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당연한 말처럼 통용되었던 어휘가 서철원 박사의 신학적 소고로 말미암아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조창훈 목사는 SNS에서 신학자의 소고에 대해서 존중하면 될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학자는 명확한 논증을 하는 것(논문)과 자기 신학적 견해를 진솔하게 말(에세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의 형태가 모두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교회 사역자들이 에세이를 잘 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프라시스 쉐퍼 박사의 제언처럼 “정직한 질문에 정직한 답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팀 켈러, 신동식). 

서철원 박사의 『기독론』은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을 제시하고 있고, 후기에 신학적 재고(再考)를 제언했습니다. 

“전통적 신학에서 예수의 율법준수를 능동적 순종,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피동적 순종이라고 한 구분과 가르침은 전적으로 잘못되었다. 그리스도가 율법 준수로 의를 획득하여 우리에게 전가한 것이 아니고, 피 흘려 죗값을 다 치르시고 죄용서를 이루신 것이 의이다. 이 의를 우리가 받아 영생하게 되었다”(『그리스도론』, 2018, p. 167).

문제 시작은 책 내용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2016년 11월 광주에 있는 한 노회에서 강연한 내용을 SNS에 게재된 자료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학자들의 전문적인 토론이 아니라, SNS에서 돌고돌다가 우연하게 발생된 사안으로 생각합니다. 서철원 박사의 영상에 대한 품평(상당히 악의적인)이 SNS에서 돌고 있었는데, 합신의 어떤 목사의 인터넷에 게시된 글과 정이철 목사와 충돌이 발생하여 촉발된 것입니다. 그 때 저도 그 논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사안을 보면서 모두가 알지 못하니 먼저 넓게 정보를 취합하며 토론하자고 정 목사에게 제언했습니다. 저는 스코틀랜드 상황과 잉글랜드 상황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제가 탐구한 글들(에세이)은 <바른믿음>에 현재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이철 목사에게 아담영생론(최근 정태홍 목사가 규범화시킨 용어)과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대한 자세 때문에 거부되었습니다. 저는 아담이 영생한 상태로 창조되지 않았다(아담은 완전한 상태로 창조되었다-고경태)고 이해하고 있으며,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우리 교단의 표준문서로 합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4년여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교회에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에 대한 좀 더 명확하게 부류가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 토론이 진행되면서 ”행위언약“과 ”회심준비론“까지 논쟁의 사안이 더해져 있습니다. ”행위언약“은 서철원 박사의 『인간론』에 제시되어 있으며, 회심준비론에 대한 문제는 서철원 박사와 관련은 없으며, 후에 함께 병합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 그리스도 회심준비론은 개혁신학의 핵심이다.
2.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개혁신학이지만, 회심준비론은 회중파 신학이다. 
3.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개혁신학이다. (회심준비론에 대해서는 침묵)
4.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과 회심준비론, 행위언약은 배격되어야 한다. 

좀 더 이중칭의, 이중전가, 율법 이해 등 다양한 신학 개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논쟁에서 결론을 지어야 하는데 결말이 아닌 더 크게 논쟁이 확산되는 것은 서로가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다른 주제를 끌고 들어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자기주장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경태는 ”장로파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로 연합을 이루어야 한다“입니다. 저는 이 사안에 있으면서 무분별한 어휘가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개념이 있다 와 그렇게 말했다“는 전혀 다릅니다. ”개념이 있다“는 해석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그렇게 말했다“는 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을 규범으로 받으라는 것은 부당합니다. 

둘째, ”개혁신학“은 인격이 아닙니다. 인격이 아니라는 것은 판결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며,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혁신학에는 루터파 신학, 알미니안도 범주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의 개념이 개혁신학은 될 수 없으며, 개혁신학의 범주화를 결정한 주체가 세계와 한국교회에 없습니다. 다만 한국 교회에서 칼빈 신학과 칼빈 후기 신학을 개혁신학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법적 규정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정을 할 때에는 개혁신학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현재 토론에서는 칼빈 신학과 후기 신학의 연속성에 대한 이해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셋째, ”능동적 순종“과 ”삼위일체“의 용어 비교는 부당합니다. 삼위일체도 능동적 순종도 성경에 없는 어휘이기 때문에 모두 가능하다는 비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삼위일체는 기독교의 확정적 교리로 진리이고, 능동적 순종은 개신교 내부의 한 지엽적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리 문서에 삼위일체 어휘가 없다“고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즉 공교회에서 ”우리는 삼위일체를 믿는다“고 고백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도신경에서도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지 않습니다. 그것의 규범화가 삼위일체인데, 삼위일체는 형식인데, 고대교회에서 규범화된 어휘는 아닙니다. 판단하려면 활용과 규범의 차이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를 해야 합니다. 

