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思索)은 양면이 있습니다. 인간은 사색을 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사색이 과도화되면 부당한 사색이 됩니다. 칼빈과 바르트는 이러한 사색을 헛된 사색(idle speculation = speculation that is unlikely to be true, vain speculation and idle curiosity)으로 규정했습니다. 칼빈은 정통신학에서 벗어나는 것을 헛된 사색으로, 바르트는 정통신학을 헛된 사색으로 분류했습니다. ​

예정론(doctrine of predestination)의 시작은 어거스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정론은 하나님의 은혜(God’s grace)와 인간의 자유의지(man’s free will)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김종희는 어거스틴의 예정론을 실제적인 목회상황에서 성경에 근거하여 전개된 은혜의 교리로 분석했습니다(Augustine’s doctrine of predestination is the one of grace which wasprogressed on the basis of the Scriptures in the pastoral situation, 김종희, "어거스틴의 예정론의 성격", <개혁논총> 33권, 2015년). 김종희는 칼빈이 예정론을 전개할 때에 논리적 순서보다는 인식적 순서를 따랐는데, 그것은 사색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목회적인 정황 속에서 전개된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제시했습니다(김종희, "[특별기고] 칼빈의 예정론: 은혜의 교리", <크리스찬투데이>, 2012.07.23).​

한병수는 루터의 예정론이 매우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어떤 학자들은 루터의 예정론이 칼빈의 것보다 더 강하다고 주장했다고 제시했다. 그것은 루터에게서 신적 주권(divine sovereignty) 사상이 강하게 나타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제시했습니다 (한병수, "루터의 예정론", <개혁논총> 55권, 2017년).​

루터에게 예정 사상이 있는데, 칼빈은 이중예정(double predestination)으로 예정론을 구도화했습니다. ​

예정과 인간의 자유 의지 논쟁(the debate on free will)은 시작되었지만 종료되지 않은 사안입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인간의 의지가 이성의 능력으로 해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대주권(God’s absolute sovereignty)을 강조할 때에는 영원한 작정(God’s eternal decree)에서 시작하며, 인간의 의지는 시간 안에서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논의합니다. 하나님과 인간을 관련하여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활동하는 인간의 의지 활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기독교 역사에서 해소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제를 철학자들이 신정론(神正論, theodicy)으로 해소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칼 바르트는 신의 예정이 아니라 신의 자유(God’s freedom)로 신학의 패턴으로 전환시키며, 인간의 자유에 보편적 활동을 허용했습니다(조영석, "칼빈의 『하나님의 영원한 예정에 대하여』 연구", <개혁논총> 70권, 2021년).​

예정에 대해서, 어거스틴의 예정 이해 수준을 루터가 하나님의 주권을 강화시키며 유지하며,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칼빈은 이중예정, 선택과 유기(God’s double predestination (election and reprobation))로 좀 더 사색을 진행했습니다. 칼빈은 헛된 사색에 대해서 경계시켰습니다. 삼위일체에서는 어거스틴의 삼위일체에 과도한 사색의 위험성을 주지시켰습니다. 삼위일체를 어거스틴보다 더 깊은 사색으로 진행하지 말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칼빈도 깊은 사색이 결코 경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사색에 대해서는 간결하고 용이(brevitas et facilitas)하게 결과를 제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저자의 생각을 독자가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언한 것입니다. ​

칼빈 이후에 이중예정은 더 사색이 증진되었습니다. 그 단계는 영원한 작정에서, 첫째, 구속 협약(pactum salutis (agreement of salvation or covenant of salvation, the covenant of redemption)) 개념입니다. 둘째, 타락전선택설(infralapsarianism)과 타락후선택설(supralapsarianism)입니다. 1619년 도르트 회의(Synod)에서 타락후선택설을 결정했지만, 타락전선택설을 부정하지 못했습니다. 개혁파는 타락후선택설을 지향합니다. 그런데 바르트는 타락전선택설을 지향하는데, 페스코는 바르트와 도르트의 타락전선택설이 같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것은 존재의 하나님과 추상적 하나님의 차이로 제시했습니다. 바르트는 개혁파 예정 이해에서 더 멀리 사색을 진행하여, 그 위에 자기 사상 체계를 세웠습니다. ​

