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言約), covenant, “개혁신학은 언약신학이다”는 성립한다. 그런데 “언약신학을 말하면 개혁신학이다”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참고로 covenant를 계약(契約)으로 번역한 용례가 있기도 한데, 일본에는 言約이라는 어휘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언약 신학은 16세기 종교개혁에서 출발되었고, 21세기 연구자들마다 독특한 자기 언약 이해를 개진하고 있고, 더 다양한 언약 이해가 출현되고 있다.

‘언약’은 성경을 보는 훈련을 위한 기재이다. 성경의 통일성을 세운 기재이다. 다른 이야기를 “구약과 신약 관계” 형성을 이루는 기재이다. 종교개혁은 종교적 권위를 교권에서 성경으로 회복한 것이다. 교황이 준 교령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해석하여 인격적으로 선포하는 패턴으로 회복한 것이다. 교황이 준 교령을 반복하며 미사를 집례하는 형식에서, 목사가 목사회(노회)로 협력하면서 각 지교회에서 성경을 해석하여 복음을 전하는 방식으로 회복시켰다. 이 때 성경을 보는 중요한 방편이 ‘언약’이다. 언약 개념의 강력한 요소는 생활과 직접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17세기 스코틀랜드 교회는 스스로를 언약도(Covenanters)라고 규정했다. 성경의 언약 개념(언약의 당사자가 스스로 언약을 유지하여 성취시킴)을 생활 속에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언약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도서로 원종천의 <청교도 언약사상 개혁운동의 힘>(대한기독교서회, 1998)를 추천하는 분을 보았다. 교보문고에서 “언약신학”으로 검색하면 51종류의 도서가 나온다. 아마존에서는 covenant theology는 306 종류의 도서가 검색된다. 좀 흥미로운 박사논문, "약속과 보존 : 존 오웬의 모세 언약론 연구"(장헌민,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 2014)이 있다. 장현민은 존 오웬의 언약 이해를 4중 이해(구속언약, 행위언약, 모세언약, 은혜언약)로 제시했다.

오웬(John Owen, 1625-1699)은 구속 언약(pactum salutis)을 성부(promiser)와 성자(undertaker)는 ‘하나님의 영광과 택자의 구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언약을 체결한 것으로 제시했다. 성자는 택자의 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셔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속의 고난을 당하셔야 한다. 이를 통해 율법(행위 언약)의 요구가 충족된다(John Owen, The Works, 12: 498–507). 즉 오웬은 구속 언약을 성부와 성자가 체결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페스코가 구속 언약의 두 갈래를 제시했다(페스코, <삼위일체와 구속언약>, 전광규 역, 부흥과개혁사, 2019). 참고로 pactum salutis를 구속언약, 구원협약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pactum을 covenant로 번역한 영어권의 선례(the covenant of redemption)를 따르면 구속언약으로 번역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문자적 영어 번역은 agreement of salvation(구원에 관한 동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페스코는 성부와 성자의 구속언약(기독론 모델)과 다른 모델로 제시했다(페스코, 삼위일체와 구속언약, 163-164). 페스코는 전자의 지지자로 데이비드 딕슨(1583~1663), 야코부스 아르미니우스(1560~1609), 헤르만 비치우스(1636~1708), 프란키스쿠스 고마루스(1563~1641), 히스베르투스 푸치우스(1589~1676), 패트릭 길레스피 (1617~1675), 새뮤얼 러더퍼드(1600~1661), 존 오웬(1616~1683), 조나단 에드워즈(1703~1758), 찰스 하지(1797~1878), 게할더스 보스(1862~1949), 루이스 벌코프(1873~1957) 등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른 모델 지자는 소수자 입장으로 평가하며, 삼위일체 언약 모델(성부와 성자와 성령 사이의 협약)로 제시했고, 제임스 더럼, 토머스 굿윈, 아브라함 카이퍼, 헤르만 바빙크를 제시했다.

언약신학은 수 많은 프레임(frame)을 갖고 있다.

구원협약(pactum salutis)을 지지한다. 지지하지 않는다. 페스코는 <삼위일체와 구속언약>에서 지지자로 밝히고 있고, 칼 바르트는 거부하며 이교적 주장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밝혔다. 서철원 박사는 칼 바르트가 구원협약을 거부하며, 이신론(二神論, duotheismus, 영 duotheistic)으로 평가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런데 구원협약에서 두 모델의 차이가 있는데 페스코는 그 차이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페스코의 분류법으로 기독론 모델(성부와 성자)과 삼위일체 모델(성부, 성자, 성령)이다. 즉 개혁신학에서 일부가 구원협약을 견지할 것인데, 두 진영의 이해 차이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페스코는 기독론 모델을 지지하고 있으며, 서철원은 삼위일체 모델로 분류할 수 있겠다.

행위언약(行爲言約, the covenant of works)의 이해도 다양하다. 초기에는 모세언약을 행위언약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데 17세기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를 작성할 무렵에 첫 아담과 언약을 행위언약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으로 형성되었다. 서철원 박사는 행위언약을 비판하는데, 비판하는 내용은 콕체이우스의 행위언약 개념을 비판하고 있다(참고. 서철원, <인간론>). 정이철 목사는 윌리엄 퍼킨스의 행위언약을 비판한다. WCF의 행위언약, 콕체이우스의 행위언약, 퍼킨스의 행위언약은 어휘는 동일하지만 개념은 같지 않다.

은혜언약(恩惠言約, covenant of grace)도 이해는 다양하다. 은혜언약은 새언약(렘 31:31, 요 13:34)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은혜언약의 시작점”을 어디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 칼 바르트는 신의지의 특이점(the singularity of God’s will)에서 은혜언약을 시작한다. 그러나 구속사에서 보면 “창 3:15을 은혜언약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에 제시하는 은혜언약이다. 은혜언약 안에 율법과 복음이 있다. 그런데 존 오웬은 행위언약과 은혜언약 사이에 모세언약을 둔 것이 특징이다. 존 오웬에게 은혜언약의 시작점은 요 13:34이 될 수 있다.

언약 프레임의 다양성에서 크게 둘로 대별시키면, 단일언약주의인가 다층언약주의인가로 나눌 수 있겠다. 단일언약주의는 언약으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다층언약주의는 행위언약, 은혜언약, 구속언약, 모세언약으로 나누는 것이다. 좀 더 다층으로 나누면 아브라함 언약, 다윗 언약 등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새관점학파는 아브라함 언약을 단일범주로 세우려고 한다. 단일언약주의는 칼 바르트 은혜언약, 새관점학파 아브라함 언약(톰 라이트)로 범주화시킬 수 있겠다. 다층언약주의에는 개혁신학적 프레임과 세대주의적 프레임이 있겠다. 개혁신학 프레임에도 구속언약에 대한 모델, 행위언약과 모세언약에 대한 모델 등 다양한 모델이 있다.

즉 언약신학을 강조하기 때문에 정당한 신학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자기가 확립한 언약 이해가 어떤 모델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구주에 대한 인격과 사역에 대한 면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