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영원한 나라에 편입하게 된다.

그러므로 최후의 거소인 새 하늘과 새 땅은 다른 세계가 아닌 기존 세계의 회복, 또는 갱신된 세계(Anthony Andrew Hoekema. op. cit. p.395)라고 해야 창조경륜의 관점에서 바른 이해이다. 즉 기존의 것이 완전히 폐기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기존의 것을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원래의 것으로 회복되는 것이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것이다.

최낙범 박사(총신교수, 새순교회): 중앙대학교 철학과 졸업(B.A), 총신대신학대학원 및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 졸업(Th.M), 숭실대학교 대학원 졸업(Th.M), 미,Kernel University 대학원 졸업(Th.D), 총신 조직신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