사색의 반대편에는 성경이 있습니다. 사색이 너무 깊어지면 성경 본문에 대한 이해가 결여됩니다. 반대로 성경 본문에 깊이 들어가면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소홀함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사색이 너무 깊어지는 것은 은혜의 자리에서 떠나게 됩니다. 인간 이성으로 신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경본문에 깊이 참여하는 것은 인간 이성으로 참여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철학이나 신학에서 중도적 입장(via media)을 취하는 것은 수련자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 신적 계시(진리)에게서는 중도적 입장을 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유 세계에서는 반드시 중도적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인간은 기우뚱거리지 않고 걸을 수 없습니다.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이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he is a thinking reed)라고 표현한 것이 적용할지 모릅니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는 의심하는 존재(cogito, ergo sum, (Latin: “I think, therefore I am, Cartesian skepticism))라고 규정했습니다. ​

인간은 결코 사유를 멈출 수 없습니다. 사유를 멈추면 자기중심적인 육적 본성에 움직이는 동물이 됩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그 놀라운 선물인 사유(생각하는 능력)를 주셨습니다. 그 능력으로 사유에서 사유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유에서 고백과 행동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 삶 속에서 진행되는 사유가 복됩니다.​

하나님의 삼위일체도 사유 속에서 결국은 삼위일체가 해체되어 일신론(monotheism)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복된 세계인 작정과 예정에 대해서 사유가 진행되면서, 결국은 유기가 없는 선택, 보편주의(universalism)로 귀결되었습니다. ​

예정, 이중예정 - 선택과 유기, 타락전선택설과 타락후선택설, 구원협약 등등 그리고 더 깊은 사색에서 보편주의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었습니다. 유니테리언(Unitarianism)과 보편주의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습니다. ​

종교개혁 후에 정통파 개혁파 진영에서는 로마 카톨릭, 알미니안, 소시니안을 거부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로마 카톨릭이 참여하는 WCC의 광풍이 커지고 있으며, 소시니안의 유니테리언은 다양한 모습으로 엄습하고 있으며, 알미니안 교리를 채택한 교파는 없지만 변용된 체계로 많은 사람들이 채용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형성된 새관점학파는 하나님의 단일계획(God's single plan)으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저항하면서, 자유주의보다 더 위험한 새관점학파에 대해서는 관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예정에 대해서 깊이 사색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예정에 대해서 깊이 사색하는 길에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교수님들은 토요일에 노방전도를 했다고 합니다. 신학의 사유와 현장의 접촉(contact)이 필요합니다. 사색으로만 진행된 신학 산물은 교회에 복음 활동을 정지시킨 것입니다. 신학 사유를 하면서 힘써 복음을 전도해야 합니다. 복음 전도가 없는 사색은 사색에서만 머물게 됩니다. 예정 이해를 진행하는 사색자는 더 힘써 복음을 전도해야 합니다. 그것은 예정론의 맹점 중 하나가 복음 전도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속협약을 주장하는 개혁파들은 문화 참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결국 순서가 바뀌었고, 그 엄중한 예정 이해가 보편주의로 변환되어도 변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

교리는 사색이 아닌 교회 세움을 목표로 합니다.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교회 안과 밖에서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교회가 일치된 복음을 전도하기 위한 것이 교리이며, 교리를 전함으로 교회는 한 믿음, 한 방향성으로 세워지기 됩니다. 교리가 없으면 교회는 다양한 성향들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에정 교리도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봉사해야 합니다. 예정론을 신봉하는 사역자들은 예정 교리의 정당성을 밝히기 위해서 사색이 아닌 보다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