넷째, 주장하는 측에서 정확한 구도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서철원 박사는 자기 신학 숙고에 근거해서 자기가 가르친 내용의 부당성을 파악하고 진솔하게 문제점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까지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후예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정이철 목사가 과도하게 헤집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능동적 순종이 정당하다고 가르치는 학자는 그 문제점에 대해서 직면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정당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개혁신학 진영에서 수행되어 왔기 때문에 개혁신학이다“는 주장은 맹목적 유형에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런던, 잉글랜드 청교도들이 작성한 문서입니다. 그런데 잉글랜드 청교도와 뉴잉글랜드 청교도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표준문서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 교회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표준문서로 채택했습니다. 이것은 교리 문서 분석이 아니라 시간 흐름에 있는 묘한 차이점입니다. 장로파와 청교도파(회중파)의 묘한 갈등은 식민지(뉴잉글랜드)에서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뉴잉글랜드에서 이상적인 기독교 사회 건설이라는 동일한 목표로 장로파와 회중파는 연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이들이 모두 ”후천년기론적 종말론“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통 교회는 무천년기론적 종말론인데, 뉴잉글랜드 장로파는 후천년기적 종말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회중파와 잘 교류할 수 있었고, 천년기에 대해서 심각한 저항이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장로파가 후천년기를 포기하고 무천년기로 돌아선 것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시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청교도주의에 대한 포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후천년기론은 장로파와 회중파가 함께 포기했지만,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회심준비론, 언약 이해 등에서 유사화 혹은 동일화되었습니다. 이것은 개혁파, 장로파, 회중파의 공통 지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은 미국 사회에 국한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 교회 연구자들이 교회와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자구적 방편으로 생각합니다. 유럽 교회는 이미 쇄락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소멸에서 소멸로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멸에서 전진하려면 반드시 복음의 위력이 나타나야 합니다. 사역자들은 주 안에서 연합을 시도해야 하고, 복음 전도에 힘써야 합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연합을 위해서 노력했으며, 복음 전파를 위해서 힘썼습니다. 사역자의 입에서 선포된 복음으로 주의 은혜와 통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는 정이철 목사의 순기능에 대해서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정 목사의 강한 비평 능력은 급속하게 세속화가 진행되는 한국 교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에 대해서 과도하게 단정적인 자세는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개혁된 교회 개혁되어야 한다“는 문구는 절대 명제가 아닙니다. 문구는 맞겠지만 ”개혁되는 내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 카톨릭은 마리아 교리를 창설하면서 더 개혁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언제나 주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의 이름을 믿으며 살고 전파해야 합니다. 즉 저는 개혁이 새로운 어떤 것 아니라 주 예수가 교회(와 세상)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7세기 후기 종교개혁자들의 실수는 세속 사회에서 그리스도의 통치를 실현시키려 할 때에 과도한 자세로 진행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혜의 백성이 세상에 살거나 변혁을 시키려 할 때에 단순한 구호나 위력이 아니라 세상보다 더 지혜롭게 모략과 행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혜의 말씀은 단순하고 위력이 있습니다. 은혜는 영적으로,,, 세상은 육적으로... 세상을 은혜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하고, 은혜를 세상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합니다. 신학은 영적인 것이고, 학문은 육적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의 이단성”에 대해서 정이철 목사는 “성경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 외에 다른 무엇이 더 있어야 우리의 구원이 완성된다고 가르치가?”라고 답변했습니다. 명시적으로 답변하지 않은 것은 회피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침례파 표준문서(2차 런던신앙고백서)에 명기되어 있습니다. 교파간 교회간 사역자간 갈등이 나쁘지는 않지만, 과도한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것은 주 앞에 불충한 것입니다. 형제와 갈등은 나쁘지 않지만, 부당하거나 과도한 정죄는 스스로 자기를 정죄하는 것입니다. 갈등하면서 교제하고 연합하고 갈등하는 것이 인생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단과는 연합할 수는 없습니다. 물과 기름이 섞인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어떤 대상과도 교류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경태 목사(주님의교회, 형람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