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경제 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성경에서 경제 원리를 찾는 것은 성경을 인문학적 구도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법 원리의 기본은 성경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을 기본으로 생각하지만 로마법을 기본으로 한다면 성경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법을 유스티아누스 황제 시대에 작성된 “로마법대전(Corpus Juris Civilis, 529-534년)”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법전은 네 가지로 구성하였는데, 첫째, 칙법집(칙법휘찬; 勅法彙纂)은 534년에 칙법을 정리한 것이다, 둘째, 학설휘찬(學說彙纂)은 1세기부터 3세기까지의 법학자들의 학설을 편집한 것이다, 셋째, 법학제요(法學提要)는 533년 이후의 칙법집으로 황제가 죽은 뒤 편찬되었다. 넷째, 신칙법(新勅法)에는 533년부터 565년까지의 칙법이 수록되어 있다. 유스티아누스 법전(Codex Justinianus)은 12권으로 편집되었다. 그리고 황제 사후에 법학제요와 신칙법이 수록되어 로마법대전을 구성하였다. 로마법과 교회법은 너무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학문의 기본(University)에 신학과 법학이 함께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300년 동안 십자군 전쟁을 치르면서 유럽 사회는 해상 이동 기술을 정립하였다. 전쟁 물자를 이동시키면서 상업(무역) 개념이 발달하였다. 그리고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이해해야 할 경제 구조가 필요하게 되었다. 경제는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분석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2차 대전이 지난 뒤에 가시적인 국경선이 확립되었는데, 역설적으로 지구촌이 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특이한 것은 서쪽(중동과 서방)에서 아프카니스탄을 넘지 못한 것이고, 동쪽에서 몽골이 유라시아 평원으로 유럽까지 진출하였지만 지금은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페르시아가 서쪽이 아닌 동쪽으로 진격했다면, 알렉산더가 인도를 너머 중국까지 진출했다면 세계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서방은 해상 무역과 미국으로 서쪽과 동쪽에서 아시아에 진격하였고, 세계는 유럽화가 되었다.

21세기 지구의 생활, 대한민국 생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본적 생활 개념은 “자기 육체 능력에 근거해서 힘써서 부를 축적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는 무일푼이셨지만 할머니와 단칸방에서 띠끌을 모아서 다수의 농토를 이루셨다. 그러나 지금은 육체 노동으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없는 시대이다. 선진국은 거의 그러할 것이다. 세계의 땅값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을 것이다. 자본도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흐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의 악함은 흐름의 종착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종착지는 마치 사해처럼 흘러들어간 자본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생명을 공급하는 갈릴리 호수의 물이 사해에 들어가면 물이 아닌 소금으로 가치를 갖는다.

빈부의 격차, 미국이 클까? 한국이 클까? 미국이 더 크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누릴 격차가 거의 없는 것이 차이라고 한다. 한 예로 골프라는 스포츠가 재정 수준에 관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정 수준의 차이에 따라서 생활 범주가 쉽게 드러나는 맹점이 있다. 그래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명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없다. 그럼에도 드라마에서 “돈많은 갑부의 채트키”가 등장하지 않은 것을 보기 어렵다. 여전히 재화나 신분이 급상승되는 꿈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한 모습인데, 그러한 욕구는 불안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성경에는 이스라엘을 여호와의 왕국을 수립하기 때문에 국가 이룸의 내용이 있다. 그 여호와의 나라 이룸의 체계를 일반화시킬 수 있을까?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제안했다는 토지공개념이 성경에 도출시킨 원리이지만 성경 원리라고 할 수는 없다. 필자는 복잡한 토지세에 대해서 관심이 없고, 국민 모든 가정이 안전한 주거권을 갖기를 원한다. 누가 토지에서 많은 소득을 올리가? 혹은 부당하게 소유하는가에 관심이 아닌, 모든 가정이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갖기를 원한다. 그런데 주거 공간은 일상과 경제 활동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농촌에 빈집이 증가한다는데 수도권의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아무리 공짜로 주택을 제공해도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있다. 생활할 수 있는 지역에 주거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생활에서 일차 문제는 주거 공간 확보에 있다.

우리가 좀 더 사회 상황에 긴밀하게 이해해야 할 이유는 장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 것은 후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의학과 식품이 발달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한 연령층이 사회를 너무 잘 견디면 사회 인적 자원 순환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교회 사역자가 70세에 은퇴해도 건강하고 총명한 사역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50세부터 은퇴하고 있다. 인력의 순환과 생명의 순환 관계가 반비례하기 때문에 문제이다.

성경적 경제는 노동, 땀을 흘려 생존을 구축하는 것이다(창 1:27, 3:17, 살후 3:10-12). 경제는 공평과 분배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분배하자고 외치지 않고, 열심히 일하자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성경은 가난한 자에 대한 공동체 형제의 책임을 강조하였다. 공동체의 머리이신 여호와의 계명에 순종하는 것이지 분배 정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보다 더 엄중한 형제 돌봄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불순종의 문제이다. 성경적 경제는 사회와 공동체에서 여호와의 이름을 높이며 빛나게 하는 생활 양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수의 사람은 떡으로 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가치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유하는 방법은 언제나 동일하다. 대가를 지불한 뒤에 소유할 수 있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소유하는 것은 도둑이거나 거짓이다. 가끔 도둑이나 거짓이 아닌 요행으로 어떤 가치를 소유할 수 있는데, 문제는 소유자가 소유한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은 경제 가치(떡)로 사는 것이 아니다. 경제 가치는 세상의 양식이며, 그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세상의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 무엇이든 소유할 수 없다. 소유하려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눈물로 씨를 뿌려야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있다(시 126:5-6, 갈 6:9).

교회 사역자들은 영적 가치를 제공하고, 세상 가치를 소유하는 독특한 직종이다. 그런데 영적 가치를 인정하는 소비자가 없다. 교회는 그러한 지역에 세상 가치를 제공하면서 파견하여 주의 몸된 기관을 세우도록 헌신하였다. 교회가 가진 그 능력과 헌신이 약해지고 있다. 세상에 영적 가치를 전해야 할 사역자는 필요한데, 사역자에게 세상 가치를 제공할 요처가 사라지고 있다. 사역자가 세상에서 생존할 세상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세상이 원하지 않은 영적 가치를 전해야 할 긴박한 상황이 되었다.

고경태 목사