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시대의 사람들은 믿음과 행위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하고, 그 율법대로 사는 삶을 의미했다. 그들이 제사를 드리고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사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있다는 의미이다. 유대인들의 삶의 바탕이 율법과 성전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산상수훈의 마태복음 5장에서는 6개의 반제라는 이야기를 통해 율법이 정한 것보다 더 지키기 어려운 방향으로 율법을 해석하신다. 예를 들면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5:43-44)’는 것들이다. 당시 유대인들은 18의 기도문 12번째의 기도는 ‘오만한 자들을 낮추시는 주여! 배신자들에게는 희망이 없게 하시고, 오만한 통치권(=로마)을 당신이 속히 멸절하소서! 당신은 복되도소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 기도문에 유대인들은 ‘나사렛인들(기독교인)과 이교도들을 순식간에 파괴하소서! 또 생명책에서 그들의 이름을 지우시고, 의로운 자들과 함께 기록되지 않게 하소서! 은총을 베푸소서! 오 주여! 교만한 자를 비천하게 하시는 이여!’라는 내용을 삽입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함을 이야기하신다.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수님은‘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받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6:1)’라고 말씀하심으로 유대인들이 추구하는 ‘의’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신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행위에 들어있지 않은 믿음을 이야기하시고 계신 것이다. 믿음이 없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 유대인의 율법의 행위가 구원을 주지 못함은 그 안에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바울 역시 로마서에서 행위와 믿음을 본질적으로 구분하였고, 할례와 같은 율법의 행위가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증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섬기는 것은 행위에 있지 않고,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믿음에 있음을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행위가 빠진 믿음의 위험함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때문에 야고보는 행위가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반대되는 것으로 보이는 명제를 던졌다. 믿음은 행함이 함께 할 때 의미가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가나안 땅을 나왔고, 하나님께서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 하시고 /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창세기15:4-6)’셨음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하갈을 취한다. 그리고 이스마엘을 낳는다. 아브라함은 ‘여호와께서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니 원하건대 내 여종에게 들어가라 내가 혹 그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창세기16:2)’라는 사라의 말을 따랐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인간의 경험과 사고에 굴복했다. 이 일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13년동안 침묵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주셨다. 창세기22장에는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행함으로 그 믿음을 드러냈다. 야고보는 이런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야고보2:23)’다고 말한다. 이 당시의 ‘벗(친구)’은 자신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인 동질성을 가진 사람이다.
모세는 믿음으로 왕자로서의 자신을 포기할 수 있었고, 바울은 산헤드린 공의회 회원이면서 가말리엘 문하의 학식있는 학자의 자리를 포기했다. 믿음은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지키게 하는 힘이고,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는 원리이다. 믿음은 인간적인 안목에서 손해 볼 것 같은 상황이라도 믿음의 시각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기다리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의지하게 한다. 고난과 고통의 시간 안에서 믿음은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나님을 온전히 믿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고,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믿음으로 우리의 삶을 보고, 믿음을 따라 행하자.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